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걷기왕’ 심은경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프로 고민러’의 고민 해결
[SS인터뷰] ‘걷기왕’ 심은경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프로 고민러’의 고민 해결
  • 승인 2016.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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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은 2014년 영화 ‘수상한 그녀’로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갑작스런 수상에 아이처럼 우는 그녀의 모습은 김희애, 전도연 등의 선배 여배우들에게 ‘엄마 미소’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워낙 그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던 터라 영화 ‘걷기왕’으로 돌아온 심은경에게 당시 상황을 다시 물었다. 심은경은 “수상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고 집에 가서 뭐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다”며 부끄러워 해 다시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76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써니’, 누적 관객수 865만 명의 ‘수상한 그녀’로 심은경은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심은경은 영화 ‘널 기다리며’, ‘로봇, 소리’, ‘부산행’, ‘서울역’ 등 장르와 역할을 불문하고 독보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남성위주의 작품이 지배적인 국내 영화 시장에서 이제 겨우 20대 초반의 여배우가 이룬 성과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녀가 지닐 부담감을 생각하면 안쓰러움이 앞선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자의 길을 걸어 온 심은경은 우리가 보는 것과 달리 매 작품이 고비였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본인을 괴롭히고 위축시켰다. 슬럼프에 빠져 있는 그녀에게 ‘걷기왕’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영화의 메시지에 그녀는 위로를 받았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좋았어요. 엔딩이 함축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만복이라는 캐릭터의 연기적 매력에도 빠져있었어요. 과장된 코미디도 없었고 평범하게 물 흘러가듯 캐릭터의 성격이 그려지면서 그 속에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영화 ‘걷기왕’(감독 백승화)은 무조건 ‘빨리’, ‘열심히’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선천적 멀미증후군 여고생 만복(심은경 분)이 경보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그녀를 포함에 ‘달리기’라는 경쟁에 지친 모두에게 영화는 ‘걷기’라는 여유를 선사한다.

“진심으로 저에게 이야기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전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미래에 불안해하던 시기가 떠올랐어요. 만복이 안쓰러워 보였고 뭉클했어요. 원래 제가 출연한 작품을 더 냉정하게 평가하는 편이고 제 연기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하는 성격인데 이번 영화는 달랐어요. 영화 자체를 즐길 수 있어서 개인적인 의미도 큰 영화예요.”

   
 

심은경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민이 많다. 연기에 대한 불안감은 답을 규정할 수 없기에 더욱 깊어진다. 매 작품이 그녀에게 고비였고, 흥행의 성패보다는 ‘연기를 해도 되는 사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많았다. 그런 시기에 만난 ‘걷기왕’이었기에 더욱 소중했고, 따뜻하고 유쾌한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연기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하면할수록 모르겠고 제 자신과의 싸움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모르겠는 때도 있어요. 그러다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깨닫는 순간이 와요. 그런 순간의 반복이 결국 연기를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말도 감사하긴 하지만 ‘나에게 맞는 말일까?’라는 생각도 들고 쑥스럽기도 해요.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994년생, 올해로 23살이다. 나이처럼 앳된 얼굴의 그녀지만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프로 고민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고민이 많다. 그 나이에 맞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충고에 자신을 바꿔보려고 시도했지만 역효과였다. 고민만 더 쌓였다. 스스로 인정하자 오히려 걱정에 관대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걷기왕’에서 심은경은 캐릭터를 설정하려고 무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평소 성격대로 만복이를 만들어 갔다.

“멀미하는 부분만 빼면 평소의 제 모습을 그렇게 생각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연기적 과장은 있지만 맹하고 어리바리한 모습들은 저와 같아요.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만복이가 넌지 심은경이 너인지 모르겠다’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어요. 저는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촬영 전까지는 고민도 너무 많고 부담도 돼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면 제가 어떻게 촬영하는지도 잘 모를 만큼 빠져들어요. 그래서 감정신을 찍고 감정을 추스르는 것도 힘들어 해요.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올해 심은경은 ‘로봇, 소리’와 ‘서울역’에서 목소리, ‘부산행’에서 특별출연으로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다. 주연으로 참여한 ‘널 기다리며’, ‘걷기왕’에 이어 ‘조작된 도시’, ‘궁합’, ‘특별시민’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래 여배우 중 가장 독특하며 독보적이다.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제 연기를 잘 보여줄 수 있고 매력적이라 느껴지며 주저 없이 선택하는 편이에요. ‘부산행’과 ‘로봇, 소리’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라 생각해서 참여했어요. ‘부산행’에서 좀비연기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좀비 분장을 2시간 정도 받았는데 ‘아, 재미있다. 여기 피칠 좀 더 해주세요’이러면서 분장을 받았어요(웃음). 감독님과 짧았지만 호흡도 잘 맞았어요. 쫑파티도 다녀왔고 선배님들도 저를 잘 챙겨주셨어요.”

심은경은 장르와 역할을 불문하고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 어려서부터 다양성 영화를 좋아했던 심은경은 “다양성 영화만이 가진 개성과 연기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이런 영화들이 많아지면 한국 영화계가 많이 발전할 것 같다. ‘걷기왕’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편 ‘걷기왕’은 10월 19일 개봉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