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풀버전- 마스터] 답답한 현실이 그리는 강직한 이상…여전히 믿고 보는 이병헌 (리뷰)
[영화풀버전- 마스터] 답답한 현실이 그리는 강직한 이상…여전히 믿고 보는 이병헌 (리뷰)
  • 승인 2016.1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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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감독: 조의석

출연: 이병헌(진회장 역), 강동원(김재명 역), 김우빈(박장군 역)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집 

개봉: 2016년 12월 21일

크랭크인: 2016년 4월 26일 

크랭크업: 2016년 9월 20일  

장르: 액션, 범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3분 

   
 

■ 줄거리

화려한 언변, 사람을 현혹하는 재능,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으로 수만 명 회원들에게 사기를 치며 승승장구해 온 원네트워크 진회장(이병헌 분). 반년간 그를 추적해 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은 진회장의 최측근인 박장군(김우빈 분)을 압박한다. 원네트워크 전산실 위치와 진회장의 로비 장부를 넘기라는 것.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과 명석한 두뇌로 원네트워크를 키워 온 브레인 박장군은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을 감지하자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진회장은 물론 그의 뒤에 숨은 권력까지 모조리 잡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가는 재명, 오히려 이 기회를 틈타 돈도 챙기고 경찰의 압박에서도 벗어날 계획을 세우는 장군. 하지만 진회장은 간부 중에 배신자가 있음을 눈치채고, 새로운 플랜을 가동하는데….

■ 메인 예고편

■ 감독&주연배우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모두가 한 번쯤은 상상했을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조의석 감독은 2013년 5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 감시반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중심으로 한 치밀한 구성과 서울에서 펼쳐지는 추적과 액션을 감각적인 연출로 담아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신작 ‘마스터’에서 감독은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 서울 도심과 필리핀을 오가는 대규모 로케이션으로 볼거리와 스케일을 더했다.

“참고할 수 있는 롤모델이 많은 세상이라는 게 참담한 일이다.”

2015년 ‘내부자들’에서 권력과 결탁한 깡패 안상구 역을 통해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다시금 입증한 이병헌이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 역을 맡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8년 만에 악역 캐릭터를 선보인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변화무쌍한 면모를 드러내는 진회장 역의 이병헌은 강렬한 이미지의 스타일링과 함께, 보는 이를 현혹시키는 팔색조의 매력과 서늘한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전무후무한 악역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현실을 생각하면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도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발했다.”

강동원은 ‘마스터’를 통해 처음으로 형사 캐릭터를 연기한다.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10Kg 가량 체중을 늘리고 촬영 수개월 전부터 복싱 트레이닝을 받은 것은 물론, 극 중 위험천만한 카체이싱을 직접 소화해내며 부상 투혼도 마다치 않은 강동원은 남성적이면서도 자기 확신이 강한 캐릭터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자신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캐릭터다. 감독님과 상의하고 선배님의 조언을 들어가며 하나하나 만들어 갔다.”

‘친구2’, ‘기술자들’, ‘스물’ 등을 통해 인상깊은 연기를 남긴 김우빈은 ‘마스터’에서 박장군 역을 통해 이병헌, 강동원과 완벽한 연기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촬영 전 제작진과 캐릭터 콘셉트 회의를 함께하며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대사 톤 하나까지 만드는데 공을 들인 김우빈은 날카로움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박장군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완벽히 표현해냈다.

■ 기자의 눈

“이번 사건 완벽하게 마무리해서 썩어버린 머리 잘라낸다.”

조 단위를 주무르는 희대의 사기꾼과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추격전을 다룬 ‘마스터’는 수 만명의 청중들 앞에서 원네트워크의 미래를 말하는 진회장의 연설로 시작한다. 깔끔하게 멋을 낸 슈트를 입고 무대의 중앙에 선 진회장은 치아가 훤히 보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가도 다단계라는 세간의 오해로 인해 고통 받는 회원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눈물을 짓는다. 그는 원네트워크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며 청중들의 마음을 훔친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진회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한 표정으로 코사지를 던져 버리고 차에 오른다.

푼돈을 만지는 사기꾼을 잡범이라고 하고 수천 수억을 만지는 사기꾼을 경제사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조 단위가 넘어가는 사기는?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속이고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진회장은 그들에게 꿈을 선사했다고 합리화한다. 거대한 자금을 무기로 권력을 주무르며 법의 그물망을 빠져나간다. 영화 속 진회장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에서 따왔다. 현실 속 사기꾼은 해외로 도피했고 사망했다는 검찰의 판단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영화는 이러한 답답한 현실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위해 14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쉼 없이 달린다.

‘마스터’는 범죄오락액션 영화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민한 사기꾼은 계속해서 법망을 피해 다니고 이를 추격하는 정의는 벽에 막혀 좌절하다가 마침내 더욱 교묘한 작전으로 올가미를 던진다. ‘베테랑’,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 최근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과 전개에 있어 특이점은 없지만 ‘마스터’ 만의 재미와 매력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기 충분하다.

조의석 감독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한 리듬으로 전개시킨다. 뼛속부터 악인인 진회장은 잔인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끊임없이 합리화하며 무덤덤하게 넘김으로써 오히려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필리핀을 오가며 벌어지는 화려한 카체이싱과 두뇌전은 관객들의 눈과 뇌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병헌은 이번에도 이견이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사기꾼과 배우는 허구를 진실처럼 믿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이병헌은 스크린 밖에 있는 관객들을 완벽히 몰입시키며 허구의 이야기를 진실처럼 속인다. 물론 사기의 피해자와 달리 우리는 그에게 속으며 연기적 쾌감을 느낀다. ‘내부자들’에서 다양한 애드리브를 선보였던 이병헌은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대사와 설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며 신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제 디테일하면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애드리브는 그의 시그니처가 될 것 같다.

정의에는 이유와 타협이 없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김재명은 화려하진 않지만 강직한 모습으로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직자의 모습을 띈다. 강동원은 이번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복싱을 배우고 체중을 늘리고 부상까지 입어가며 열정을 불태웠다. 평면적인 김재명 캐릭터의 아쉬움은 김우빈이 분한 박장군이 해소한다. 주연배우 중 가장 막내인 김우빈은 거의 모든 배우와 호흡하며 스크린을 날뛴다. 그는 양 쪽에서 줄타기하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화려한 액션과 배우들의 호연, 서로를 유인하는 심리전,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영화는 다양한 재미로 가득 채우며 흥행을 예고했지만 모든 사건의 해결이 단순한 해킹으로 해결된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금융범죄를 다룬다고는 하지만 해킹이 만능키가 되는 클리셰는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