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화랑’ 도지한, 무더운 여름 속에서 얻은 것
[SS인터뷰] ‘화랑’ 도지한, 무더운 여름 속에서 얻은 것
  • 승인 2017.02.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 종영을 2회 까지 남겨 두고 극중 반류를 연기한 도지한을 만났다. 9월에 촬영이 종료된 드라마인 만큼 도지한 역시 시청자의 입장에서 ‘화랑’을 보고 있다. 본방송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사전제작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의 여유랄까?

“장면 장면이 생각나요. 아무래도 배우들과 나눈 추억이 많이 떠올라요. 무더운 여름에 촬영을 했는데 옆머리가 젖어 있고, 매미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엄청 더웠어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한 겨울 시청자는 청춘물에 어울리는 푸릇푸릇한 배경을 봐서 좋지만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이 떠올랐다. 신라시대의 화랑을 다루니, 전통 의상은 필수였다. 의상 역시 더운 여름에 도지한을 힘들게 한 것 중 하나는 아닐까?

“안에 기본 적으로 민소매를 입었죠. 기본 옷 입고 그 위에 큰 거 걸치고 묶고 가발 쓰고 하다보면 옷이 좀 돼요. ‘에어리*’ 도움을 받았어요. 더 시원해졌다기 보다 땀이 잘 말랐죠. 가발이 조금 힘들었어요. 한번 쓰면 벗기 힘들잖아요. 저희가 쓴 게 상투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 힘들었죠. 한번 착용하면 끝날 때 까지 거의 못 벗어요.”

하지만 도지한에게 ‘화랑’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박서준, 박형식, 최민호, 김태형(뷔) 조윤우 등 좋은 동료, 친구들을 얻었다. ‘화랑’의 단체 채팅방에서는 지금도 가끔 방송을 보면서 배우들이 화면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이)다인이랑 뽀뽀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보다가 그새 찍어서 올리고 장난쳐요. 매회는 아니지만 가끔 서로 보고 있는 TV를 찍어서 올려요. ‘화랑’ 들을 만난 건 대본 리딩 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때 다들 ‘어색어색’ 했죠. 전체 리딩을 하고 나서 서준이 형이 저희를 따로 모았어요. 우리는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화랑’이 주체인 드라마니까요. 저희끼리 모여서 술 마시고 얘기도 하는 자리가 몇 번 있었어요, 덕분에 촬영장에서 따로 친해지려는 노력은 안 해도 됐어요.”

   
 

반류는 극중 승부욕 강하고 냉철한 사람이다. 하지만 본래 심성은 소탈하고 착하다. 원수인 친구 수호(최민호 분)의 동생 수연(이다인 분)을 만날 때에는 목소리도, 표정도 달라진다. 수연 역시 사다리를 이용해 화랑 수련 중인 반류를 만나는데 적극적인 ‘서라벌 직진 커플’이었다. 어쩌면 수연이를 만날 때 진짜 반류의 모습이 나온 것은 아닐까 물었다.

“어떤 한 가지가 진짜라고 볼 수 없죠. 아버지를 비롯한 반류의 상황 속에서 수연이 만날 때는 풀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원래 나쁜 친구는 아니잖아요.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시청자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기뻐요. 반류가 감정변화가 있고 입체적인 인물이에요. 쉽지만은 않은 역할인데 매력이 있었어요. 무명, 삼맥종이 캐스팅 된 상태에서 오디션 겸 감독님과 미팅이 있었어요. 저는 감독님한테 반류가 욕심이 난다고 말씀 드렸죠. 반류를 하면서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고, 만족스러워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도지한은 ‘샤워신’과 ‘칼군무’를 꼽았다. 극중 신라시대 화랑들이 샤워기 비슷한 시설을 이용해 샤워를 하는 게 나왔다. 더운 여름 시원한 기운을 느끼며 촬영을 했다고.

“감독님이 밥이랑 술을 먹다가 ‘너희 샤워할지도 몰라’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보니까 대본에 나오긴 하더라고요. 다들 원래 몸이 좋으니까… 민호 몸이 제일 좋았어요. 칼군무 장면은 아이돌 3인방 박형식 최민호 김태형 덕분에 그렇게 췄어요. 제가 구멍이었어요. 난생 처음 춘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했는데 어려운 부분은 바꿔주고 지도를 잘 해줘서 촬영을 무사히 했어요. 아이돌 3인방 아니었다면 그림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화랑’에는 무명(선우/박서준 분) 삼맥종(박형식 분) 수호(최민호 분) 한성(김태형 분) 반류(도지한 분) 여울(조윤우 분) 여섯 화랑이 나온다. 실제 도지한이라면 어떤 화랑 아래서 낭도 생활을 하고 싶을까?

“형식이죠. 왕이니까(웃음). 전 무명이 아래 있고 싶어요. 사람 적인 캐릭터 면으로 봤을 때는 무명이에요. 신분제도는 생각하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봐주는 것은 무명이였으니까요. 반류는 피곤할 것 같아요, 까칠하고 까다롭고 위아래 확고하잖아요. 저라도 안 해요.(웃음)”

영화 ‘이웃사람’ ‘타워’ 드라마 ‘돈의 화신’ ‘빠스껫 볼’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도지한. 2009년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데뷔 9년차가 됐다. 2013년 tvN ‘빠스껫 볼’ 이후 공백기를 가졌다. 곽정환 PD가 메가폰을 잡은 기대작 이었지만 조기종영을 맞았다.

“‘빠스껫 볼’을 하면서 슬럼프가 왔어요. 그 작품에 대해 다들 기대가 컸고 저 또한 기대를 했어요. 어쨌든 결과가 많이 안 좋았어요. 그 시기를 보내면서 더 단단해졌죠. ‘화랑’도 기대가 큰 작품이었는데…. 시청률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시청률에 매이지 않는 게 겪어 봤잖아요. ‘화랑’을 통해 좋은 친구, 인연도 만났고요.“

   
 

‘화랑’ 이후 달라진 것이 있냐는 질문에 도지한은 “아직 없다”라면서 “늘 새롭다”고 말했다. 데뷔 9년 차인 배우지만 늘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진다.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 마다 그때는 내가 조금 더 성장했겠지 생각을 해요. 근데 다음 작품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준비를 하잖아요. 같은 캐릭터, 같은 작품은 없으니까요. 쉬운 게 하나도 없어요. 그게 배우의 매력이죠. 제 친구들이 회사에 다니는데 출퇴근 시간, 하는 일이 정해져 있잖아요. 하지만 이 일은 매번 다른 사람을 만나 작업하니까 안 질려요. 그게 연기의 매력이에요.”

20부작인 ‘화랑’은 18부까지 방송돼 18, 19회가 나가면 종영한다. 2회 안에 남은 이야기도 풀어내야 한다. 18회 예상치 못한 한성이의 죽음이 나와 남은 결말이 더 궁금해졌다. 혹시 또 누가 죽음을 맞는 것은 아닌지 묻자 미소를 지었다.

“청춘물이잖아요. 그에 맞는 결말이 날 거에요. 수연이랑은 좋게 좋게….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이 잘 시청해 주셨으면 해요”라면서도 여전히 웃고 있었다.

결말을 아는 자의 여유였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