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이슈] 싱크홀 공포, 서울시·롯데·삼성 “네 탓이오” 폭탄돌리기
[킬링이슈] 싱크홀 공포, 서울시·롯데·삼성 “네 탓이오” 폭탄돌리기
  • 승인 2014.08.19 19: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싱크홀 공포

 도로밑 시한폭탄 “내 앞에서 도로가 푹~꺼지면…”

[SSTV l 특별취재팀] “내 앞에서 도로가 푹 꺼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마음놓고 다니겠어요”

서울 잠실 석촌호수 주변 지하차도에서 싱크홀(땅이 꺼져 생긴 구덩이)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주민들은 불안을 넘어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5일 석촌 지하차도 입구에 지름 2.5m, 깊이가 10m나 되는 거대한 싱크홀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후 지난 18일까지 길이가 무려 80m나 되는 동공(빈 공간)을 포함해 대형 동공이 추가로 6개나 발견되고 석촌 지하차도 내부 기둥 25군데에서 균열이 함께 발견되었다.

서울 잠실 석촌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주민들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씽크홀이나 동공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견된다고 하니 이제는 우리집이 무너질까 걱정될 지경”이라며 “언제 어느 곳에서 땅이 무너질까 무서워 살 수 없다”하소연 하고 있다.

저수지 바닥이 ‘뻥’, 농업용수 수천t 증발

씽크홀 현상은 비단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충북 청원에서는 광산을 부문별하게 개발한 후유증으로 2007년과 2012년 청원 광산 부근의 논이 두차례나 내려앉았다. 특히, 2010년에는 마을 저수지 바닥에 구멍이 생겨 농업용수 수천t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주민들은 '싱크홀 공포’를 겪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인천 서구 왕길동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로 인해 도로 한복판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겼다. 싱크홀은 지난 3년간 전국 50여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지반침하 및 맨홀뚜껑 솟구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전국 53곳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에 따른 피해 현황은 사상자 4명과 차량 파손 4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그동안 안전사고 때마다 수없이 반복되어온 원인규명과 대책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특히 가장 심각한 서울 잠실 석촌호수 주변의 7개 싱크홀과 동공에 대해 롯데(제2롯데월드), 삼성물산(지하철 9호선 시공), 서울시(건설 인허가, 지하철 발주처)는 서로 ‘네 탓이오’ 떠 넘기기로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태

서울을 중심으로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싱크홀은 관계기관의 충분한 사전 현장조사 없이 이뤄지는 인허가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잠실 '제2롯데월드' 부근 석촌 지하차도 아래에서 대형 싱크홀에 이어 차도 중심부에서  거대한 땅굴(싱크홀)이 발견되면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공사를 허가해준 서울시와 ‘제2롯데월드’ 시공사인 롯데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제2롯데월드 공사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주변 침하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해왔지만 롯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허가 관청인 서울시와 조기개장를 놓고 힘겨루기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롯데 측이 서울시에 제출해 시공을 허가받은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영구배수공법으로 하루 160여 톤의 지하수를 펌핑, 주변 침하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재 지하수의 유출량은 하루 400~700여 톤에 달하고 있고 또 계속 늘고 있어 장기간 진행될 경우 주변지대의 침하가 우려된다는 지질과 토목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에 강력 반대

시민단체들도 싱크홀의 원인제공자로 ‘제2롯데월드’를 지목하면서 싱크홀 원인이 철저히 규명될 때 까지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에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송파시민연대 등 10개 시민단체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잠실 일대 싱크홀과 석촌호수 수위 변동의 원인 등 안전에 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진단 없이는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 요구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9일 지상 123층, 높이 555m 규모로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임시사용승인을 서울시에 신청했다. 서울시가 보완조치를 통보하자 롯데 측은 지난 13일 보완대책을 제출하는 등 조기개장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당혹

한편, 서울시가 석촌 지하차도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발생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 공사를 지목하자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불거진 안전문제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 회사의 신인도에 치명적일수 있다며 서울시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억울해 한다.

삼성물산은 국토교통부가 싱크홀 발생이 우려되는 20여곳의 대형 굴착공사 현장의 첫 점검지역으로 9호선 공사현장을 선택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싱크홀 발생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전가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터널공사에 대한 시공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시에 공사구간 지반의 취약성과 공사기법을 보고하고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어서 시가 싱크홀 발생의 책임을 시공사에 부담토록 하는데 억울함을 나타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최종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싱크홀이 발생한 구간은 터널공사를 담당하는 삼성물산이 그라우팅 작업을 소홀히해 지반이 약화돼 구멍이 생겼다는 게 1차 조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발주처이자 관리‧감독의 책임 서울시도 책임

그러나 지하철 공사의 발주처이자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는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는 싱크홀 발생 원인을 부실시공으로 지목한데다 시공계획서 검토에 대한 책임도 감리회사에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계획서에 대한 검토는 책임 감리단에 위탁을 줬다"면서 "시공사가 제대로 된 공법을 제시했는지는 감리회사가 판단했고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승인을 내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감리와 관련된 관리·감독 책임은 기본적으로 발주처에게 있는데 이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시가 시공사와 감리회사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연이은 싱크홀 발생으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서울시도 이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싱크홀도 인재, 책임회피 기가 막혀

싱크홀의 위험성은 서울시‧롯데‧삼성의 책임소재 폭탄돌리기를 떠나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이나 동공이 하루아침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오랜시간 동안 잘못된 개발문화가 만들어낸 인재라고 한다.

주민들은 당장 싱크홀의 원인과 대책을 내놓아야 할 당사자들이 책임공방만 하고 있는 것 같아 기가 막힐 뿐이라는 반응이다. 당장 도로에 나서기가 불안하기만 한데 당사자들인 서울시‧롯데‧삼성은 “네 탓이오”폭탄돌리기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분노하고 있다.

SSTV 특별취재팀 sstvpress@naver.com

사진 = 뉴시스

[SSTV 보도자료 및 제보=sstvpress@naver.com

 Copyright ⓒ SS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STV]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