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이준호가 ‘김과장’으로 얻은 것
[SS인터뷰] 이준호가 ‘김과장’으로 얻은 것
  • 승인 2017.04.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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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역이 또 있을까 싶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연출 이재훈 l 극본 박재범) 속 이준호는 중앙지검 범죄 수사부 검사였으나, TQ그룹 재무이사로 스카우트 된 서율을 연기했다. 서율은 주인공 김과장(남궁민 분)과 대척점에 있는 ‘악역’이었다. 못되고 악랄하지만 뭔가 완벽하지 않고, 독하게 굴지만 이상하게도 나쁘게만 보이지 않은 ‘나쁜놈’.

이준호는 다섯 번째 작품인 ‘김과장’에서 첫 악역에 도전했다. 색다른 도전을 위한 선택이었고, 이는 통했다. 2PM으로 데뷔한 아이돌 이준호는 대중들에게 ‘배우’로 성장한 모습을 정확히 보여줬다.

종영이 일 주일 여 지나고 만난 이준호는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그런 시원섭섭한 느낌이다. 연기자로 가장 큰 반응을 본 작품이다. 지금이 5작품 째인데 1년에 한 개씩 하는 게 신인으로 텀이 길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떻게 지냈냐는 물음에 대답했다.

영화 ‘감시자들’을 시작으로 ‘협녀-칼의 기억’ ‘스물’에 출연한 이준호는 tvN 드라마 ‘기억’에 얼굴을 비치며 완벽한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경찰, 무사, 재수생, 변호사 등 여러 얼굴로 변신한 이준호는 ‘김과장’에서 ‘깐 머리’를 한 이사로 나타났다. 이준호는 어떻게 서율이사가 됐을까?

“많은 것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안 해본 역할을 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히자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랑을 받게 돼 기뻐요.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얻은 것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캐스팅 디렉터가 저를 감독님에게 추천했대요. 그 이유를 몰랐는데 뒤풀이 때 물어봤어요. 캐스팅 디렉터가 잘할 것 같았대요. 사실 다른 분들은 저를 생각 못 했다는데, 드라마 캐스팅 기간이 길지 않았어요. 모두 생각 못 한 찰나에 제 이름이 나왔고 ‘아, 어, 준호’라면서 모두가 오케이를 했다더라고요. 전 대본이 좋았고 악역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서로에게 좋았어요.”

   
 

김과장과는 으르렁 거리지만 호감이 있는 윤하경 분(남상미 분) 앞에서는 또 다르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괴물이지만 시청자들의 미움을 덜 산 것도 있을 터다. 이준호는 서율의 모습 일부가 자신 안에 있다고 했다.

“없다고 창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사람마다 착한 모습 보통일 때 화날 때 나쁠 때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서율 캐릭터가 제 안에 어느 정도 있어서, 그걸 토대로 연기했어요. 내 안에서 만들고자 했어요. 집 안에서 처박혀서 외부생활을 차단하고 서율이 가지고 있을 법한 고독함 외로움을 느꼈어요. 제안에 흡수가 돼 그런 모습이 생겼어요. 냉철하고 예민한데 하는 것 확실하게 하려는 성격이 닮았어요. 서율을 위해 참고한 작품은 없어요. 뭔가를 참고하면 그 이상의 것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했어요. 누군가 참고하는 순간 그 매력에 사로잡히면 그 이상을  못 할 것 같아서요. 아예 차라리 내 것을 만들자 싶었죠. ‘감시자들’ 할 때부터 그랬어요. 지금까지는 따로 연기수업을 받거나 배우지 않았어요. 하지만 언젠가 받을 것 같아요. 아직은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만의 것으로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해요.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테니까요.”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 달라는 말에 이준호는 1회 엔딩과 2회 엔딩을 꼽았다. 본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김과장’의 정체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1회에서는 김성룡이 주먹에 맞아 날아가고, 2회에서는 머리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깍두기 국물”이라며 정신을 잃는다.

“제가 1,2,3회 까지 연기 호흡을 길게 가져갔어요. 근데 호흡이 기니까 다 못 쓰더라고요. 드라마가 전환이 빠르고 휙휙 지나가니까 루즈할 수 있잖아요. 톤과 안 맞아서 걷어냈어요. 저도 돌려본 장면이 있다면 서율이 경리부 해체를 지시하고 웃을 때였어요. 그 장면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진짜 재수 없더라고요. 촬영하고 나서는 ‘음. 내가 하고 있구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까 ‘헐’하면서 저도 욕이 나왔어요. 주위 사람들도 소름이 돋았대요. 저렇게 쓰레기였나? 싶었고. 그 장면을 많이 돌려봤어요.”

   
 

이준호가 ‘김과장’으로 인상을 남긴 게 ‘먹방’이었다. 한우, 피자, 회, 과자, 초코바, 바나나 우유 등 어디에서나 맛있게 잘 먹었다. 온라인에는 이준호의 먹방 모음까지 올라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악역이지만 응원하고 지켜보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먹는 설정이 들어갔어요. 당뇨 설정이 있었지만 그건 뺐고요. 다차원적인 매력이 필요하겠다 싶었죠. 현실에 있을 법한 악역이어야 서율이 나중에 마음을 다잡고 변화가 생길 때 개연성이 있을 것 같아서요. ‘먹쏘(먹보 소시오패스)’란 별명이 생겼는데 좋았어요. 권력에 대한 탐욕, 야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게 음식이에요. 어떤 상황도 보지 않고 직진하는 모습을 표현한 거죠. 저도 게시물을 봤는데 맛있어 보였어요. 제가 그렇게 턱을 격하게 움직이면서 먹는 줄은 몰랐어요. 전 원래 그렇게 먹어요. 먹으면서 대사를 해야 하니까 발음을 신경 쓰면서 연습을 했어요. 광고도 많이 들어왔는데 13~14회에 조상무 협박할 때 날아갔대요. 마지막에 변하긴 했는데 요단강 건넜죠.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만 들어도 기분 좋더라고요.(웃음)”

‘김과장’이 진행되는 동안 이준호는 댓글을 많이 봤단다. 드라마를 보면서 댓글을 실시간으로 체크한 것.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싶었단다. 그렇게 ‘김과장’에 모든 걸 쏟아부은 이준호는 서율이 아닌 또 다른 배역을 기다린다.

“이번과는 좀 다른 걸 하고 싶어요. 학원물도 좋고요.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요. 시대가 담겨 있는 학생극도 하고 싶고요. 빨리 교복 입어보는 게 소원이에요. 뭔가를 하고 싶다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아요. 이게 진짜 좋고 끌리면 하게 될 것 같아요.”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JYP엔터테인먼트, 로고스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