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아수라’ 주지훈 “많은 이야기 남기는 작품 되길”
[SS인터뷰] ‘아수라’ 주지훈 “많은 이야기 남기는 작품 되길”
  • 승인 2016.09.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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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에서 문선모(주지훈 분)는 짧게 자른 머리에 품이 넓은 옷을 입고 순박한 모습으로 선배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을 따른다. 우연한 계기로 한도경과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관계를 알게 된 문선모는 한도경을 대신해 형사를 그만두고 박성배의 수행팀장으로 들어간다. 다시 한도경 앞에 나타난 문선모는 더 이상 순박한 후배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을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 취급하는 한도경이 거슬린다. 그는 조금씩 악에 물들어 간다.

영화 ‘아수라’에서 주지훈은 유일하게 선과 악이 변모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 등 걸출한 배우들 사이에서 기가 눌리지 않아야 하는 부담감과 캐릭터에 관한 고심이 상당했을 터인데 그는 배우들에 대한 신뢰로 답을 대신했다.

“신뢰가 있었어요. 어차피 상황이 바뀌면 형들이 절 대하는 게 바뀌니까 잘 받아먹었어요.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해서 잘 따랐어요. 그리고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의 매력이긴 한데 육체적, 감정적으로 10년 중 가장 힘들었는데 계속 달려들게 돼요. 열정이 불타오른다고 하죠. 다들 좀비가 되면서도 부족한 점은 없는지 찾아요.”

‘신세계’의 제작사 사나이픽쳐스와 ‘비트’의 김성수 감독이 ‘아수라’를 위해 뭉쳤고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이 함께 했다. 거기에 조연마저 김원해와 윤제문 등의 걸출한 배우들이다.

“동생이 감히 형님들의 연기를 평할 수는 없고 들은 이야기를 전하자면 원해 형은 연극 데뷔 순간부터 주위에서 천재라고 했대요. 그런 형이에요. 그 형 연기할 때는 정말 입을 쩍쩍 벌리고 봐요. 연기는 잘하는 사람이랑 하면 연기가 는다고 해요. 실제 감정을 전달하니까요. 그러다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나와요. 영화를 보니까 제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와 표정이 나오더라고요. 선배 배우들에 대한 신뢰가 어마어마했죠. 그 배우들을 누군들 신뢰를 안 하겠어요(웃음). 다들 귀신들이죠. 우성이 형이 약 올리면 정말 열 받고 정민이 형이 쳐다보면 실제로 무섭고 그랬죠.”

   
 

주지훈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이 ‘아수라’ 촬영 현장이 가장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배우와 처음 호흡하는 주지훈은 모든 배우가 단점이 없는 ‘배려의 그룹’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원래부터 우성이 형은 젠틀할 거라 생각했고 정민이 형과 동원이 형은 친해지면 장난이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만식이 형은 묵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나보면 완전 귀염둥이예요. 사슴 같은 사람이죠. 자신이 가진 외관으로 인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걸 자신도 모르게 충족시켜주려고 거칠게 하는 거지 사슴 같은 사람이에요.”

배우들의 유쾌한 현장과 달리 영화는 시종일관 무겁다. 처절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만큼 극 중 한도경을 비롯한 인물들은 벗어날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몰린다. 악은 직접적인 폭력으로 표현돼 다소 자극적인 장면들도 등장한다. 악인만이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와 그 속에서 물들어가는 문선모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주지훈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으로 대체했다.

“‘어쩔 수 없음’을 리얼하고 처연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정도까지 절벽 끝으로 몰아넣어야 그들의 행동에 설득력이 있어요. 영화에서는 폭력으로 표현되지만 저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생각하며 이입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정신적인 질환이 많은 문제를 낳는데 간과했던 것 같아요. 정신적인 문제는 실제로 피가 보이거나 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만성질환이나 불면증, 두통 같은 것들이 삶의 질을 굉장히 격하시켜요. 실제로 요즘은 평범한 분들도 공황장애를 많이 겪잖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삶 때문에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고 견디죠. 저도 사실 몇 년째 잠을 잘 못자고 있어요. 이런 어쩔 수 없음을 생각하며 작품에 들어갔어요.”

   
 

주지훈은 2006년 드라마 ‘궁’에 주연으로 출연해 주목을 받았고 그해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고 하이틴 스타는 깊은 감성을 지닌 배우로 성장했고 연기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여유가 생겼다.

“조금 어른이 됐다고 느끼는 게 예전에는 ‘궁’을 보기 싫었어요. 작품이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못했으니까요. 가장 처음이니 가장 못했을 거잖아요. 나이가 드니까 ‘궁’을 흐뭇하게 볼 수 있게 됐어요. 나에게 저런 시절과 감정이 있었다는 게 좋은 마음으로 보여서 스스로 어른이 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30대가 되니 20대 만큼 화낼 기운도 없고(웃음) 화가 나도 예전보다 깊지 않아요. 어릴 때는 누구와 싸우면 진짜 한참동안 안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상처받는 일이 생겨도 다음날 다시 보게 돼요. 내가 불편한 만큼 상대방도 불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20대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하이틴물을 더 많이 할걸’이라는 생각을 해요. 지금 하기엔 괴리가 있으니까요. 당시엔 다음에 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지금 와서 보니 지금도 청춘이지만 어쨌든 외관이 변하고 연륜에 따른 아우라가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는 ‘다음에 하지’라는 생각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하자’로 바뀌었어요. 뮤지컬, 연극도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작품도 있었는데 꼭 작품이 결정된 다음 연락오고 그래서 못했어요.”

앞서 주지훈은 애착이 많이 남는 작품으로 ‘좋은 친구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응하지 않았다. 주지훈은 ‘아수라’에 관해 많은 이들이 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영화를 찍고 드라마를 찍는 사람들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굳이 글과 영상으로 옮기는 거죠. 관객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영화는 사람들이 보라고 만든 거니까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대화를 많이 하길 바라요. 영화를 본 후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영화에 자신을 대입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요. 그러면 두 시간의 영화로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채워준다는 뿌듯함이 생길 것 같아요.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은 문화라고 생각해요. 호불호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 자체가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