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역적’ 채수빈, 인생연기 남긴 24살 떡잎 푸른 배우
2017.05.20
   
 

채수빈은 소녀같은 미소가 예쁜 배우였다. 덕분에 인터뷰 내내 채수빈을 향한 눈길은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거기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조곤조곤한 말투와 은근한 반전 매력을 풍기는 허당기 넘치는 성격까지 갖춘 채수빈은 ‘러블리함’이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배우였다.

그러나 올해로 데뷔 4년차 배우 채수빈은 단지 예쁜 미모와 넘치는 매력으로 주목받는 청춘 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다. 2014년 MBC ‘드라마 페스티벌-원녀일기’로 데뷔한 이래로 단 한번의 연기력 논란도 없었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 내공 덕분에 오히려 ‘외모가 연기력에 묻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일 정도다. 조용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오고 있는 채수빈은 최근 종영한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홍길동의 연인인 가령 역으로 풍부한 감정 연기를 펼치며 ‘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다.

“인생연기라는 칭찬을 해주시는데 너무 쑥스러워요.(웃음) 너무 감사하죠.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제가 스스로 연기에 대해서 고민하고 따로 무언가를 해서 연기를 잘했다기 보다는 감독님 덕이 굉장히 컸어요. 제가 감독님을 믿고 굉장히 많은 부분을 맡겼었거든요. 감독님께서 이끌어주신 부분들이 많아서 ‘제가 뭘 했다’ 이렇게 하는게 쑥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 것 같아요.”

약 4개월의 시간동안 ‘가령’으로 살아왔던 채수빈은 인터뷰 전날 종방연을 마치고 아직까지도 종영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시원한 마음보다는 서운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역적 식구들을 가족처럼 매일 만났었는데 이제는 못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아쉬움이 크고 아직까지는 실감이 안나는 것 같아요. 어제 종방연에서 마지막 마무리도 다 하고 인사도 드렸는데도 이런 아쉬움은 오래 갈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역적에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이 작품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한 식구라는 느낌도 강했고…그래서 애착이 더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전작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역적’까지 두 작품 연달아 사극에 출연한 채수빈은 “이제는 조금 사극이 익숙해지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사극을 처음 했을 때는 쪽진 머리를 처음 해보니까 그것도 어색하고,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면 어색했었는데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제 모습이 익숙해지고 그 인물이 되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평소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저의 모습을 사극을 하면서 발견하기도 하니까 몰입이 더 잘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사극의 장점이 그런 것 같아요. ‘구그달’을 하게 됐을 때는 캐릭터 설정이 양반이다 보니까 조신하게 행동해야 하고 나보다 높은 분을 보면 시선 처리를 아래로 해야 하고, 이런 제약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익숙치 않은 방식이고 어려워서 조금 묶여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달아서 사극을 하게 되고 하연이(구름이 그린 달빛)보다 가령이(역적)은 조금 더 자유로운 캐릭터다 보니까 연기를 하다보니 편해지고, 억압받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채수빈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조금 더 폭넓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사랑하는 연인인 홍길동이 죽었다고 오해를 한 뒤 오열하고 복수를 결심한 뒤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의 장면에서의 열연은 채수빈에게 ‘인생 연기’라는 수식어를 달아줬다.

“캐릭터의 변화가 이렇게 많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에 어떻게 변화를 주고 연기해야 하나 초반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감독님을 따라가다보니까 캐릭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감을 많이 덜 수 있었어요. 사실 저는 작품 들어가기 전에 이 캐릭터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자라왔고 하는 등의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역적’도 촬영 시작 전 감독님께 그런 부분을 여쭤봤었는데 감독님께서 ‘그런거 다 필요없고 네가 그냥 현장에 와서 가령이가 되면 된다. 그냥 와서 부담감 없이 놀아라’고 말씀해주시는거에요. 그래서 그런 걸 다 내려놓고 따라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령이로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동안과는 다른 방식이었는데 새로운 것들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뒷 부분에 연기를 할 때도 ‘이렇게 저렇게 해야겠다’ 판단을 하지 않고 생각을 접어두고 심호흡 하면서 현장에 가서 그 상황이 존재한다고 믿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후반부에 가니까 제가 정말 가령이가 되어 있었고, 다양한 감정들을 겪어보고 경험할 수 있었어요.”

김진만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감사를 전하던 채수빈은 극 중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윤균상과 이하늬에 대한 질문에도 진심어린 애정을 내비쳤다.

“먼저 (윤)균상 오빠는 함께 작품을 하면서 진심으로 많은 감정들을 주고 받았던 것 같아서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길동이와 가령이로 만나서 많이 울었고, 웃었고, 행복했어요. 같이 연기를 할 때 제가 어떤 톤으로 대사를 하고 행동을 해도 그런 것들을 되게 잘 받아줘서 큰 걱정 없이 잘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이)하늬 언니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하늬 언니 첫 인상은 굉장히 도시적이고 멋진 여성 이런 느낌이었는데 막상 같이 있어보니까 진짜 동네 언니처럼 너무 편안하게 대해주고 연기적인 조언이나 제 고민에 대한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요즘 제 고민 중 하나가 쉼 없이 작품을 해오면서 매번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게 재미있고 좋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잃어가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하늬 언니가 먼저 ‘너를 잃지 마라’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굉장히 많이 와닿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음 작품을 하기 전에 짧게라도 저를 위한 여행을 다녀올까 생각 중이에요. 가깝게는 제주도도 좋고,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몽골 사막 투어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채수빈은 연기력 뿐만 아니라 가창력까지 뽐내는 뜻밖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드라마 OST인 ‘사랑이라고’ 녹음에 직접 참여 한 것. 채수빈은 특유의 기교를 뺀 맑은 목소리로 가령이의 테마곡을 소화하며 감정을 더했다.

“처음에 연산군에게 들어가기 전에 가령이가 왕에게 어떻게 눈에 띄어서 들어갈까를 고민하다가 작가님께서 노래, 춤, 악기 중 잘할 수 있는 것 하나를 연습해 보자 하셔서 다 연습을 해봤었어요. 그런데 노래가 제일 나을 것 같다고 해서 ‘어이 얼어자리’를 했었죠. 그런데 그 과정을 지켜보신 감독님께서 ‘OST도 하나 불러봐라’ 하려서 그 다음 주에 바로 녹음하고, 그 다다음주에 바로 음원이 나왔던 것 같아요. 급하게 하게 됐었죠. 처음에는 괜히 녹음하는데 주변 분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제대로 못할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익화리의 봄’을 부르셨던 (김)상중 선배님게서 ‘그런 걱정 하지 말고 배우로서 이런 것 하나하나 경험이 되고 좋은 기회일테니 한 번 해 봐라’고 용기를 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한창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채수빈은 ‘복면가왕’에 출연을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손사레를 쳤다.

“영화나 작품 속에서 역할이 돼서 기회가 온다면 하겠지만 노래만으로 뭔가를 할 욕심은 아직 없어요. ‘복면가왕’은 정말 안될 것 같아요. 제가 할 줄 아는게 ‘사랑이라고’랑 ‘어이 얼어자리’ 두 곡 밖에 없거든요.(웃음)”
   
 

일반적으로 배우들이 데뷔 이후 조연부터 시작해 주연을 맡기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채수빈은 데뷔 이후로 ‘스파이’를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연기력 논란이 일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 그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겠지만,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지 슬그머니 걱정이 밀려왔다.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건) 감사하게도 저에게 아무런 기대치가 없으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연극부터 시작했을 때 연극 무대에서 배웠던 것들도 영향이 있긴 했던 것 같아요. 주연 부담감은 있기도 했지만, 제가 주연이 됐다는 걱정보다는 매번 인물을 만날 때 마다 누가 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해왔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역할의 크기에 상관 없이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할 것 같고요. 단지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출연해야 하는 장면의 분량이 많은 주연을 맡게 되면 체력적인 부분이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 ‘체력 관리를 해야겠다’하는 책임감이 더 크게 생기더라고요.”

이러한 어른스러운 여유와 내공이 느껴지는 단단함은 혹시 지금까지 출연해온 작품의 성공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때 쯤 채수빈은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 중에서도 시청률이 아쉬웠던 작품들이 있었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물론 시청률이 잘 나왔을 때 인정받는 것에 대한 감사함은 있겠지만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해서 ‘시청률이 왜 안나오지’하는 고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시청률이 잘 안나오는데 작품도 별로면 속상하겠지만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작품들 중에 단 한 작품도 촬영이 즐겁지 않았던 작품은 없었거든요.”

이렇게 어른스러운 매력을 뿜어 내다가도 채수빈은 이내 다시 소녀같은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외모만 보고 자신을 깍쟁이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허당미를 드러내던 채수빈은 뭔가 하나의 취미에 꽂히면 일단 시작하고 보는 성격 탓에 뜨개질, 양모펠트, 양말 인형 만들기 등 일을 벌였지만 취미 생활이 일주일 밖에 가지 못한다는 엉뚱한 이야기로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몰랐던 채수빈의 화수분같은 반전 매력에 인터뷰 현장에서는 “예능에 출연해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제가 끼가 있고 보여드릴 게 많으면 ‘저 나갈래요’ 할텐데 괜히 나갔다가 적응도 못하고 그럴까봐 예능에 대한 겁을 많이 내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예능 촬영을 하러 가면 다 너무 재미있게 촬영을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토크쇼 보다는 리얼리티라던가 자연스럽게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예능에는 나가보고 싶어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진국인 이 배우. 이제 갓 24살의 문턱을 넘은 채수빈은 ‘나를 잃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고민이 들 때는 책을 읽으며 힐링을 한다는 또 다른 반전을 선사했다. 바쁜 일상 중에도 조금씩 책을 읽으며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자신을 다잡아간다는 이 소녀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졌다.

이제 ‘역적’을 마친 채수빈은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뒤 곧바로 새 드라마 ‘최강 배달꾼’의 촬영에 돌입한다. 채수빈은 “아직 리딩도 하기 전이라 캐릭터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지만 인물 자체가 매력있는 만큼 기대가 된다”며 “사극을 마치고 현대극으로 돌아온 만큼 조금 더 자유로운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포부를 전했다.

오늘도 쉼 없이 배우의 길을 달려가고 있는 채수빈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쳤다.

“차근차근 잘 밟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기회들이 감사하게도 연달아 와서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인 것 같고 행복해요. 제 목표요? 배우로서는 앞으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잘 표현해 내고싶은게 목표고, 인생의 목표는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가는 것이라고 해 둘래요.(웃음)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토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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