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일요시네마] ‘터미널’ 크라코지아 유혈 쿠테타, 무효가 된 비자, JFK 공항 100% 세트 구현,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EBS-일요시네마] ‘터미널’ 크라코지아 유혈 쿠테타, 무효가 된 비자, JFK 공항 100% 세트 구현,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 승인 2017.02.26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 2017년 2월 26일(일) 오후 2시 15분

부제: 터미널

원제: The Terminal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스탠리 투치, 치 맥브라이드, 디에고 루나, 배리 샤바가 헨리, 쿠마르 팔라나, 조 샐다나

제작: 2004년 / 미국

방송길이: 128분

나이등급: 15세

 

줄거리:

‘크라코지아’(영화 속 가상의 국가다) 출신인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미국의 심장부라 불리는 뉴욕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 JFK 공항에 내린 그는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가 미국으로 가는 그 시각, 조국 크라코지아에서 유혈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다. 국가의 기능을 잠정적으로 상실하게 됐으니 나보스키는 졸지에 무효화된 비자를 들고 미국에 입국하려는 신세가 됐다. 위험천만한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그렇다고 부푼 꿈을 안고 입성하려 했던 뉴욕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태다. 나보스키는 모든 이들이 이동 중인 터미널이라는 공간처럼 그 자체로 정착할 수 없는 중간에 끼어있는 상태다. 어쩔 수 없다. 그는 공항에서 잠시 여장을 풀기로 한다. 예상과 달리 나보스키는 점점 더 공항이 편해진다. 제 집 안방처럼 여기며 여기 저기를 기웃거린다. 거대한 공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그곳 공항 노동자들과 친분을 쌓기에 이른다. 급기야는 승무원 아멜리아(캐서린 제타 존스)와의 로맨스까지 꿈꾸게 됐다. 과연 나보스키는 이 터미널을, 이 황당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는 어디로 갈 수 있는 것일까.

 

감상 포인트:

‘터미널’의 주인공 나보스키는 실제로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에서 16년간 살아온 이란 출신의 남자의 사연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된 영화다.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전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어낸 가공의 세계다. JFK 공항을 100% 세트로 구현한 감독은 그 속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의 미국의 초상을 담아낸다. 공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별 문제 없이 완벽하게 굴러가는 듯 보인다. 다만 나보스키라는 제3국의 이방인이 갑작스레 공간에 정착하게 되면서 공항을 유쾌한 혼란 속에 빠뜨린다. 하지만 나보스키는 물리쳐야하거나 적대시할 상대는 아니다. 오히려 공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스필버그식 영웅 캐릭터에 가깝다. 이런 모습은 특히 나보스키와 공항의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장면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보스키가 아멜리아와의 데이트에 성공하기를 모두가 합심해서 응원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주제:

‘터미널’은 미국의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인 2004년에 제작됐다.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JFK 공항이 그 배경이며 그곳에 이방인 나보스키가 원치 않게 체류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항과 이방인의 등장 등은 자연스레 테러 이후 미국적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영화에는 테러를 겪은 미국인들이 겪을 법한 혼란이나 두려움의 감정들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이방인 나보스키의 조국의 긴박한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위로하려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됐다’는 결론에까지 이르게 된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미국식의 휴머니즘을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안에서 가장 잘, 또 오랫동안 보여주고 있는 감독이다. 그 하나의 증거가 휴먼코미디 장르인 ‘터미널’이다. ‘터미널’은 개봉 당시 평단의 호불호가 분명히 갈렸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평가받았던 부분은 스필버그의 영화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따뜻한 영화’라는 점이었다. 휴먼코미디물이라는 장르 안에서 스필버그는 주인공 나보스키를 누가 봐도 호감이 가는 친밀한 인물로 그렸다.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인 공항의 노동자들과 스스럼 없이 친구가 되는 인물이 나보스키이기도 하다. 또한 스필버그는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돌아가야 할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지구에 불시착한 ‘’E.T.’의 외계인, 나치 치하의 유대인의 이야기인 ‘쉰들러 리스트’, 19세기 노예 무역으로 고통 받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에 관한 영화 ‘아미스타드’도 그렇다. 원래 그들이 있어야할 곳, 가족, 고향, 고국으로 대변되는 그곳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터미널’ 역시 잠시 길을 잃은 남자가 유쾌한 소동극을 마치고 그가 원래 있어야할 곳인 고향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