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호구의 사랑’ 최우식, 대한민국 ‘호구’ 정의 바꾸다
[SS인터뷰] ‘호구의 사랑’ 최우식, 대한민국 ‘호구’ 정의 바꾸다
  • 승인 2015.04.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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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식

[스타서울TV 이영실 기자] “정말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을 ‘호구’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호구’가 배우 최우식을 만나기 전

호구 : 어리숙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

활용된 예문 : 저놈은 완전 ‘호구’여서 속여먹기 쉽단다.

‘호구’가 배우 최우식을 만난 후

호구 :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국보급 순정남

활용된 예문 : 어떻게 ‘호구’ 같은 남자를 안 좋아해… 지가 먼저 끼 부려 놓고!

지난달 31일 종영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연출 표민수|극본 윤난중)은 대한민국 대표 호구 강호구(최우식 분)와 국가대표 수영 여신 도도희(유이 분), 무패 신화의 에이스 변강철(임슬옹 분), 남자인 듯 여자 같은 밀당 고수 강호경(이수경 분)이 펼치는 갑을 로맨스를 담았다.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인 ‘호구’는 ‘호구의 사랑’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이 시대 마지막 순정남으로 새롭게 정의됐다. 여기에 주인공 강호구로 완전히 분한 최우식은 천사 같은 미소와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시청자들을 ‘착한 남자’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최근 스타서울TV가 만난 강호구 아니 최우식도 ‘호구’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

“정말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을 ‘호구’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보통 ‘너 왜 이렇게 찌질하고 답답하냐’라는 의미로 ‘너 왜 이렇게 호구 같냐’라고 하잖아요. 그 찌질하고 답답한 게 순수하고 착해서인 것 같아요.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너 왜 이렇게 호구 같냐’라는 말을 들으면 ‘고마워’라고 반응했으면 해요.”

   
 

‘호구의 사랑’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 했지만 센스가 돋보이는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최우식에게 주인공 ‘강호구’라는 캐릭터가 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주연급 배우로 증명되지 않았던 그에게 장편드라마 타이틀롤을 맡기기엔 위험부담이 따랐던 것. 그런 최우식을 끝까지 믿고 이끌어준 사람은 연출을 맡은 표민수 감독이었다.

“캐스팅 당시 반대가 정말 많았어요. 근데 제가 그 입장이었어도 반대했을 것 같아요.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팬덤이 많거나 인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주연을 맡은 적도 없어서 ‘왜 하필 최우식을, 왜 하필 우리 작품의 주연으로 하냐’라는 말들이 있었어요. 충분히 이해가 돼요. 근데 감독님이 그런 우려들을 뒤로하고 저를 믿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결과적으로 최우식의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 최우식이 아닌 강호구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드라마 시작하고 강호구와 ‘싱크로율 100%다’라는 호평을 받았을 때 솔직히 통쾌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만약 캐스팅 잘못 됐다고 하면 저는 욕먹어도 괜찮은데 감독님 이름에 먹칠할 까봐 걱정했거든요. 정말 다행이죠.”

   
 

표민수 감독이 주변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우식을 강호구로 낙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 처음 뵀을 때 연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농담하면서 대화를 나눴었거든요. 근데 캐스팅이 돼서 정말 신기해요. 당시 ‘오만과 편견’ 촬영 때라 머리도 2대8 가르마를 하고 갔었는데 그 모습을 보시고도 선택해주셔서 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언제라도 감독님이 불러만 주신다면 지구 끝까지 달려갑니다. 비행기 표 없으면 배를 타고라도 갈 겁니다. 완전히 찬양해요.”

최우식은 강호구로 100% 빙의돼 표민수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실제인지 연기인지 착각할 정도로 최우식은 그냥 강호구였다.

“호구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저랑 많이 닮았어요. 호구처럼 사람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근데 호구처럼 그렇게 착하지는 않아요. 호구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따라 행동하지만 저는 이성으로 많이 움직이는 편이에요. 세상의 때를 많이 타서 그런가?(웃음) 호구가 머리를 자르고 확 바뀌잖아요. 그 모습이 저랑 더 닮은 것 같아요. 그게 나쁜 남자까지는 아니지만 호구보다는 약간 더 상남자인 것 같아요.”

‘상남자’라고 주장(?)하던 최우식은 연애에서는 딱 호구였다.

“연애는 완전 호구예요. 밀당도 못하고… 슬퍼요. 그래서 연애를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매년 목표가 연애예요. 근데 올해도 전혀 기미가 안 보이네요(한숨). 눈도 좀 높은 것 같아요. 은근히 따지는 부분이 많아요. 이 일을 하면서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외모적인 부분 보다 마음이 더 가는 사람을 기다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요? 약간 아쉽고 안타까운 게 사랑 아닐까요? 정말 사랑을 하게 되면 아쉬운 거랑 안타까운 게 더 많아 지는 것 같아요.”

   
 

도희에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마냥 착하기만 하던 호구가 처음으로 화를 냈다. 아이처럼 펑펑 눈물을 흘리며 도희에게 원망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분명 화를 내고 있지만 그런 그가 더 아파 보였다. 최우식이 ‘호구의 사랑’에서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금동이 보내고 도희한테 화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정말 많이 슬펐어요. 호구 캐릭터를 잡을 때 제일 큰 틀을 아기로 잡았어요. 금동이랑의 관계도 있지만 호구는 감성으로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이라 아기 같았어요. 그래서 우는 것도 아이처럼 울었죠.”

최우식은 폭풍 오열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더니 듣도 보도 못한 ‘관절 연기’로 안방극장에 웃음 폭탄을 날렸다. 도희에게 기습키스를 당한 후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호구는 그녀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 했다. 여기에 ‘삐그덕’ 효과음까지 더해져 최우식표 ‘관절연기’가 완성됐다.

“그 장면 되게 좋아요. 대본에는 그냥 ‘다리가 후들거리는 호구’라고 쓰여 있었어요. 감정으로 보여주는 신이었고 얼굴로 표현해야했어요. 근데 뭔가 재밌게 하고 싶어서 ‘관절 연기’를 선보였는데 다들 좋아해주셨죠. 정말 즐겁게 찍었어요. 촬영 감독님도 웃겨서 저를 직접 보지 못하고, 바닥을 보시면서 찍으신 컷 중 하나예요.”

   
 

지난 2011년 MBC 드라마 ‘짝패’로 데뷔한 뒤 최우식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특수사건 전담반 텐’, ‘옥탑방 왕세자’, ‘패밀리’,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오만과 편견’과 영화 ‘거인’, ‘빅매치’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 왔다. 5년 동안 연기생활을 이어오며 최우식은 욕심도, 생각도, 닮고 싶은 배우도 많아 졌다.

“데뷔 초에는 조승우 선배님을 롤모델로 꼽았고 그 후에는 류승범 선배님, 유지태 선배님 등 정말 훌륭하신 선배님들을 롤모델로 삼았어요. 그러다보니 ‘저기 가서는 누구라고 하고 여기서는 또 다른 사람 말하고 거짓말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근데 한 사람을 우러러보면서 롤 모델로 삼고 열심히 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사람은 계속 변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생각 하는 것도 많아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롤모델이 한 명일 수가 없어요. 제가 만약 딱 한명을 꼽아 누구라고 얘기를 한다면 그게 오히려 꾸며낸 말일 거예요. 더 많은 선배님들 보고 따라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 분들 다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딱히 한 분을 꼽을 수가 없어요. 근데 류승범 선배님이랑은 꼭 같이 작품 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영화 ‘거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최우식은 지난 9일 열린 제 2회 들꽃영화상에서 남자신인상을 거머쥐며 명실공히 연기파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그는 ‘물불 가리지 않고’ 어떤 역할이든 도전할 생각이다.

“무모한 도전도 해보고 싶어요. 연기적으로 질타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팬들을 실망시키고 욕먹어보고 싶다 이런 뜻이 아니라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무모한 시도를 해서 잘하면 좋은 평가를 받겠지만 못 하면 안 좋은 평가도 받겠죠. 주인공도 해봤으니까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죠.”

브라운관 첫 주연작 ‘호구의 사랑’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최우식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그는 최근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부산행’ 출연을 확정짓고 스크린으로 돌아간다. ‘부산행’에서 최우식은 부산행 KTX에 탄 야구부 영국으로 분한다.

“‘호구의 사랑’은 신호탄이었어요. 앞으로 정말 많은 일들이 남아 있을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tvN ‘호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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