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고전영화극장] ‘싸이코’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 모텔에 나타난 낯선 여인… 알프레도 히치콕, 앤소니 퍼킨스, 자넷 리
[EBS-고전영화극장] ‘싸이코’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 모텔에 나타난 낯선 여인… 알프레도 히치콕, 앤소니 퍼킨스, 자넷 리
  • 승인 2017.02.0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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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고전영화극장] ‘싸이코’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 모텔에 나타난 낯선 여인… 알프레도 히치콕, 앤소니 퍼킨스, 자넷 리

방송일: 2017년 2월 3일 (금) 밤 11시 35분

부제: 싸이코

원제: Psycho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주연: 앤소니 퍼킨스, 자넷 리,

베라 마일즈, 존 개빈, 마틴 발삼

제작: 1960년 / 미국

방송길이: 109분 / 흑백

등급: 19세 

 

내용:

마리온(자넷 리 분)은 애인 샘(존 개빈 분)과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샘은 빚을 갚을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 사장이 은행에 입금하라고 맡긴 돈 현금 4만 달러를 챙겨서 차를 몰고 도주를 한다. 돈을 가지고 샘을 만나러 간 그녀는 차 안에서 노숙을 하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지만 무사히 넘긴다. 아직 사장 측에서 신고를 하지 않은 것. 하지만 돈을 횡령한 사실이 점점 두려워지면서 혹시나 모를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차량을 교체한다. 그리고 심한 비를 피하기 위해 도로변에 있는 낡은 모텔에 들어선다. 모텔의 주인인 노먼 베이츠(안소니 퍼킨스 분)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자신의 사무실로 초대해 빵과 우유를 대접한다. 그리고 자신은 모텔 바로 뒤쪽 빅토리아풍의 큰 저택에서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해준다. 마리온은 노먼의 친절이 고맙기도 하지만 새 박제로 가득한 그의 사무실이 어쩐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얼마 후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던 마리온을 누군가 살해하는데... 

 

주제 :

외부와 동떨어진 채 살아가는 모자.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은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외부와의 단절이란 요소 때문에 완전하지 못하다. 이 모자가 운영하는 모텔에 한 여자가 찾아온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긴장감이 엿보이는 행동. 아들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오랜 대화를 하면서 호감은 더욱 깊어간다. 이런 아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한다는 그 여자를 증오한다. 결국 칼을 들고 그 여자가 묵고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본 작품에서 마리온은 미국이란 나라의 일상세계에 사는 인물인데 노먼의 세계는 그 외부에 사는 인물로 그려진다. 횡령, 사장과의 우연한 마주침, 경찰의 불심검문, 박제된 새, 귀청을 고문하는 것 같은 효과음. 영화가 시종일관 불안하게 진행되다 여자 주인공에 해당하는 인물은 이야기가 채 본론으로 접어들기도 전에 살해당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스토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며, 노먼 베이츠와 그를 추격하는 이들의 대결이 시작된다. 노먼 베이츠의 일대기는 로버트 블록의 원작소설에 상세하게 등장하지만 본 작품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당시 관객들에겐 노먼 베이츠라는 기괴한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고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감상 포인트: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싸이코(Psycho)'만큼 후세의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도 드물 것이다. ‘극적인 반전’의 가장 고전적인 지위를 차지고하고 있기도 한데, 그 반전이 워낙에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후대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변용해서 채용했기 때문에 현재의 시각에선 신선한 느낌은 많이 상쇄되지만 개봉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욕실 살인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충격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할리우드 영화에선 주인공이 절대 죽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영화의 절반쯤 되는 시점에 여주인공이 살해되기 때문에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에는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뒤늦게 들어온 관객들이 그녀가 화면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녀가 언제 나타날까 목을 빼고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히치콕 감독이 이 장면 때문에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할 만큼 매력적인 장면으로 7일 동안 무려 70여 회나 카메라 위치를 바꿔가면서 공들여 촬영했다. 여체의 은밀한 부분은 아슬아슬하게 나오지 않고, 능숙한 몽타주로 잔인성과 에로티시즘을 표현하였다. 당시 극장에서 이 장면을 보고 졸도하는 관객이 속출했는데,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시각적인 면에서는 유치하기 그지없다. 45초 동안 78개의 컷으로 긴박하게 묘사된 이 욕실 장면에서 실제로 칼에 찔리는 장면은 나오지도 않고, 욕실에 흐르는 피도 양이 너무 적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배경음과 칼에 찔리는 소리(멜론 찌르는 소리를 효과음으로 사용했다고 함)가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히치콕은 ‘싸이코’의 성공 요인 중 1/3은 음악 덕분이었다며 음악감독 버나드 허먼에게 2배 인상된 금액을 지불했다고 한다. 히치콕은 붉은 피를 보이기 싫어서 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었다고 하지만 어차피 초콜릿 시럽을 피 대용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컬러로 찍었더라도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흑백으로 촬영한 더 큰 이유는 저렴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히치콕은 8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서 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히치콕은 ‘싸이코’의 원작자 로버트 블록으로부터 단돈 9천 달러에 판권을 사들였고 엔딩의 비밀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출판된 소설 ‘싸이코’를 보이는 족족 사들였다고 한다. 약 6분 대에서 자넷 리가 사무실에 출근하는 장면에서 창밖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남자는 카메오로 등장한 히치콕이다.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 1899-1980)

1899년 영국 레이턴스톤(Leytonstone) 출생. 본명은 알프레드 조셉 히치콕(Alfred Joseph Hitchcock).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 역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스타 감독일 것이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히치콕은 처음에는 상업 영화의 대가로서,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영화 매체의 시청각적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한 탁월한 형식주의자로 평가받았다. 히치콕은 가장 상업적인 장르인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영화 장르에서 작업했지만 절묘한 기법으로 관객의 도덕의식을 희롱하는 데 장기를 보였다. 히치콕의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음을 교묘하게 조종당하며 재미와 공포가 섞인 감정을 맛보게 된다. 히치콕의 영화에는 언제나 히치콕다운 맛이 있다. 그는 서스펜스 영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수많은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했다. 그중 하나가 맥거핀(Macguffin)인데, 관객들이 줄거리 전개를 예상할 때 계속 틀리게 하는 히치콕의 속임수 장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10대 후반에 영국 런던에 지사를 둔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 취직하면서 영화 일에 뛰어든 히치콕은 소도구, 편집, 각본 등의 일을 하며 차근차근 승진했다. 1925년에 첫 장편영화를 만들었고 ‘협박 (Blackmail)’(1929)부터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이 그를 할리우드에 불렀고 1940년 ‘레베카’로 할리우드에 무사히 입성했다. 히치콕의 대표작들은 다 미국 시절에 나왔다.

‘오명(Notorious)’(1946),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Doubt)’(1943), ‘이창 (Rear Window)’(1951), ‘현기증(Vertigo)’(1958), ‘싸이코(Psycho)’(1960), ‘새(The Birds)’(1962) 등은 히치콕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의 대표작이고 현대 영화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60년대 중반 이후에 만든 히치콕의 후기작들은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명성은 높아갔다. 마지막 작품 ‘가족 음모’(1975) 이후 은둔 상태에 있던 히치콕은 78년 이후에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80년 3월 히치콕은 자신의 사무실을 폐쇄하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은 뒤 죽음을 기다렸다. 그후 1980년 4월 29일 LA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