[SS인터뷰] ‘만신’ 박찬경 감독 “해리포터에는 열광하면서…”
[SS인터뷰] ‘만신’ 박찬경 감독 “해리포터에는 열광하면서…”
  • 승인 2014.03.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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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임형익 기자] 지난 2008년 단편 ‘비행’으로 오버하우젠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되며 영화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던 박찬경 감독이, 영화 ‘만신’(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으로 돌아왔다. 설치 미술가로 이름을 알리던 시절부터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중성과 사뭇 거리감이 있을 수 있는 소재로 입봉작을 만들었다. 이에 부담감을 느낄 법도 한데, 그에게는 그것보다 더 큰 이유들이 존재했다.

“몇 년 전부터 전통신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처음에는 김금화 선생님에 대해 책으로 접하게 됐어요. 그런데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한 여성이 동네에서 정신이상자 취급 받다가 공동체 문화를 이끌기까지의 과정에 가슴이 찡했던거죠. 처음 선생님을 찾아뵈었을 때 엄청 긴장했었어요. 그런데 제 생각을 이미 파악하고 계시더라고요. 다행히 영화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셨죠. 사실, 예전에는 기사를 잘 보지 않는 편이였는데 요즘에는 수시로 확인하는 중입니다.(웃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조금은 기대도 하고 있고요.”

   
영화 ‘만신’ 스틸 ⓒ

◆ “만신과 굿, 죽은 인물과 문화가 아냐.”

박찬경 감독은 ‘만신’을 한 마디로 ‘맨땅에 헤딩하듯 만든 영화’라고 표현했다. 제대로 된 제작비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영화였던 만큼 힘들고 고단했을 터인데, 박찬경 감독은 이에 대해 고충을 토로함과 동시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예산이 다 확보된 상태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면서 펀딩을 받아야 했어요. 그래서 물론 힘이 더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됐고, 김금화 선생님도 응원해주셔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웃음) 영화 속에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잊지 말자’는 의미도 있지만 만신과 굿은 존경받아야하고 존중돼야할 인물과 문화라는 점을 느끼기를 윈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얼마나 풍부하고 중요한 자산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해리포터에는 열광하면서 우리 문화에는 관심이 없는지 가장 큰 의문이에요. 여전히 호소력이 남긴 살아있는 문화인데요.”

이어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배우들이 다 출연을 하겠다고 결정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세 명이 한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캐스팅 라인을 한 세트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정말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문소리는 경험해본 적 없는 굿하는 장면을 비롯한 모든 장면을 훌륭히 소화해줬고, 류현경은 작은 체구인데도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소녀 금화가 신내림을 받는 모습을 표현해줬죠. 막내인 김새론은 연약하고 귀엽지만 소녀의 광기를 보여줬고요.”

   
박찬경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 “만신 김금화, 현대사를 관통한 인물”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처음 만신 김금화의 일대기를 담은 ‘비단꽃 넘세’를 접한 후 영화화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박찬경 감독은 만신 김금화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다른 큰 무당도 많지만 김금화 선생님을 선택한 이유는 역사를 의식하면서 살아왔고, 게다가 이를 기록으로도 남겼기 때문이에요. 그 분이 살아온 삶이 우리나라의 굵직한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거든요. 일제시대, 6.25 전쟁, 새마을 운동 같은 시대도 그렇지만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같은 국가의 불운이 큰 사건에도 함께 하셨죠. 역사를 관통한 분을 통해 현재를 말하고 싶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제 속을 다 들여다보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에 처음에는 저도 무섭고 두려웠습니다.(웃음) 하지만 대범하고 낙천적인 분이에요. 어떤 상황에도 동요가 없으시고요. 세월의 깊이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분이죠.”

인터뷰 말미 “형인 박찬욱 감독이 ‘한국의 워쇼스키 남매’ ‘코엔 형제’라고 불리고 있다”고 하자, “두 형제처럼 큰 영화를 함께한 적이 없어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런 평가를 듣는 것에 감사하다”며 “아직까지는 함께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형과 함께 장편 상업영화를 성공시키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차기작으로는 공포물을 염두해두고 있다는 박찬경 감독, 그가 어떤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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