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협녀, 칼의 기억’, 전도연 “잘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월소의 ‘협’, 전도연에겐 ‘영화’
[SS인터뷰] ‘협녀, 칼의 기억’, 전도연 “잘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월소의 ‘협’, 전도연에겐 ‘영화’
  • 승인 2015.08.1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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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전도연, 그녀의 이름 앞에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넘어 심사위원으로까지 위촉된 그녀에게도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한계를 조우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스크린 속 그녀의 검에는 감정이 담겨 있었고, 협의 길은 걷는 완벽한 월소가 있었다.

■ “잘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영화를 처음 보면 전체적으로 파악하거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기 힘든 것 같아요. 저만 계속 보게 되고 현장에서 놓친 것들이 많이 보여요. 저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도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을 텐데 저는 그런 것만 유독 보이는 것 같아요. 월소라는 캐릭터는 뛰어난 검술을 지닌 맹인인데 이런 독특한 설정 때문에 더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액션도 그렇고 못 보겠더라고요. 모니터로 확인하지만 작은 화면이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어요. 모니터로 느껴지지 않던 게 큰 화면에서 보면 더 잘 보이니. 정말 제가 ‘잘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라는 말이 영화를 본 후 솔직한 제 마음이에요.”

지난 ‘협녀, 칼의 기억’ 언론시사회에서 전도연은 영화를 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했다. 완벽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했고, 유려한 검술을 위해 고전무용까지 배우는 열의를 보였다. 연기라면 이미 세계가 인정했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액션은 힘든 작업이었다. 욕심이 많았고 이왕 하는 것 잘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크랭크 인 첫 장면이기도 한 50대 1 결투 장면을 회상하며 ‘많이 아쉽고 억울했다’고 표현했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지만 현실상황과는 또 다르잖아요.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짜 맞춘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전날 비가 와서 땅은 진흙밭이 되고 내리막 경사에 옷은 치렁치렁하고 검은 길고 힘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메밀밭인데 액션신을 한번 찍으면 초토화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찍을 수 있는 포지션이 한정돼 있었어요.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혔죠. 그리고 박흥식 감독님도 액션은 처음이시고 크랭크 인 장면이라 대안을 그때그때 고안했어야 했어요. 타협하면서 찍어야 했던 장면이라 찍고 나서 만족스럽지 않았고 연습한 만큼 안 나와서 많이 아쉽고 억울했던 장면이에요. 그래서 화면으로 볼 때 아쉬웠어요.”

솔직했다. 남들은 느끼지 못했을 자신의 부족함을 살짝 감춰도 될 만한데 전도연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다고 고백했다. 스스로 객관적이고 엄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도연은 이를 할 수 있는 배우였고 여전히 만족을 몰랐다. 그렇기에 부족함을 숨기지 않았고 이를 전면에 드러냈다.

   
 

■ 제 2의 전도연과 할리우드 스타

‘협녀, 칼의 기억’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고은은 자신의 롤모델로 전도연으로 꼽으며 연신 홍보(?)를 하고 다녔다. 어느 순간 ‘제2의 전도연’이라고 불리는 김고은에 대해 어떠냐고 묻자 “전 그때 건방지지 않았어요”라며 웃었다. 전도연은 “김고은은 굉장히 당차고 욕심이 있는 배우예요. 현장을 떠나면 선후배지만 현장에서는 모두가 같은 배우예요. 김고은은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감정을 잘 챙기고 연기의 집중력을 놓치지 않아요”라며 김고은을 평가했다. 이어 그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친구들은 예전 같지 않아요. 저는 그 당시에 그렇게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애기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현장에서도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잘하고 있다며 김고은을 다독였다.

   
 

“조금 설렜어요. 1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만났죠. 그동안 이병헌 씨의 영화를 봐왔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팬심이 생겨 설렜는데 첫 대면에 ‘어 도연아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이러는데 갑자기 그 먼 시간이 어제처럼 느껴지고 괜히 ‘나 혼자 긴장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편해졌어요.”

전도연은 ‘협녀, 칼의 기억’으로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이후 13년 만에 이병헌과 조우했다. 사적으로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서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는 그들의 수식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 이병헌은 ‘할리우드 스타’가 됐다.

“액션신을 준비할 땐 시간에 쫓기고 연습과 합에 집중했다면 감정신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방해하지 않게 기다려주고 배려해줘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 함께하면서 ‘역시 좋은 배우구나’ 새삼 느꼈어요. 눈빛도 그렇고 뭘 해도 멋있어요. 사실 이병헌 씨가 액션 연습에 가장 늦게 합류했어요. 다들 그전에 액션 연기를 많이 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하니 저희가 생각한 몸놀림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당황했죠. 그래서 막 동작을 하는데 ‘저걸 어떡해’라며 쳐다보는데 이병헌 씨가 멋지게 마무리 동작을 하면서 ‘어때 오빠 멋지지? 멋있어서 쳐다보는 거지?’ 이러면서 너스레를 떨더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 정말로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멋있는 부분, 연기적으로 빛나는 부분들을 잘 알고 다스리는 배우 같아요. 진짜 웃기다가도 갑자기 멋있어 보여요. 카리스마가 있고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배우예요.”

   
 

■ “월소의 ‘협’, 전도연에게는 ‘영화’”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있다. 굵직한 영화에서 선전하는 건 모두 남자 배우의 몫이었고, 새로운 남자 배우의 탄생에 비해 여배우의 탄생은 적었다. 전도연은 기근 속에서도 여배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냈고 충실히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대중들의 기대와 시선이 무거울 것 같지만, 그녀는 그러한 시기도 이미 지났다며 무던하게 말했다. ‘협녀, 칼의 기억’에서 월소가 묵묵히 협의 길을 걸었다면 전도연은 배우로서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 연기하던 시간이 분명 있었지만 지나갔어요. 그때가 더 힘들었어요. 물론 그 시절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고, 그때의 영화를 더 좋아하실 수 있겠지만 남의 생각이나 기대보다는 저 자신에게 집중했을 때가 좀 더 행복해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부담을 덜 갖는 편이에요. 대신 저 자신에게 냉정하고 객관적이에요. ‘협녀, 칼의 기억’에서 월소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끝까지 밀고 나가잖아요. 월소는 그것이 ‘협’이고 저는 제가 선택한 영화나 작품에 대해서 그래요. 물론 월소처럼 100% 완벽하진 않죠. 남이야기도 듣고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의심하기도 하고. 월소는 모든 걸 다 거세한 여자지만 저는 그렇진 않잖아요. 저 자신에게 집중하고 연기에 있어서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사람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며 살고 싶어요.”

상반기에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한국 영화가 올여름 큼직한 작품들이 앞서 개봉하며 빅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암살’은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베테랑’ 역시 개봉 일주일 만에 350만 관객수를 돌파했다. ‘협녀, 칼의 기억’는 빅매치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는 영화가 될까? 끝으로 그녀는 무협이라는 장르에 대해 가볍게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부담은 당연히 있죠. 예전에는 한국영화는 시사회를 놓치면 잘 안 봤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영화가 잘되고 안 되는지 흐름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화는 꼭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는데 한국영화는 개봉하면 다 챙겨봐요. 그래서 지금 개봉한 영화도 다 봤고요. ‘협녀’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르적으로 차별화된 영화고 무협에 대해 생소할 수 있지만 ‘판타지 액션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무협이라고 표현하니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협녀, 칼의 기억’ 전도연 인터뷰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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