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2조8000억원의 신규자금 투입… 한진해운은 파산했는데 '차이는?'
대우조선해양, 2조8000억원의 신규자금 투입… 한진해운은 파산했는데 '차이는?'
  • 승인 2017.03.2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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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2조8000억원의 신규자금 투입… 한진해운은 파산했는데 '차이는?'/사진=뉴시스

정부가 벼랑 끝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2조8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3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자금 2조8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0월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지 약 1년5개월 만이다. 

앞서 정부는 4조2000억원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대우조선의 회생을 도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추가 지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당초 입장까지 뒤집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2015년 대우조선 실사를 통해 지난해 수주목표를 115억달러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신규수주는 15억4000만달러로 예상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또 유가하락 등으로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과의 드릴십 인도 협상이 지연 돼 약 1조4000억원의 자금 유입이 막혔다. 

올해 9400억원, 2019년까지 총 1조35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대우조선은 유동성 부족으로 당장 다음달 4000억원 회사채 상환도 어려운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의 부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대우조선 도산으로 인한 조선업,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손실을 막기 위해 신규자금을 투입한다. 

우선 이해관계자간 채무조정 합의를 전제로 산은과 수은이 1조4000억원씩 총 2조8000억원을 한도 방식으로 지원한다.

대우조선이 자구노력을 통해 소요자금을 충당한 뒤 발생하는 부족자금을 상황에 따라 집어 넣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등 이해관계자들의 채무조정이 신규자금 투입의 최우선 조건이다.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약 1조5000억원에 대해 50% 출자전환과 50% 만기연장(만기연장분은 3년 유예후 3년 분할상환·금리 3%이내)을 진행한다. 

시중은행이 보유한 무담보채권 7000억원은 80%를 출자전환하고 20%는 만기연장(만기연장분은 5년 유예후 5년 분할상환·금리 3%이내)해야 한다. 

또 산은과 수은이 지닌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은 100% 출자전환한다. 

정부는 이해관계자간 채무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의 사전회생계획제도(Pre-Packaged Plan)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P플랜은 법정관리의 일종으로 통합도산법상 회생절차의 장점인 법원의 강제력있는 채무조정 기능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의 장점인 신속성 및 신규자금지원 기능을 결합한 제도다. 

P플랜도 법정관리의 일종인 만큼 정부는 선주들의 계약취소(builder's default) 가능성에 대비해 주요 선주와 사전 접촉·협의 등을 추진하고 협력업체들의 유동성 부족을 막기 위해 특별채무보증, 긴급경영지원자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정부는 시중은행·사채권자 등의 출자전환주식이 필요시 원활하게 현금화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중 대우조선 주식거래 재개를 추진한다. 

수은의 BIS비율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산은 출자 등 자본확충 방안도 마련한다. 

채권단의 채무조정과 함께 대우조선은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강도높게 추진한다. 

해양플랜트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상선·방산 분야로 중심을 옮긴다. 

올해 안에 임직원 임금반납, 무급휴직 등으로 총 인건비를 전년 대비 25% 감축하고 지난해말 1만명 수준인 직영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9000명 이하로 줄일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정상화방안이 계획대로 이행되면 지난해말 2732%였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2021년말 248%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유채무 역시 같은 기간 5조7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고 -12.6%인 영업이익률은 1.5%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면 대우조선 도산시 예상되는 손실액이 지난해 말 기준 59조원에서 2020년 말 25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그만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정상화 과정을 보다 객관성 있게 관리하기 위해 산은·수은 주도로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라며 "회계법인의 실사결과 검증, 자구계획 이행상황 점검 및 관리, 입수합병(M&A)을 포함한 근본적 처리 방향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우조선은 1년5개월 새 7조1000억원을 받아간다. 한진해운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 대우조선은 다시 정상화가 진행된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정부는 소유구조와 경쟁력, 파급효과 등을 이유로 한진해운과 대우조선을 같은 선에서 놓고 비교하기는 부적절하다고 23일 강조했다.

정부는 소유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반면 한진해운은 소유주가 존재하는 기업으로 경영정상화의 원칙이나 지원방식을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음 이유는 경쟁력이다. 

대우조선은 선박건조에 세계수준의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은 원가 경쟁력에서 열위 상태로 평가했다.

95척의 용선이 시장가 대비 평균 80% 높은 고가 용선계약을 맺은 상태로 운영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또 선박금융 상환이 끝난 한진해운 선박은 폐선가 수준이며 선박금융이 남은 55개 배에 2조5000억원의 금융비용이 발생이 예상됐다. 이를 고려하면 한진해운에 4조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파급효과 역시 대우조선과 비교하기 어렵다. 

조선업은 고용 및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으로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일시에 도산시 고용·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다.

채권구조 역시 대우조선은 은행 차입금 등 협약채권 비중이 높은 반면 한진해운은 협약채권 비중이 낮아 채권단 주도 정상화가 어려웠다. 

대우조선의 협약채권은 18조원으로 전체 채권의 81% 수준이다. 반면 한진해운의 경우 4조8000억원의 채권 중 협약채권은 1조4000억원(30%)에 불과했다. 

대주주의 의지도 반영됐다. 

최은영 한진해운 전 회장은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시장에 팔아치웠다. 최 전 회장이 매각한 지분에 선량한 소액주주만 피해를 봤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제공할 담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출연하지 않는 등 소유주의 자구노력 의지가 부족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에도 P-CBO, 운영자금 연장 등을 통해 1조8000억원이 지원됐다"며 "대우조선은 채권단이 경제적 관점에서 경영정상화 의지를 갖고 이해관계인의 손실분담을 전제로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