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풀버전- 형] 조정석·도경수, ‘뻔한 전개’도 ‘Fun’하게 만든 미친 호흡 (리뷰)
[영화풀버전- 형] 조정석·도경수, ‘뻔한 전개’도 ‘Fun’하게 만든 미친 호흡 (리뷰)
  • 승인 2016.11.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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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감독: 권수경

출연: 조정석(고두식 역), 도경수(고두영 역), 박신혜(이수현 역)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초이스컷픽쳐스 

개봉: 2016년 11월 24일

크랭크인: 2015년 10월 19일

크랭크업: 2015년 12월 31일

장르: 브로 코미디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 줄거리

유도 국가대표 고두영(도경수 분)은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사기전과 10범의 형 고두식(조정석 분)은 눈물의 석방 사기극을 펼친다. 하루아침에 앞이 깜깜해진 동생을 핑계로 1년간 보호자 자격으로 가석방 된 두식.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던 뻔뻔한 형이 집으로 돌아오고 보호자 노릇은커녕 두영의 삶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데….

■ 메인 예고편

 

■ 감독&주연배우

“관객들과 함께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싶었다. 곁에 있는 분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권수경 감독은 ‘맨발의 기봉이’를 시작으로 ‘가족’의 의미를 영화 속에 담기 시작했다. ‘맨발의 기봉이’는 당시 엄마와 아들 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모자의 애틋한 가족애를 그려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감동뿐만 아니라 코믹 요소까지 적재적소에 겸비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형’은 조정석, 도경수를 필두로 일반적인 형제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최대한 나의 색깔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밉거나 나쁘지 않은 ‘두식스러움’을 많이 생각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관상’에 이어 드라마 ‘질투의 화신’까지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현재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팔방미인 조정석은 ‘형’을 통해 코믹 연기의 정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정석은 현란한 대사에 완벽한 연기력으로 두식의 사기 행각을 밉지 않게 그려낸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감정이 그대로 표현이 된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

그룹 엑소(EXO)의 멤버이자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이어 영화 ‘카트’, ‘순정’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도경수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으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유도선수가 된 두영을 위해 강도 높은 트레이닝과 실제 유도 기술 훈련을 강행하는 열정을 보였다.

■ 기자의 눈

‘형’에서 조정석과 도경수가 보여준 완벽한 연기 호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관용구를 만들어냈다. 전형적인 전개와 스토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충분히 재미있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전도유망한 유도선수 두영은 오직 금메달을 위해 청춘을 바쳐왔다. 부모님을 잃고 오직 운동에만 매진하던 두영은 시합도중 강한 충격을 받고 갑자기 앞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한다.

교도소에는 사기 전과 10범 두식이 가석방 심사를 받고 있다. 그는 콘셉트인양 성경책을 안고 세상 착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는 성경책 사이에 고이 모셔둔 동생의 기사를 건네며 거짓 눈물을 흘린다. 사고로 세상과 단절된 동생, 동생의 사고를 기회로 세상 밖으로 나온 형. 영화는 그동안 서로를 배제하고 살아오던 두 형제의 기막힌 동거를 통해 가족애와 형제애를 일깨운다.

   
 

오랜 기간 떨어져 잊고 살았던 형제의 동거로 시작하는 영화는 초중반을 코미디에 할애한다. 동생의 보호자 자격으로 가석방된 두식은 눈이 보이지 않는 동생을 돌보기는커녕 등쳐먹을 생각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뀌긴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동생에게 라면을 먹이고 자기는 혼자 햄을 구워먹는 등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밉상의 끝을 보여주지만 의외로 그 모습이 밉지 않다. 이는 두식을 연기한 조정석의 힘이 크다. 조정석은 특유의 잔망스러움을 십분 발휘해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렸다. 대사에 대부분이 비속어지만 구수한 맛을 내며 대사 사이를 채우는 독특한 호흡과 리듬감은 보고만 있어도 웃음을 유발한다. 대사 대부분이 애드리브처럼 느껴지는 건 분명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아이덴티티다.

도경수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의 가능성을 완벽히 입증했다. 유도선수,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과 함께 웃음과 감동 모두를 자아내는 폭넓은 연기를 선보여야 했던 도경수는 조정석과 상반된 톤으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가며 시너지를 만들어 갔다.

   
 

영화는 ‘웃음 끝 감동’이라는 비슷한 류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내러티브의 틀을 그대로 답습한다. 연출 역시 새로운 점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신파로 흘러가는 후반부에서 인물들이 병원에 가거나 혹은 전화를 하는 장면 등에서 관객들은 이미 수없이 봐온 데자뷰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재미있다. 크게 색다른 점이 없음에도 보는 이들이 웃고 우는 건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과 가족애라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 때문이다.

대중들이 강하고 독한 영화에 다소 지쳐있다는 것은 ‘럭키’의 성공으로 입증된 셈이다. 무엇보다 ‘형’은 답답한 시국 속 따뜻한 웃음을 선사할 영화가 될 것이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