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공조’ 유해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행운
[SS인터뷰] ‘공조’ 유해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행운
  • 승인 2017.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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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해진의 ‘럭키’가 69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2016년 박스오피스 7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곡성’보다도 한 단계 높은 순위다. 코미디 영화로는 오랜만에 나온 흥행작으로 영화의 제목처럼 행운이 따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유해진에게 행운이 거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전부터 시작된 인터뷰 당일에도 유해진은 이미 새벽 등산을 마치고 왔다. 몸이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게 좋다는 그는 스크린 안팎으로 특유의 인간적 매력을 내뿜으며 대화를 이끌었다.

남북최초의 비공식 공조수사를 담은 ‘공조’에서 유해진은 남한 형사 강진태 역을 맡아 특수부대 북한형사 임철령을 연기하는 현빈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현빈과 유해진이 만들어가는 화려한 액션과 유쾌한 웃음으로 125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남과 북의 공조수사라는 부분보다는 임철령과 강진태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게 좋았어요. 거창한 것보다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죠. 정을 나누는 모습들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가장 중점에 뒀던 건 밸런스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면서 인간 대 인간으로 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포커스였어요”

영화 개봉에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현빈은 유해진과 친해지기 위해 그의 집으로 찾아가 술을 마셨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공조’로 현빈과 처음 호흡을 맞춘 유해진은 서로 낯을 가리는 성격임에도 현빈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와 준 것에 관해 고마움을 표했다.

“찾아와줘서 한 잔하니 조금 더 가까워졌어요. 사실 현빈 씨 매니저도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확 다가가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친해지는 걸 좋아해요. 현빈 씨도 원래는 그런 스타일이라 먼저 술 마시자고 찾아온 건 처음인가 봐요. 그래서 고마웠죠. 동생이니 편하게 했죠. 그런데 동생이 너무 잘생겼다(웃음).”

   
 

이 날을 계기로 현빈과 유해진은 여행과 사진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알게 됐고 각자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주고받았다. 유해진은 촬영 전과 후의 현빈을 언급하며 “예전에는 각이 서고 반듯한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부드러운 모습도 보인다”며 “하지만 내 개그는 배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초반부터 친분을 쌓으며 편해진 두 사람은 영화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이며 버디 무비를 완성시켜 나갔다. 극 중 현빈은 물에 적신 두루마리 휴지로 사람들을 제압하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유해진은 이와 대조되는 어설픈 액션들로 웃음을 자아내며 과거 유쾌한 홍콩 액션영화를 연상케 한다.

“현빈의 휴지 액션을 보고 궁금해서 정말로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지 액션팀에 물어봤어요. 그리고 극 중에서 제가 현빈의 액션을 따라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이디어를 냈죠. 그런 부분이 살을 붙여가는 과정인 거죠. 예를 들면 수갑을 차고 자동차에 함께 들어가는 장면도 구체적인 대사는 없었어요. 그런 부분은 배우가 메워가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액션도 마찬가지로 사전에 아이디어가 생기면 액션팀과 상의해서 세팅하는 거죠. 제가 추가한 휴지 액션은 캐릭터의 빈틈을 보이기 위해 극의 빈틈을 채우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액션과 웃음이 공조하는 영화에서 임철령은 강진태의 집에 머물면서 가족의 따뜻함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낀다. 이곳에서 유해진은 아내와 딸, 처제와 함께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정을 이룬다. 이는 영화 속 임철령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이자 배우 유해진이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저도 아마 대리만족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 그렇게 사는 친구도 있고 하니까 제 입장에서도 대리만족이었죠. 사실 정말 평범한 모습이잖아요. 지방에 있는 처제가 올라와서 취직 전까지 머물고 있고, 아이는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하고 있죠. 그러면서 가족끼리 티격태격하면서 정을 나누고.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서 말하는 평범한 삶이고 소소한 행복들이 아닐까 생각했죠. 저에겐 오히려 그런 삶은 동경이었어요. 평범한 삶보다 밑에서 생활을 오래했죠. 옆집 공무원 아저씨가 사는 집을 부러워했고 항상 그런 삶을 올려봤어요. 그래서 영화에서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여유로웠다면 그런 표현을 못하고 흉내만 냈을 거예요.”

영화와 예능에서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유해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뭘까. 평소 등산과 달리기를 꾸준히 해온 그는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동이 트는 풍경을 그렸다.

“뛸 때 가장 행복해요. 등산과 달리기를 병행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새벽 6시쯤 한강에서 뛰는데 동이 트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시간들이 술을 마시는 것보다 좋아요.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편해요. 남들은 출근하는 시간에 뛸 수 있는 건 저희 직업에 복 받은 부분이기도 하죠.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침에도 무조건 뛰어요. 힘들어도 집에서 뒹굴뒹굴하면 마음이 안 좋아요.”

끝으로 유해진은 2017년이 신나는 해가 되길 기원했다. 어느새 신난다는 기분을 잊고 산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이 남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올해는 신나는 한 해가 됐으면 해요. 새해 문자를 주고받다가 ‘그래 너도 신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라고 썼는데 정말 신난다는 걸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많은 의미가 포함되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이런 평범하고 가벼운 말 속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