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여교사' 이원근, 싱그럽고 해사한 4년차 배우에 대한 고찰
[SS인터뷰] '여교사' 이원근, 싱그럽고 해사한 4년차 배우에 대한 고찰
  • 승인 2017.01.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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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은 아직 채 탐험을 마치지 않은 미지의 공간 같은 배우다.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송재림의 아역으로 데뷔 신고식을 치룬 뒤 어느덧 4년차 배우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이원근은 이뤄 나갈 것이 더 많은 신인 배우의 범주에 속한다. 덕분에 이원근이라는 이름이 아직 낯선 이들도 많지만, 2016년 한 해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이원근이 멀지 않은 미래에 제대로 포텐을 터트리며 대세로 자리매김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원근 역시 자신의 이름을 보다 많은 작품들을 통해 알릴 수 있었던 2016년 한 해에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2016년은 너무나 감사한 해예요. 특히 ‘여교사’ 촬영 이후에(2015년 촬영)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감사하게도 찍어왔었어요. 그래서 여교사는 제 인생에서 정말 너무나 큰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로 인해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 다음부터 한 두 작품씩 출연할 수 있었었으니까요. 특히나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었던 2016년은 너무나 소중한 해라고 단정지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원근 자신에게 전환점이 되어줬다는 영화 ‘여교사’. 2015년 촬영을 마친 여교사는 1년이 훌쩍 지난 2017년 1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이원근은 고등학교 무용 특기생 재하 역할을 맡아 해맑고 순수한 모습부터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영악함까지 스펙트럼 넓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이원근에게 ‘여교사’는 첫 영화 데뷔작이다.

“‘여교사’가 제 첫 영화 데뷔작이에요. 그래서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를 할 때도 제가 무슨 말을 들었고,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꿈같았어요. 그냥 그 자리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이 영화가 없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거라는 생각 때문에 너무나 감사했었어요.”

첫 상업 장편영화 데뷔는 이제 아직 신인 티를 채 벗지 않은 배우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여교사’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을 들었을 때는 날아갈 것만 같았어요. 오디션을 봤었는데, 이 영화가 정말 너무나 하고 싶었고 감독님도 너무 좋은 분이라는 것을 오디션을 통해 뵈면서 알아왔기 때문에 연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절실했었거든요. 또 영화라는 작업도 너무나 해보고 싶었었고요. 그래서 ‘출연하자’ 하셨을 때는 등에 날개가 달린 듯 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거죠. 영화 속 재하라는 아이는 무용을 해야 하는데 저는 무용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노력과 책임감이 그만큼 필요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무용 연습하는데 까지 찾아오셔서 응원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셨던 감독님과, 서툰 저를 끝까지 잘 지도해주셨던 발레 선생님 덕분에 촬영까지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즐거웠던 기억도 있고.(웃음)”

   
 

이원근은 91년생으로 올해 26살이지만,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부터 ‘여교사’, 크랭크업 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괴물들’까지 모두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연기를 선보였다.

이원근은 “학생 역을 자주할 수 있는 것은 저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저도 물론 정장을 입고 성인연기도 하고 싶지만 그건 어차피 제가 30대가 되어가면서 차차 할 수 밖에 없는 역할들이잖아요. 그러니 지금 제가 학생 역할을 하는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거부감이나 그런 것들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폭이 넓은 것 같아서 좋죠.”

이어 이원근은 그같 맡아왔던 학생 역할과는 또 달랐던 ‘여교사’ 속 재하 역할에 대한 김태용 감독의 디렉팅에 대해 덧붙였다.

“‘여교사’에서 김태용 감독님께서 주문하셨던 것이 앳된 말투, 앳된 톤, 늘 백프로를 보여주면 안된다는 거였어요. 제 모습에 애같은 말투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애처럼 네가 이 말투에 입혀저’라고 말씀하셨었거든요. 제 멍한 표정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느 날에는 촬영 중에 대사를 까먹은 뒤에 멍하니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그 표정이 너무 좋다면서 대사를 불러주시고 그대로 계속 촬영했던 적도 있어요. 영화 속에서 ‘재하’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지금 제가 고등학생 아이와 대화를 하면 그 아이의 감정을 알 수 없듯이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최대한 생각을 감춰서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이런 의문이 들도록요. 후시를 할 때도 발음 씹힌 것, 그런것 마저 좋다고 하셨어요. 아이처럼 떨리는 호흡과 갓난아기같은 울음. 그런 것들을 디렉팅 해주셨었죠.”

영화를 보다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없으면서도 고등학생 같은 해사함 속에 섹슈얼함이 느껴지는 이원근의 눈빛 때문에 마치 내가 여교사가 된 것 처럼 빨려드는 지점이 있다.

“그런 표정을 짓는 장면을 촬영하던 당시에 저는 촬영을 준비하면서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다가오시더니 ‘원근아, 그거야’라고 속삭이고 가시는거에요. 그래서 정말 그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만히 있었어요. 소리 소문없이 카메라가 돌아가고, 한 번만에 신이 완성됐는데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저 자체로도 뭔가가 있으니까 꾸며내지 않아도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다른 장면들도 제 있는 모습을 많이 살려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만의 싱그러움, 해사함, 말갛게 짓는 미소까지 ‘여교사’ 속 이원근을 보고 있자니 남자판 ‘은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교와 재하는 외로움을 안고 있는 고등학생과 그들에게 사랑을 주는 주변 사람들의 관계까지 묘하게 닮아있었다.

“디렉션을 주실 때는 그 신만 생각하라고 하셨었어요. 전에 어떻게 생각하지 말고, 웃을 때는 그냥 웃고 울 때는 그냥 울고. 감독님께서 계속 말씀하셨던 것 중에 하나가 제가 특이하게 웃을 때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오묘한 느낌이 있는데 그런 묘한 느낌을 살리라고 말씀해 주셨었거든요. 그래서 멍하니, 애같이, 호흡도 불안정하고 그런 것들을 많이 살리기 위해 노력했었어요.”

첫 영화에서 이원근은 김하늘, 유인영과 함께 농도 짙은 베드신까지 소화했다.

“스킨십, 베드신 촬영 때는 제가 더 위축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저는 후배고 선배님들은 선배님이시고 이걸 떠나서 남자와 여자의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남자인 제가 ‘부끄러워요’ 이러면 오히려 선배님들을 떠나서 여자이기 때문에 더 힘드셨을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 때 만큼은 더 당당하고 대사를 건넸던 것 같아요. (속마음은?) 속으로는 너무너무 떨렸죠. 그런 애정신에도 어느정도 합이 존재하는데, 제가 실수를 하거나 이러면 다시 촬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모두가 힘들어지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교사’의 시사회가 끝나고 난 후 언론과 평단에서는 앞다투어 ‘2017년 문제작’이라는 칭호로 영화를 지칭했다. 제자와 선생과의 위험한 관계, 금수저-흙수저 계급문제 등 담고 있는 메시지가 상당히 무겁고 논란이 될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 이에 대한 이원근의 생각도 궁금해졌다.

“사회적으로는 분명히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과 제자, 나아가 ‘여성혐오’까지 해당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편견들을 깨고 보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절대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선배님들의 섬세한 연기나 수많은 메시지, 열등감, 질투, 등이 표현되어 있으니 그런 부분들로 보시면 남다른 메시지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는 거에요. 편견없이 보시면 ‘마냥 그런 영화 만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원근은 ‘여교사’ 이후 ‘괴물들’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괴물들’에서 이원근은 폭력으로부터 하루하루를 버티는 처지지만 한 소녀만은 지키고 싶었던 고등학생 ‘재영’ 역을 맡는다.

이원근은 ‘괴물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아팠던 과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생각지 못한 이원근의 이야기에 놀라우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왔다.

“제 학창시절은 밝지 않았어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거든요.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사춘기, 학창시절 추억들이 있어요. 학창시절의 저는 반항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저를 때리고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반항을 해 본 적도 없었고요. 그런데 이 역할은 반항을 하고 결과를 뒤집으려 하는 캐릭터거든요. 그런 모습이 너무나 와닿았어요. 왜 나는 저 대 저렇게 말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들이 울분처럼 다가왔어요. ‘괴물들’ 촬영을 위해서 몇 달동안 부산에 있으면서 숙소생활을 했었는데 어느날 꿈을 꿨는데 제가 과거 속 그 친구들에게 맞고 있더라고요. 실제로 꿈에서 깼는데 제가 울고 있었어요, 그 때 기억들 때문에. ‘괴물들’이 영화 자체가 너무 어둡기 때문에 그런 꿈을 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날 촬영장에서 많이 힘들어했는데 감독님이 배려를 해 주셔서 감정적으로 더 힘든 신을 앞당겨서 촬영해 주셨어요. 찍으면서 너무 힘들고 눈물도 나고 그랬는데 찍고 나서 보니까 ‘감독님 고맙습니다’ 이런 농담도 나오게 되더라고요.(웃음)

과거의 사춘기 때나 학 창시절의 저는 그 경험으로 인해서 변한 것들이 너무 많아요. 트라우마도 있고, 그래서 학생이신 분들이 학교폭력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생이 아닌 어른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어서, 시간이 흘러 조금 더 제가 큰 사람이 된다면 학교폭력에 대해서 조금 더 우리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캠페인이 됐든 뭐가 됐든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담담하게 자신의 마음 속 상처를 털어놓는 이원근은 그 때 기억은 앞으로도 지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연기’가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되어주고, 앞으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이 참으로 고마웠고, 대중의 앞에 선 배우 이원근이 더욱 감사한 존재로 다가왔다.

   
 

20살, 우연한 기회에 얻은 기회로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원근의 목표도 궁긍해졌다.

“형식적일 수도 있지만 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성장하는 저를 발견해 주신다면 배우로서, 인간 이원근으로서 너무 큰 축복인 것 같아요. 배움이라는 것이 즐겁고, 때로 괴롭기도 하지만 그 후의 결과를 본다면 더욱 좋은 것들이 많이 느껴질테니 그걸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2016년 한 해 제대로 연기 생활에 시동을 건  이원근은 앞으로 쉼없는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 소망도 함께 내비쳤다.

“기회가 된다면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쉬는 동안에도 꾸준히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머리든 몸이든 꾸준히 준비를 계속 해 왔기 때문에 긴장이 풀린 상태가 아니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 또 한 번 달려보고 다시 한 번 힘 써 볼 것 같아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