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더킹' 조인성, 유쾌하고 거침없는 마성의 배우
[SS인터뷰] '더킹' 조인성, 유쾌하고 거침없는 마성의 배우
  • 승인 2017.01.15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인성은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장난기 넘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진정한 편견의 탈피였다.

98년 모델로 첫 데뷔 신고식을 치른 뒤 어느덧 20년차 배우가 된 조인성은 왠지 조용하고 진지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 같다는 기자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놓으며, 180도 반대의 매력으로 인터뷰 내내 놀라움을 선사했다.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더 킹’ 속 왕이 되고 싶었던 검사 박태수 역으로 돌아온 배우 조인성을 만났다.

‘더 킹’은 지난 12일 시사회가 끝난 직후 각종 매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실제 우리 사회의 내면을 소름끼칠 정도로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개봉 전임에도 예비 관객들의 엄청난 관심의 중심에 섰다. 그런 영화 ‘더 킹’에서 조인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어찌보면 ‘태수의, 태수에 의한, 태수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영화를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봤어요. 잘 몰랐었는데 정말 제가 너무 많이 나오나 싶을 정도로,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많이 나오더라고요. 처음 이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영화가 혹시 나 때문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영화가 태수고, 태수가 영화니까요. 그 부분에 대한 중압감이 계속 오더라고요. 그래서 ‘큰일났다, 괜히 선택했나. TV를 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웃음) 어디 좀 숨어 있다가 한 번씩 등장해 신비롭게 보이는 작품들도 있는데 이건 너무 대놓고 ‘주인공입니다’ 하는 것 같아서 영화가 선을 보이게되면 되게 혼나거나 아니면 고생했다고 칭찬을 받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겠지만 못하면 욕을 두 배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한 번 해 보자 하는 생각이요.”

실제로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 까지 조인성은 얼굴이든, 목소리든 매 장면 속에 등장한다. 돌이켜보면 조인성은 유난히 주인공으로써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해야 하는 영화에 많이 출연해왔다. 누군가에게는 꿈일지도 모르는 엄청난 분량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분량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요즘에는 많은 배우분들이 함께 나와서 딱 치고 빠지면 영화가 완성되는 ‘멀티 캐스팅’ 세상이 됐잖아요. 그런데 나한테는 또 왜 이런 작품이 들어오지 하는 생각이었어요.(웃음) 비열한 거리가 100회, 쌍화점 120회 이상, 더 킹도 104회나 촬영해야하는 영화였거든요. ‘나는 왜 이런 작품들만 끌리지’하는 느낌이 들었었어요. 이렇게 많인 장면에 등장해야 하는 영화는 그만큼 중압감, 책임감도 큰데 그럼에도 영화를 한다면 드라마에서 다루지 못하는 소재를 다루고 싶다는 욕망이 제일 컸어요. 드라마는 제시 형태라면 영화는 공감형이거든요. 제시형과 공감형이 함께 있는 영화는 드물어요. 그래서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태수가 보는 세상이거든요. 태수가 어린시절을 겪고,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서 일련의 고민과 선택을 하게되고 그에 따라 자리가 바뀌는. 그런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만약 ‘더 킹’이 그냥 검찰을 묘사하기 위한 영화였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게 고민 끝에 선택한 영화 ‘더 킹’은 개봉일을 조율하면서 촬영 당시에는 생각도 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 연말부터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1%의 비상식적인 권력가들과 최연소 검사로 시작해 논란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우병우 전 민정수석, 샤머니즘에 의지하는 웃지 못할 행태 등 웃지못할 현실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설정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더 킹’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검찰의 표적 대상이 됐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밀리에 뒷조사를 했다는 것. 이에 대해 조인성은 “검찰 감시는 직접적으로 당한 적이 없다”면서도 “만약 혹시 ‘더 킹’ 개봉 후 검찰의 감시를 받게 된다면 (이 자리에 있는) 기자님들이 지켜 달라. 또 관객 분들이 지켜주시지 않겠냐”며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저희는 ‘더 킹’을 그냥 풍자 하려고 만들었어요. 희화시키기도 하고. 그런데 갑자기 농단사태가 벌어지면서 이게 합리적인 의구심으로 바뀌는거에요. 저희는 웃자고 만들었는데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진 상태에서 그런 장면들이 나오니까 웃어야 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생각처럼 터지지 않더라고요. 대통령 후보를 맞추기 위해 굿을 하는 장면도 그렇잖아요.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정치권, 검찰이 샤머니즘과 만나서 굿을 하고… 찍을 때는 이게 ‘너무 웃기다’ 하면서 찍었는데 그걸 지금은 이미 모두가 현실에서 겪고, 생각하고 있는 거니까 거기서 이미 한 포인트를 놓치고 가는거에요. 그래서 국정 농단 사태 때문에 저희가 노린 장면들이 실제로 나올 때 마다 ‘어, 나왔네’ 하면서 실망했었어요. 저희가 검찰청 안에서 팔짱을 끼고 밖을 바라보는 것 역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대포카메라 사진과 맞물리면서 약간 김이 새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어쩔 때는 익숙한 게 좋을 때도 있으니까’라고 위로하면서 생각을 바꿨죠. 그런 점에서는 약간 안타깝긴 해요.”

‘더 킹’은 예기치 않게 신랄한 현실 정치 비판과 다소 수위가 높은 조폭의 ‘응징 신’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15세 이상 관람가로 극장에 선을 보인다. 비슷한 맥락의 영화 ‘내부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이다.

“‘더 킹’은 상업 영화에서 시작했어요. 출발이 상업영화니까 15세 관람가 그 안에서 담을 수 있는 걸 최대한 담으려고 했어요. 19세였다면 조금 더 세게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국내 관객들은 태수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게 될거에요. 그러면 태수의 눈과 동화돼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데 그 눈으로 보고싶지 않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15세로 결정을 하고 세상을 바라보게 됐죠. (청소년 관람불가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베드신도 조금 더 세게 들어갈 수 있고, 노출도 조금 더 적나라했겠죠. 그리고 화려한 언변이나 이런 것들이 더 직설적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이번 영화에서 조인성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한강식(정우성 분)의 라인을 타서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권력을 가진 ‘왕’이 되고자 하는 흙수저 출신 검사 ‘박태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박태수’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가치관과의 충돌은 없었냐는 질문에 조인성은 조심스럽게 “저에게 가치관이라는 것이 크게 있을 것 같지 않나. 그런데 사실 저는 가치관이 많이 없다”는 의외의 말로 입을 열었다.

“저는 가치관이 사실 크게 있지 않아요. 그래서 발목잡히지 않아요. 조금 자유롭고요. 물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준법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난 이래야 돼. 이러고 싶어’라고 딱 정해둔 것이 많이 없어요. 취향을 일부러 많이 줄이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시비가 안생겨요. ‘내 취향을 많이 줄이는 게 좋겠다’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시비가 많이 안일어나서 참 좋아요. (취향을 없애는 것이 힘들거나 슬프진 않나?)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오히려 제 취향이 생기니까 제가 괴롭더라고요.”

이어 조인성은 “싫은 일도 용감하게 해내는 법도 배웠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싫지만 용감하게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음, 그런건 어제 같은 시사회요.(웃음) 제가 제 연기를 보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해야하는거에요. 그런 자리에서 영화를 보고 누군가 ‘영화 별론데’라고 말해도 그걸 보고 ‘난 좋은데 넌 왜 싫어’라며 싫어하기보다 인정하면 되는 거에요. 5천만 관객을 다 내 마음처럼 마음에 들게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잖아요. 취향을 버리면 상관이 없어요.”

조인성은 극 중에서 5살 동생인 류준열과 고향 친구 관계로 등장한다. 앞서 류준열은 선배 배우이자 형인 조인성과의 친구 연기에 대해 “인성이 형이 동안이라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또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 역시 편하게 연기 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한 바 있다.

“저도 어릴 때 그런 선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제가 항상 얼어 있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전도연 선배, 고현정 선배, 조재현 선배 등 어마어마한 선배들과 함께 작품을 했었으니까요.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그런데 그 분들이 다 저에게 무척이나 따뜻하게 대해주셨고, 비로소 그 때서야 편해지고 힘껏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배운게 그런거니까 준열이한테도 그렇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거죠. 보면 (도)경수, (김)기방이, (김)우빈이, (류)준열이 모두 캐릭터가 다 달라요. 그러니까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린 이런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면서 편하게 서로를 알아가는거에요. 그렇게 친해지다보니 준열이도 어느순간 저에게 더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죠. 그냥 현장에서 노는거에요 같이. 그래야 좋죠, 집에 빨리가봤자 뭐해요. 어차피 혼자 있어야 하는데.(웃음)”

   
 

조인성은 앞서 차태현, 송중기, 김우빈, 도경수, 임주환, 이광수, 배성우, 김기방 등 절친한 배우들과 자주 만나며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톱스타 사모임’이라는 부러움을 자아낸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역시 도경수, 김기방, 김우빈 등 절친한 배우들의 이름이 종종 등장했다.

조인성은 이날 도경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경수가 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우빈이 사람인 것 같다”며 농담을 던졌다.

“(도경수는 김우빈 라인, 이광수는 조인성 라인이라는 말이 있던데?) 경수가 내 사람인 줄 알았더니 김우빈 라인이었나.(웃음) 경수가 밀당을 잘해요. 어느날 보니까 우빈이가 경수한테 ‘어디야 내 사랑 도경수’ 이렇게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그러니까 경수가 ‘예 형, 저 어디어디에요’ 이런식으로 답장을 바로 하고. 그 때 ‘아, 내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웃음)”

도경수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내며 농담을 던진 조인성은 이어 오래된 연륜의 선배들과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후배들 사이에 선 중간세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우성이 형이랑 저랑 8살이 차이나요. 저랑 우빈이랑 8살 차이나고. 그런데 제가 우성이 형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던 건 (차)태현이 형이 계셨기 때문이에요. 태현이 형이 중간다리 역할을 해 주신거죠. 그러다보니 태현이 형이 가끔 없어도 우성이 형과 저는 또 친할 수 있고. 이렇게 중간다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후배들에게 제가 또 중간다리가 되어주고 싶고. 앞으로 5년 정도만 더 지나면 저희끼리 친목이 더 두터워져서 시상식이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한 명이 상 받으면 나머지가 익살스럽게 장난도 치고. 그런 재미있는 시상식이 되는 날이 올 것 같아요.”

사실 2011년 조인성의 전역 후 첫 영화 복귀작은 ‘권법’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한동안 전해졌었다. 하지만 조인성은 3년 반 정도 ‘권법’을 기다리다가 결국 출연을 고사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됐다. 이 덕분에 조인성은 영화계 ‘의리의 사나이’로 평가받기도 했다.

“‘권법’을 실질적으로 기다린 시간은 3년 반 정도였어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이 끝나고 난 뒤 잘 마무리 지었었죠. 중국과 합작 영화였는데 문화적인 차이가 있더라고요. 국내에선 괜찮지만 중국 정서상 어떤 부분은 다루면 안된다 이런 것들이요. 그런 것들에서 문제가 조금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 때는 제가 아니어도 이 작품이 갈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렇다면 나는 빠져도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작품을 떠나보내게 된거죠.”

그렇게 한 작품을 떠나 보낸 뒤 무려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인성. 그간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마이프렌즈’ 등으로 브라운관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었지만 ‘쌍화점’ 이후 9년동안의 스크린 부재는 팬들을 아쉽게 만들었다.

“노희경 작가님 작품을 하고 그러다보니까 영화로 뵙는게 조금 늦어졌어요. 어쨌든 70분짜리 드라마를 32편을 만든거니까 그만큼 시청자분들과 소통을 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마치 9년 만에 제가 처음 연기 하는 것 처럼 기사가 나와서 민망하더라고요. (드라마를 오래 한 이유?) 사실 드라마로 시작했기 때문에 드라마가 더 편할 수 있어요. 연극으로 시작한 배성우 선배는 연극이 더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연극이 훨씬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자 ‘인성아, 연극은 딱 정해진 러닝타임만 하고 나오면 돼. 나는 추울 때 히터 나오고, 더울 때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연기해’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그것처럼 저도 기존에 해 왔던 드라마 촬영 시스템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영화는 드라마보다는 조금 느린 템포가 있으니까요. 공정 과정에도 기간이 걸리고요. 그래서 반사전제작이 저한테 굉장히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시간적 여유도 있고, 기존 드라마보다 템포는 조금 느리고, 퀄리티도 좋고. 발음같은 것도 잡을 수 있는 시간도 있고. 포장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있고. 그게 딱 좋더라고요.”

   
 

9년만에 돌아온 영화 현장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조인성은 ‘옛날 사람’같다는 놀림을 받은 대답들을 꺼내놨다.

“이제는 ‘표준근로자’가 있어서 영화 촬영 현장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촬영을 하고 자는 시간이 정확하게 주어지고, 이런 것들이 확실히 변했어요. 이제는 권리를 스태프들이 스스로 찾으시더라고요. (너무 옛날사람 같은 말 아닌가?) 제가 ‘옛날 사람’이라서 좋은 점은 개인주의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거에요. 뭐 하나를 먹어도 다 같이 먹고, 촬영을 하고 나서도 쉴 때도 촬영장에 나와서 놀고 이런 것들은 스태프들 입장에서 나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웃음)”

최근에는 신세대 스타들의 전유물처럼 일컬어지던 ‘브이앱’ 생방송까지 경험해 본 조인성.

“브이앱이요, 이상하지 않았나 걱정이었어요. 이게 왜 나한테 생방송으로 하자는거지 생각했었어요. 공중파, 이것도 옛날 단어네요.(웃음) 요즘에는 지상파, 비 지상파라고 한다더라고요. 옛날 말로 공중파 시절에는 토크쇼 나가서 4시간 토크를 하고, 끝나고 나서 물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나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은 편집을 해주시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이 없을 뿐더러 카메라도 없더라고요. 그냥 휴대폰 하나 딱 앞에 두고 ‘자 합니다’ 하니까 (생소했어요). 스팟라이브 할 때 너무 당황스러웠고, 실수하면 어떡하나. 제가 오랜만에 그런 자리에 섰으니까 자연인 상태였단 말이에요. 그래서 무서웠어요. 다른 분들이 이 모습을 어떻게 봐 줄지. 반응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글이 올라가서 불 수 없었고 그냥 ‘사랑해요 조인성’ 뜨면 ‘저도 사랑해요’ 하는게 다였어요.(웃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인성이 원래 이렇게 거침없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영화나 드라마를 대하는 모습 역시 조금 더 자신감 있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쌍화점’ 때는 무서운 게 많았어요. 스물 여덟살 쯤 찍었었는데, 그 때는 무서운게 많았죠. 갑자기 ‘비열한 거리’로 어렵게 스크린 입성을 하게 돼서 그 자리를 놓고 싶지 않았거든요. 계속 그 자리에 있고 싶은데, 다음 작품이 안되면 또 잃는 것 같고. 그런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뭘 해도 다 ‘조인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더 자신있고 불안하지 않게 작품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어 그는 “원래 이렇게 거침없고 유쾌한 성격이었냐”는 질문에 “내가 나를 잘 몰랐던 것 같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제가 저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조용하고 그런 성격인 줄 알았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제가 친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제 모습을 봤어요. 그랬더니 제가 굉장히 밝은 사람이더라고요. 나이가 들었을 때의 어드밴티지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제 안의 방어기제를 하나 없애고 조금 더 마음을 연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제가 가지고 있는 환경 속에서 최대한 솔직해 보자 하는 생각이에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IOK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