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풀버전- 판도라] 절망은 언제나 희망과 함께 존재한다 (리뷰)
[영화풀버전- 판도라] 절망은 언제나 희망과 함께 존재한다 (리뷰)
  • 승인 2016.1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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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감독: 권수경

출연: 김남길(재혁 역), 김영애(석여사 역), 문정희(정혜 역), 정진영(평섭 역), 이경영(총리 역), 강신일(공씨 역), 김대명(길섭 역), 유승목(감씨 역), 김주현(연주 역)

제공/배급: NEW

제작: ㈜CAC 엔터테인먼트

개봉: 2016년 12월 7일

크랭크인: 2015년 3월 7일

크랭크업: 2015년 7월 21일

장르: 드라마, 스릴러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6분

   
 

■ 줄거리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원자력 폭발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 앞에 한반도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믿고 있던 컨트롤 타워마저 사정없이 흔들린다. 방사능 유출의 공포는 점차 극에 달하고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 폭발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발전소 직원인 재혁(김남길 분)과 그의 동료들은 목숨 건 사투를 시작하는데….

■ 메인 예고편

 

■ 감독&주연배우

“지난 세월 동안 배우고 겪었던 모든 것을 집약해서 만든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45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재난 영화 ‘연가시’의 박정우 감독이 4년 만에 국내 최초로 원전을 소재로 ‘판도라’의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박정우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화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전과 관련된 전방위적인 자료조사를 펼치고, 발전소 내부를 살피기 위해 직접 해외 답사를 가는 등 현실적인 원자력 발전소의 구축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에 절망이라고 여겨지는 상황들이 나온다. 그런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걸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한다.”

드라마 ‘선덕여왕’, 영화 ‘무뢰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을 통해 인상깊은 연기를 펼쳐온 김남길은 ‘판도라’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시골 마을 청년으로 변신해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 기자의 눈

우리가 절망하지 않아도 되는 건 희망이 언제나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 ‘판도라’의 제목은 그리스 신화에서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을 안긴 인물 판도라에서 따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시키고 있으며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다.

일본의 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여러 나라가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 정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강진이 경주에서 발생하며 우리나라도 지진은 물론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영화는 원자력 발전소를 우리가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한다.

국내 최초로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판도라’는 발생해서는 안 되는 강진과 원전사고를 치밀하게 시뮬레이션한다. 감독은 지진과 원전사고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오랜 기간 전문 서적과 다큐멘터리, 자문 등을 통해 전방위적인 조사를 거쳤다.

영화는 사고 이후 대피하는 평범한 시민들, 사고가 발생한 원전의 직원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관계자들로 구성된 컨트롤타워, 구조팀 등으로 나눠 이야기를 진행한다. 영화는 원전이 폭발할 위험에 처하지만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들과 혼란을 막기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컨트롤타워 등을 통해 현 시국을 꼬집는다. 이는 과거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을 연상케 해 더욱 보는 이들의 울분과 슬픔을 자아낸다.

‘판도라’에 등장하는 대통령은 실세인 총리에 막혀 재난의 상황마자 파악하지 못하며 결단력 없는 모습으로 사태의 초기 진압에 실패한다. 결국 컨트롤타워는 부재한 것과 마찬가지며 시민들은 제 몸을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재난의 발생, 무능력한 정부, 영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큰 플롯은 이전 재난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도라’가 가지는 힘은 사실적인 묘사와 매끄러운 CG, 현 시국과 딱 맞아 떨어지는 절묘함이다.

영화는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자연스러운 CG로 몰입을 높인다. 오랜 기간의 조사로 평소 알지 못했던 원전의 내부는 물론 재난 이후의 상황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판도라’에서 김남길이 연기한 원자력 발전소 직원 재혁은 가장 현실적이며 동시에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인물이다. 아버지와 형을 원전에서 잃은 재혁은 원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자 가장 먼저 도망가려 했지만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태 수습에 나선다.

재혁은 할리우드 재난 영화에서 보여주는 영웅과는 차이가 있다. 재혁은 자신의 영웅적 운명을 받아들이고 숭고하게 희생하는 인물이 아니다. 투철한 국가관을 지닌 인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가 그렇게 앞장서 행동하는 것은 가족과 주변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다.

영화에서 재혁은 “국가가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왜 나서야 돼”라며 울분을 토해낸다. 가장 억울한 건 개인이고 국민이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이 희망의 불씨를 키운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