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패러디’ 김희진 "연맹이 제안…웃자고 한 일 죽일 듯 몰아넣지 말아 달라“
‘최순실 패러디’ 김희진 "연맹이 제안…웃자고 한 일 죽일 듯 몰아넣지 말아 달라“
  • 승인 2017.01.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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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올스타전' 여자부 경기. V-스타 김희진이 최순실 패러디를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배구 V리그 올스타전에서 많은 웃음을 안겼던 김희진의 ‘최순실 패러디’ 세리머니가 뜻하지 않은 후폭풍을 겪고 있다.

지난 22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올스타전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체육관을 가득 채운 팬들은 선수들의 화려한 세리머니에 환호성을 질렀다.

IBK기업은행 김희진(26)은 이날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고 태블릿PC를 드는 패러디를 선보였다.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를 패러디한 것이다.

5천명이 넘는 관중석을 꽉 채운 팬들은 폭소했다. 코미디 프로그램 등 TV에서 자주 봤던 장면이었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거부감 없이 김희진의 풍자를 즐겼다. 김희진은 이 모습으로 세리머니 투표에서 4표를 얻기도 했다. 이다영(현대건설, 12표)에 이은 2위였다.

   
▲ / 사진 뉴시스

올스타전 현장에서 모두 웃겨 넘긴 김희진의 최순실 패러디가 경기 뒤 온라인에서 논란을 불렀다. 특히 일부 팬들의 도를 넘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IBK기업은행 홈페이지를 잠정 폐쇄하는 등 선수와 구단, 한국배구연맹(KOVO)이 모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평소 10~20개에 불과했던 IBK기업은행 알토스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김희진의 '최순실 세리머니'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김희진을 제명하라", "공인임을 망각했다" “어이없는 상황” 등 김희진을 비난하는 글과 함께 선수에 대한 인격적인 모욕과 징계를 해야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학업 특혜 논란을 야기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와 비교해 김희진의 학력이 의심된다는 터무니없는 글도 있었다.

"모르는건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무식한 거도 죄라고 볼 것"이라며 "정유라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도 땄지, 본인들은 국제대회 나가서 도대체 뭘 얼마나 했다고"라는 식의 비난 글도 있었다. 하지만 김희진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배구대표팀의 20년 만의 금메달 획득을 이끈 주역이었다.

결국 기업은행은 도가 넘는 비난 글에 게시판 운영을 잠정적으로 폐쇄했다.

비난 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김희진 개인 SNS에서도 이어지면서 김희진은 결국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정치에 아무 관심도 없고 누구를 농락할 생각도 없다. 더러운 짓 누구보다 싫어하는 저는 그냥 배구선수다. 학업에 충실하지 못할까 봐 아직 대학도 가지 않았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김희진은 "웃긴 걸 좋아하지만 주최 측에서 몇몇 패러디를 지목해줘서 선수들이 한 것이다.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니 그런 걸로 엮이기 싫다. 웃자고 한 일을 죽자고 제발 죽일 듯이 몰아넣지 말아 달라"고 했다.

   
▲ / 사진 뉴시스

세리머니를 계획했던 KOVO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사실 '최순실 패러디'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제안한 것으로,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KOVO가 최순실 패러디를 제안해 김희진이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KOVO 관계자는 "최순실씨 패러디는 이미 많은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나왔던 것인데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 정치적인 것을 고려했던 것이 절대 아니다"고 전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올스타전에서 웃자고 한 세리머니가 문제가 생긴다면 어느 선수가 다음해에 자신 있게 세리머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 매체는 보도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KOVO측에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요구했고, KOVO도 24일 오전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서울TV 김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