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사랑해달라’던 구혜선이 지금은 ‘겸사겸사 오라’고 한다
[SS인터뷰] ‘사랑해달라’던 구혜선이 지금은 ‘겸사겸사 오라’고 한다
  • 승인 2017.01.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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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겸사겸사 와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구혜선이 7년 만에 개인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를 기념한 인터뷰에서 구혜선은 7년 전 전시회와의 달라진 점, 이렇게 솔직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4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구혜선 개인전 ‘dark YELLOW’ 오픈 행사 및 인터뷰가 진행됐다.

구혜선은 2009년 첫 번째 전시회를 연 뒤 7년 만에 작품으로 팬들과 만난다.

전시 소감에 대해 구혜선은 “준비할 게 많아서 내가 이걸 왜 했지? 싶었다. 7년 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태도다. 전에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20대에는 내 얘기를 하고 싶은 게 더 많았다. 지금은 제가 이해받고 싶은 생각보다 오시는 분들이 여기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그런 태도의 변화가 있다. 이런 의미에 대해 고민을 혹시 할까? 그 고민이 뭘까 그런 생각을 하는 그런 생각을 한다”라고 고백했다.

전시관에 걸린 구혜선의 그림들 안의 공통점이 있다면, 삼각형이 많았다는 것. 삼각형 안의 선, 또 그림 안의 구불구불한 선, 노랗게 칠해진 칸 등이었다.

이에 대해 구혜선은 “삼각형은 도형 중에 가장 적은 선으로 만들어진 도형이지 않나? 사각과 다르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쪽이 얇아지고 두꺼워지고 균형이 맞춰지는 게 삼각형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최근에 건물 이런 것 보면 사각형으로 잘 이뤄져 있지만 모서리 부분은 멀리서 보기에 삼각형으로 이뤄져 있고 한 축 만드는 균형 무게감 질서에 대해 살아가는 인생도 치우치면 다른 게 따라와 균형을 맞추는 구나 싶어서 삼각형에 대해 다뤘다. 질서를 담았다. 그 안에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잡념을 담았다면 테두리 틀은 불규칙해 보이지만 무게 중심과 균형 잡고 있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구혜선과 일문일답

▶ 전시회 설명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의 색을 표현한다?’고 나온다.

계속 하다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성적이 안 나왔을 때 공부하면 좋은 성적 나오는 것과 달리 이건 자본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자본적 결과 내지 못하면 투자 어렵고 내 마음으로는 이런 것 하고 싶었는데 손실 났을 때 다음 게 어려운 현실의 벽이 있었다. 일찍 경험을 했다. 누군가는 쟤는 하고 싶은 것 다하고 꿈도 이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현실을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장편 영화 3개를 만들었는데 다 안됐다. 그렇게 되면 장편을 하자는 사람이 없다. 시도는 계속 할 거다. 만들고 얘기하고 싶은 것 있지만 결과가 잘 나지 않을 때는 기대감이 줄어들지 않나? 현실들도 이제는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게 다른 쪽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남아있다.

▶ ‘프로도전러’란 평가가 있다

어떻게 보냐에 따라 다르다. 좋은 방향으로 보면 제가 하는 일이 ‘저 친구가 야무지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불편한 마음이면 하는 것 자체도 불편할 거다. 다양한 의견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본다. 남이하면 ‘저사람 저거 왜해?’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러다 ‘나도 하지’ 이런 생각을 한다.

▶ 다 잘해서 특별한 게 없지 않나?

다 잘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난 못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 적 있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단편적인 모습이다. 취약한 게 많은데 직업상 보여줄 기회가 없다. 사실 제가 잘하는 것은 예술적인 표현 잘한다고 보기 어렵고 뭐를 진행해서 거기까지 끌고 가는 것을 잘하는 것 같다. 전투적인 부분이 있다. 안 한다고 하면서 또 한다.

▶ 일관되게 표현하는 게 있다면

질서다. 근래에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안 치우던 방을 치우거나 정리를 하는 생활 버릇이 달라졌다. 필요 없는 것은 사지 않는다. 삶의 질서를 찾아간다. 그런 게 표현이 됐다. 강박이 아닌, 내 맘대로 사는 게 자유로울 줄 알았다. 마음대로 살아서 그것에 대한 책임 감당할 수 없는 감정 기복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삶의 질서 중심을 가지니 자유로워졌다.

▶ 가장 어려운 것은?

금전적인 부분이다. 그게 어찌됐건 다 배제하고 꿈만 찾을 수 없다. 손해가 날지 안 날지 계산한다. 준비에 따라 금전적 투자 손실이 따르지 않나? 그게 첫 번째로 준비할 때 어려움이다. 영화할 때도 늘 그랬다. 어쩔 수 없이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거라 뭘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임장에서는 그것까지 생각할 때 아프다.

나 혼자 좋다고 해도 되는데, 보여주려는 이유가 뭔가 의문이 들었다. 어려서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이제는 이 세계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어떤 의미고 그들에게 어떤 것 찾아갈 수 있을까? 고문이 길어지고 쉽지 않았다. 하고나면 늘 많이 창피하다. 하기 전 마음과 다르게 영화도 찍고 나면 내가 왜 했지? 해야만 했었나? 이야기를 하는데 두려움이 있다.

▶ 전시회를 찾는 관객들이 어떤 시선으로 봐주길 바라나?

이 장소를 선택한 이유가 다른 전시를 보다 겸사겸사 들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오지 않았을 것 같다. 무료 전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을 추구했다. 어느 지방에서 개인전 했을 때 거기까지 오기 쉽지 않을 거다. 겸사겸사 발걸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잡지사면 들어오는 부록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이런 사람은 이런 일생을 살고 공감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것도 있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 그림 그리는 게 어려웠을 텐데 이런 마음처럼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림 보러갈 때 꼭 시간에 제한 있거나 편하게 걸음 따라 보고 싫으면 지나가지 않나? 그림을 겸사겸사 볼 때가 많았다. 그림을 발견했을 때 좋게 마음이 갔다. ‘봐주세요’ 이런 것으로 접근하면 분명히 좋지 않은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편하게 와도 좋을 것 같다.

7년 전에는 상큼하길 바랐다. ‘사랑해달라 봐주세요’라고 말을 했다. 그게 현실의 벽이었다.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정해진 대답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인기가 많아서 많은 분들이 와서 봤다(웃음). 그때는 그렇게 보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많이들 오시는 구나 싶었다.

▶ 전시가 끝나면 그림은 판매하나?

그림이 얇고 종이인데 액자가 되면서 크기가 커졌다. 집에 둘 공간이 안 된다. 선물을 주거나 한다. 이전에는 제 기록물을 콜렉터처럼 쌓았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다시 집으로 오지 않았으면 한다.

구혜선 개인전 ‘다크 옐로우(dark YELLOW)’는 오늘(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7전시실에서 진행된다. 관람료 무료.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