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영화결산 ⓷] 쌍천만 시대, 밑 빠진 독에 제작비 부은 영화들…‘순수의 시대’·‘협녀, 칼의 기억’·‘서부전선’·‘도리화가’
[2015년 영화결산 ⓷] 쌍천만 시대, 밑 빠진 독에 제작비 부은 영화들…‘순수의 시대’·‘협녀, 칼의 기억’·‘서부전선’·‘도리화가’
  • 승인 2015.12.2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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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영화결산 ⓷] 쌍천만 시대, 밑 빠진 독에 제작비 부은 영화들…‘순수의 시대’·‘협녀, 칼의 기억’·‘서부전선’·‘도리화가’

[2015년 영화결산 ⓷] 쌍천만 시대, 밑 빠진 독에 제작비 부은 영화들…‘순수의 시대’·‘협녀, 칼의 기억’·‘서부전선’·‘도리화가’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에 나오는 명대사이자 19세기 시인 엘라 윌콕스가 쓴 시 ‘고독’의 첫 구절이다. 2015년 한국영화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2015년 상반기 한국영화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쥬라기 공원’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7월 ‘암살’ 개봉을 기점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암살’은 1270만 관객수를 동원하며 활력을 불어 넣었고, ‘베테랑’은 1341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정점을 찍었다. 이어 ‘사도’, ‘검은 사제들’, ‘내부자들’ 등의 작품도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온 세상과 함께 웃는 이가 있다면 혼자서 우는 자도 존재하는 법. 2015년 밑 빠진 독인줄 모르고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고 울게 된 영화들을 되짚어 봤다.

   
▲ 영화 ‘순수의 시대’

■ ‘순수의 시대’ - 순수는 가고 강한나의 베드신만 남았다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는 조선 개국 7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역사에 기록된 1398년 야망의 시대 한가운데 역사가 감추고자 했던 핏빛 기록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쎄시봉’에 이어 강하늘이 출연한 작품으로 당시 드라마 ‘미생’의 인기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데뷔 16년 만에 사극에 도전하는 신하균과 강하늘, 장혁, 강하나 등의 색다른 조합은 모두의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신경질적인 근육’의 예고로 신하균의 남다른 액션신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순수의 시대’는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베드신으로 혹평을 들었다. 영화의 흥행과는 별개로 강한나 만이 노출 연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화 ‘순수의 시대’는 지난 3월 5일 개봉했고, 약 46만의 관객수를 모았다.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점을 고려해도 저조한 성적이다. 총제작비는 약 81억, 손익분기점은 240만으로 알려져 있다.

   
▲ 영화 ‘협녀, 칼의 기억’

■ ‘협녀, 칼의 기억’ - 완벽한 배우, 완벽한 미장센 그리고 ‘신파’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은 칼이 곧 권력이던 고려 말, 왕을 꿈꿨던 한 남자의 배신과 18년 후 그를 겨눈 두 개의 칼,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액션 대작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배신을 택한 유백 역은 이병헌이,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월소 역은 전도연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살아가는 아이 홍이 역은 김고은이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박흥식 감독이 11년 전부터 구상했던 ‘협녀, 칼의 기억’은 검에도 사연이 있다는 설정 아래 검이 부딪히는 칼소리에도 차별을 두며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주연인 이병헌의 협박녀 사건으로 당초 계획보다 한차례 개봉이 미뤄졌다.

8월 개봉한 ‘협녀, 칼의 기억’은 거대 제작비가 투입되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영화 속 무협 장면은 여타 무협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차별화에 실패했다. 또한 월소, 유백, 홍이의 이야기가 난해하고 신파적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박 감독은 무협을 통해 드라마를 보여주려 했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 꼴이 됐다.

‘협녀, 칼의 기억’의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350만명으로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4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쳐 고배를 마셨다.

   
▲ 영화 ‘서부전선’

■ ‘서부전선’ - 코미디? 감동? 제발 하나만!

영화 ‘서부전선’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렸다.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평범한 두 사람이 쫄병이 되어 서부전선이라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만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무사귀환’이라는 코드에 담았다.

‘서부전선’은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추석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영화로 CJ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탐정: 더 비기닝’과 쇼박스의 ‘사도’와 정면대결을 펼쳤다. ‘서부전선’은 천만 영화 ‘실미도’, ‘해운대’부터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설경구와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통해 청룡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은 여진구가 만나 기대를 모았다.

‘서부전선’은 짧은 러닝타임 안에 코미디와 감동 모두를 넣으려던 욕심이 과유불급이 됐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슬랩스틱 코미디와 우연성으로 극을 전개했으며 한국전쟁이라는 화두를 억지로 집어넣은 듯한 느낌을 줬다. 결국 웃음과 감동을 모두 잡으려던 ‘서부전선’은 굵직한 한 방을 놓치며 추석 연휴라는 대목에도 불구하고 관객수 60만명에 그쳤다. ‘서부전선’의 손익분기점은 300만 수준이다.

   
▲ 영화 ‘도리화가’

■ ‘도리화가’ - 연기는 좋았다. 다만 극이 흐름을 잃었을 뿐

영화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얻은 수지가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로 판소리에 도전해 이목이 집중됐다. 더불어 지난해 최고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명량’을 비롯해 ‘광해, 왕이 된 남자’, ‘최종병기 활’ 등 시대극에 강세를 보이는 류승룡이 합세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판소리라는 새로운 도전에 있어 수지의 결정은 박수 받을 만하지만 영화 전체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소리를 위해 금기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공감을 살 수는 있었지만 유추할 수 있는 스토리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중반부가 넘어갈수록 성장기에 멜로가 끼어들면서 극에 흐름을 잃었다. 수지의 연기와 판소리는 예상보다 뛰어났고, 류승룡의 연기 역시 이견이 없겠지만 이를 제외하고 영화만 본다면 관객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함이 보였다.

결국 ‘도리화가’는 관객수 31만명(12월 14일 영진위 통합전상망 기준)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5년 영화결산 ⓵] ‘다작왕’ 이경영 VS ‘천만요정’ 오달수, 2015년 한국 영화계 조연 투톱 [이경영 편]

[2015년 영화 결산 ⓶] ‘다작왕’ 이경영 VS ‘천만요정’ 오달수, 2015년 한국 영화계 조연 투톱 [오달수 편]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사진= 영화 ‘순수의 시대’, ‘협녀, 칼의 기억’, ‘도리화가’, ‘서부전선’ 스틸 및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