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7회] 김지석표 연산…“저는 폐비 윤씨의 아들입니다”
[역적 7회] 김지석표 연산…“저는 폐비 윤씨의 아들입니다”
  • 승인 2017.02.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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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7회 : 김지석표 연산…“저는 폐비 윤씨의 아들입니다”

20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연출 김진만, 진창규/극본 황진영) 7회에서는 희대의 폭군 연산(김지석 분)을 사로잡은 경국지색 장녹수(이하늬 분), 공화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공화의 어머니는 현감이 바뀔 때마다 새 현감을 남편 삼아 빨래도 해주고, 밥도 차려주고, 잠자리도 해주는 관아에 딸린 관기였다. 현감이 어머니를 마음에 들어 하면 살림도 폈고, 그렇지 않으면 쫄쫄 굶어야 했던 삶을 살던 어린 공화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예순도 넘은 새 현감을 모시게 됐다. 이하늬는 고통에 찬 비명을 숨긴 뒤틀린 미소로 애써 누르며 공화가 걸어온 길의 거친 촉감을 표현해냈다.

신하들의 등쌀에 구리수통 하나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 아버지 성종을 보며 융은 그들을 지배하는 유교적 이념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유교적 이념에 묶여 작은 것조차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아버지가 죽어가는 순간조차 “조선은 공자와 맹자의 나라니라”라고 말하는 순간 야금야금 키워왔던 분노를 터뜨리며 융은 물었다.

김지석은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가 원망스러우면서도 그런 아버지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받아보고 싶은 융의 마음을 복잡하게 흔들리는 눈빛 한번으로 표현해냈다. 그러다가도 폭군의 기미를 놓치지 않고 잡아 포착했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향해 “아바마마, 제가 모르는 줄 아셨습니까? 내 아비가 내 어미를 죽인 것을. 저는 폐비 윤씨의 아들입니다”라고 속삭이는 장면은 작은 데시벨로 큰 파장을 만들었다.

◆ 명장면&명대사

   
 

#1. 이하늬의 고백

장녹수 : 내 어머니는 벽지 관아에 딸린 관기였어. 현감이 바뀔 때마다 새 현감을 남편 삼아서 빨래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잠자리도 해줬지. 현감이 어머니를 마음에 들어 하면, 우리 살림도 피고 현감이 어머니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언니와 나는 굶어야했어. 하루는 예순도 넘은 새 영감이 부임했는데, 어머니를 마다하고 나를 드리라고 했어. 내 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나를 현감에게 데리고 갔단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어머니 손에서 땀이 아주 많이 났어. 내가 신기해서 그랬어. 어머니 어머니 손에서 눈물이 나요. 어머니는 차라리 잘 됐다면서 나한테 사또한테 잘보여서 소실이라도 되라고 했어. 하지만 난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어. 제 어미에게 제 자식 손을 잡고 오라시킨 그 뻔뻔한 놈들. 난 도저히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나에겐 힘이 필요했어. 그 더러운 놈들을 뜨거운 지옥불로 던져버릴 힘. 그놈들을 미워하고 세상을 증오하니, 이제 나한테 남은 게 없네. 내 자식이 어머니 하면서 울어도 내 마음은 얼음장이 됐어. 나는 괴물이야. 괴물이 됐어.

   
 

#2. 윤균상의 배를 일부러 지지는 돗자리 장수

홍길동 : 뭐하는 짓이야? 

돗자리 장수 : 숯을 조금 빌려간다는 것이 내가 실수를 해버렸구만.

장녹수 : 지금 무슨 짓이에요?

돗자리 장수 : 죽을만한 상처를 가지고도 다시 일어났다는데, 나도 좀 보고 싶어서 그랬지. 그놈이 역사인지 아닌지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사실은 공화 너도 내내 궁금했자녀.

   
 

#3. 새로운 연산군 김지석

연산군 : 투기한 부인을 내쫓고 죽인 것도 그 공자의 뜻이랍니까? 아바마마 제가 모르는 줄 아셨습니까? 내 아비가 내 어미를 죽인 것을. 참으로 모르는 줄 아셨습니까? 저는 폐비 윤씨의 아들입니다.

◆ 시청포인트 : 새로운 연산군 김지석·경국지색의 끝판왕 장녹수 이하늬 

“뭔가 달라도 다른 장녹수를 보여주겠다”던 이하늬(장녹수 역)가 그린 예인 장녹수는 단연 빛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 한데다 출연을 결정하자마자 오고무와 판소리 수업을 다시 받으며 갈고닦은 실력은 독보적이었다. 구성진 가락을 뽑으며 기품 있는 춤사위로 조선 양반은 물론 시청자마저 단박에 홀리면서 연산이 왜 장녹수에게 목을 맺는지 그 당위성을 단박에 확보했다.

 

재능에 노력을 더해 얻은 성취다. ‘역적’에 참여한 국악인 박인혜는 “이하늬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국악을 전공하긴 했지만, 가야금이 주전공이라 판소리는 낯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음악성이 좋은 데다 열정까지 있어 금방 체화하더라. 판소리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충분히 훌륭한 실력임에도 절대 대충하는 법이 없이 ‘진짜’ 판소리를 하고자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 감동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차에서 하도 듣고 불러서 매니저까지 노래를 다 외웠더라. 판소리 연습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나올 곡을 선정하는 작업에도 열정으로 임했다”며 이하늬의 열정을 높이 샀다.

‘역적’은 차원이 다른 장녹수를 그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연산을 홀린 경국지색으로 고착화된 장녹수에게 능상 척결의 시대에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여성이라는 새 옷을 입히고, 그가 왜 기생이 됐고, 나랏님을 품고 싶어 했는지 굴곡진 인생사를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연산의 분노와 울분, 결핍을 표현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김지석만의 해석이다. 김지석은 아버지에게 예를 갖추면서도 분노로 부들거리는 근육과 눈빛으로 융의 한을 토해내며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아 앞으로 희대의 폭군으로 변모할 김지석표 연산에 대해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역적’은 강상의 법도가 하늘의 아들이신 나랏님 몸에서 난 세자조차 예외 없이 적용됐음을 보여주면서 연산이 왜 그토록 유교적 이념에 치를 떨었는지는 물론, 왜 희대의 폭군이 됐는지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스타서울TV 송초롱 기자 / 사진=‘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