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관객의 믿음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
[SS인터뷰]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관객의 믿음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
  • 승인 2017.04.2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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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골레 하나”

드라마 ‘파스타’가 종영된 지 어느덧 7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사람들은 이선균의 성대모사로 “봉골레 하나”를 외친다. 그만큼 그의 짜증 섞인 발성이 인상깊었나보다. 귀에 꽂히는 발성 좋은 저음으로 짜증을 부리면 대리 만족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로맨스도 물론 좋지만 이선균의 짜증 연기는 기분 좋은 매력이 있다.

이선균이 쉐프, 변호사, PD에 이어 이번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임금으로 돌아왔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이선균은 예리한 추리력과 막무가내 행동력을 지닌 특별한 임금 예종으로 분했다. 첫 사극에 도전한 이선균은 기존 임금 캐릭터와 사극이 가진 틀에서 벗어나 마음껏 캐릭터를 주물렀다. 용상에 삐딱하게 앉아있는 것은 물론 밤마다 저잣거리로 잠행을 나가고 직접 시체를 검안하기도 한다. 믿음을 주는 배우가 만들어 낸 예종은 확실히 달랐고 유쾌했다.

Q. 사극은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재미있게 잘 나왔다.

사극이 처음이니까 의상도 그렇고 어색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전통사극은 아니니까 너무 갇혀서 연기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임금이라는 역도 그렇죠. 저희 영화의 설정 자체가 사실을 따지자면 말이 안 되죠. 영화적 재미를 가지고 이야기가 꾸며지는 거니 상상력을 갖고 자유롭게 연기하자고 감독님과 협의하고 편하게 임했어요.

Q. 전통사극이 아니라서 선택했나.

언젠가 사극을 해보고 싶었어요. 30부작, 50부작씩 하는 드라마는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부터 하고 싶었는데 사극은 하던 분들이 자주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작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고사를 했던 적도 있었어요. 어쩌다 보니 주변에 사극을 안 한 사람이 저밖에 없더라고요. 전통사극보다는 가벼운 퓨전사극으로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마침 좋은 시나리오가 다가온 거죠.

Q. 막상 사극을 찍어보니 어땠나.

의상이 주는 불편함이 분명 있었어요. 그리고 처음 촬영할 때 저는 편한 톤으로 하고 싶은데 선배님들은 기존 사극처럼 연기하니 어떻게 대사를 받아야할지 걱정이 있었죠. 감독님도 사극이 처음이라 고민이 있었어요. 대신들과 붙는 장면에서는 기존 사극처럼 에너지를 맞추는 대신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자세를 삐딱하게 앉거나 기존 사극에는 잘 없는 모습을 고민했죠. 그리고 이서와 붙는 장면은 조금 현대적이고 코믹한 부분들을 섞어 편한 톤으로 연기했어요.

   
 

Q. 안재홍과의 처음 맞춰보는 호흡은 어땠나.

재홍이는 일단 에너지 자체가 독특하잖아요. 이름만 들어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웃어서 NG도 많이 났어요. 리액션을 흘리지 않아요. 느리지만 모두 담는 만두 같아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더 많은 리액션을 이끌어 주고 싶었어요. 저야 재홍이가 편하지만 혹시 나이차 때문에 저를 어려워할까봐 더 형처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촬영하는 동안 친구처럼 잘 놀러 다니고 지금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요.

Q. 극 중 둘의 ‘케미’가 대단하다. 연기의 리듬이 잘 맞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저는 사극이 처음이고 임금을 연기해서 ‘이래도 되나’하는 마음이 있었고 재홍이도 긴장을 해서 대본 이상의 것들은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캐릭터와 재홍이가 생각하는 캐릭터의 차이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호흡이 처음에는 안 맞았어요. 3회차 까지는 재홍이의 호흡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에서 감독님과 셋이 모여 이야기를 했죠. 서로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털어놓고 왕과 신하, 사극 이런 것에 얽매이지 말고 편하게 하자고 말했죠. 그 이후에 ‘케미’가 붙기 시작했어요. 안재홍의 호흡을 이해한 후로는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서도 그냥 웃음이 터졌어요. 얼굴을 못 보겠더라고요. 재홍이의 행동이 예상이 되니 아무것도 아닌데 혼자 웃긴 거죠.

Q. 안재홍과는 이번 작품 이전부터 인연이 있다던데.

재홍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알았어요. 홍상수 감독님의 제자로 단역으로도 나오고 제작 지원도 나오고 했는데 그때부터 연락하고 지냈어요. ‘족구왕’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잘 봤다고 연락했죠. ‘응팔’을 보고 또 깜짝 놀랐어요. ‘응답하라’ 광팬인데 재홍이에게 시나리오가 갔다는 말을 듣고 좋았죠. 저는 캐스팅이 된 상태고, 재홍이는 고민을 하던 시기였어요. 재홍이에게 ‘앞으로 훨씬 많은 시나리오가 주어질 텐데 잘 선택했으면 좋겠다. 너의 선택이지만 나는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역시 해보니까 즐거웠어요.

   
 

Q.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로 이어지면서 이선균이라는 배우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기대를 해주시면 감사하죠. 믿음을 확장하고 싶은 게 배우로서 목표죠. 저도 좋아하는 배우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송강호 선배님이나 최민식 선배님이 나오는 영화는 전 국민이 기대하죠. 모두의 브랜드 같은 분들이잖아요. 저는 아직 미비하지만 조금씩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좋은 것 같다.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겠지만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해요. 주연배우는 캐릭터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이야기가 좋아서 마냥 들어가기 보다는 함께 만들어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 상의를 많이 해요. 협업이잖아요. 감독님께 왜 절 필요로 하는지 물어봐요. 제가 최선책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감독님이 저에게서 꺼내고 싶은 이미지가 뭔지 알아야 접근할 수 있는 거니까요.

Q.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엔딩도 그렇고 시리즈로 제작되길 기대할 것 같다.

물론 관객의 사랑을 받아야 가능하지만 여지는 있다고 생각해요. 재홍이의 캐릭터도 그렇고 제 캐릭터도 발전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어요. 이번이 캐릭터 소개에 가깝다면 2편은 정말 추리에 집중해서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에필로그도 여러 버전으로 찍었어요.

Q.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영화를 보시고 진짜 정말 기분 좋게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번 연휴가 길고 가정의 달이니까 외식 전후, 데이트 전후로 보시기 좋을 것 같아요. 봄나들이 같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예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