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검사외전’ 황정민, 흥행폭주족은 오늘도 달린다
[SS인터뷰] ‘검사외전’ 황정민, 흥행폭주족은 오늘도 달린다
  • 승인 2016.0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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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검사외전’ 황정민, 흥행폭주족은 오늘도 달린다

‘국제시장’ 1400만, ‘베테랑’ 1300만, ‘히말라야’ 770만, 지금 황정민에겐 ‘흥행’이라는 단순한 단어는 수식이 부족하다. ‘흥행폭주’, ‘흥행토네이도’, ‘흥행폭탄’ 정도는 돼야하지 않을까. 연기력이 배우가 가져야할 기본소양이라면 흥행력은 초능력과 같다. 검증된 배우와 제작진이 만나 밑 빠진 영화에 제작비를 쏟아 붓는 숱한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황정민은 달랐다. 그에겐 흥행을 읽는 제3의 눈이라도 있는 것일까.

“당시 들어왔던 대본 중에 재미있게 한 번에 읽었던 대본이었어요. 좋아하는 제작사이고,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죠. 키득키득하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제가 늘 말했듯이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하는 거지 캐릭터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책을 고를 때도 기분에 따라 선택하기도 하잖아요. ‘히말라야’를 마치고 ‘검사외전’ 대본이 눈에 들어왔어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나 봐요. 그래서 재미있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영화를 원했고 그게 ‘검사외전’이었던 거죠. 치원 역은 누가 할지 궁금했는데 동원이가 한다고 해서 박수치며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검사외전’에서 황정민은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다혈질 검사 변재욱을 연기했다. 변재욱은 5년 후 자신의 사건과 연관된 사기꾼 치원(강동원 분)을 만나고 그를 밖으로 내보내 원격 조정하며 복수를 위한 작전을 펼친다. 버디무비이지만 캐릭터적인 매력은 아무래도 사기꾼 치원에게 쏠리는 상황. 캐릭터 욕심이 있을 법도 한데 황정민은 “작품을 한 두 작품을 한 것도 아니고”라며 “판을 잘 깔아야 강동원의 연기가 먹힌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강동원이 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게 있었어요. 제가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궁금함이 있었고 확신도 있었어요. 강동원의 이전 작품도 보고 사석에서도 봤는데 치원이라는 인물이 재수 없는 느낌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게 장점이죠. 뭘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검사외전’은 다른 버디 무비와 큰 차이가 있다. 강동원과 황정민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 행동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황정민이 교도소에서 복수의 큰 틀을 짜면 강동원이 이를 위한 미션들을 하나하나 완료한다. 배우에게도 감독에게도 다른 공간에 있는 두 배우가 함께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이 영화의 관건이었다.

“치원이 밖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들이 저로 인한 행동들이잖아요. 치원의 모습에서 재욱이 연상됐으면 했어요. 물리적으로는 떨어져있지만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극 전체를 볼 때 저는 무게감을 담당해요. 닻을 잘 내려놓아야 배가 흔들리지 않으니 그런 계산을 했어요. 제가 잘해야 치원의 모습이 부각될 수 있는 거죠.”

원래 시나리오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변재욱은 웃음 포인트가 곳곳에 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황정민은 웃음보다는 극의 밸런스를 택했다. 강동원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판을 만든 것이다.

“교도소에 들어가고 5년 후라는 것을 많이 생각했어요. 자신의 일을 위해 폭력을 사용한 것은 잘못된 거잖아요. 그 친구는 그걸 몰랐던 거죠. 막상 누명을 쓰고 수감된 후에는 자아성찰을 했겠죠. 그래서 인물의 해석에 있어 그런 부분들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대본상에는 5년 후 모습이 나대는 스타일이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해서 일인자는 뒤에 빠져있어야 오히려 느낌이 살 것 같다는 말을 했죠. 치원 캐릭터도 있으니 굳이 재욱마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구체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진 거죠.”

범죄오락영화라고 해서 시종일관 웃음만 있다면 뼈대 없이 올린 집이나 다를 바 없다. 극의 밸런스와 무게감을 중시한 황정민은 ‘검사외전’을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장면과 촬영하며 즐거웠던 장면이 일치했다. 황정민은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20분에 가까운 분량의 법정신을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그는 이렇게 연기력에 흥행력을 더했다.

“법정신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영화적으로 컷을 나누지 않았으면 했어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밀도 있게 가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무리 오락영화라도 관객들이 보면서 인물에 탁 빠질 수 있으려면 밀도가 있어야 하거든요. 대사들을 보면 연극적인 느낌이 있어요.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애를 썼죠. 보조출연자 분들도 200명 정도 앉아있었고 공연하는 기분이었어요. 한 호흡에 가는데 짜릿함이 있었죠. 한 테이크로 촬영하고 알아서 잘라서 쓰시라고 했어요. 연극을 했던 분들이라 다들 좋아하셨어요. 준비를 잘했죠. 이성민 형도 워낙 잘하셔서 리허설 할 때 느낌이 좋았어요.”

   
 

‘검사외전’ 개봉에 앞서 황정민은 차기작인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촬영을 마쳤다. 황정민은 간만에 ‘끈적한’ 영화를 찍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영화 ‘신세계’와 같은 대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올드한 욕설들이 있다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베테랑’에서 호흡을 맞춘 류승완 감독의 차지작 ‘군함도’도 5월 촬영을 앞두고 있다.

“‘군함도’는 5월에 촬영이 들어가요. 뮤지컬 끝나고 일본도 가고 준비해야죠. 원래는 ‘베테랑’ 전에 하려고 했어요. 준비를 하다가 ‘군함도’는 제작비도 많이 들어갈 것 같고 섣불리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일단 보류하고 재미있는 영화부터 하자고 해서 ‘베테랑’이 나오게 됐어요. ‘베테랑’이 잘되고 다시 이야기가 나왔죠. 영화가 잘돼서 감독님도 할 수 있는 역량도 됐고 투자도 가능해져서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눴죠. 아무래도 ‘베테랑’과는 대하는 자세가 다르죠. 우리나라 역사잖아요. 단순히 흑백논리로 나누고 싶진 않았고 정확한 시선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정직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데 의미가 있는 거죠. 우리의 역사고 삶이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올해 저에게 가장 큰 일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2016년 ‘검사외전’에 이어 영화 ‘아수라’, ‘곡성’이 있고, 2017년에는 ‘군함도’가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그 사이에는 셰익스피어 작품인 ‘리차드 3세’로 연극에도 참여한다. 당분간 황정민의 흥행폭주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