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 이준익 감독 “대부분 실화”…이제훈, 파격 변신 속에 담긴 불덩이 같은 진심 예고 (종합)
‘박열’ 이준익 감독 “대부분 실화”…이제훈, 파격 변신 속에 담긴 불덩이 같은 진심 예고 (종합)
  • 승인 2017.05.25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익 감독이 우리가 알지 못 했지만 알아야 하는 독립운동가 박열을 재조명한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과 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동주’는 모두가 아는 윤동주 시인을 다루는데 박열은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예전에 ‘아나키스트’라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름 없는 독립 운동가를 많이 알게 됐다”며 “20년이 지나서 영화로 만들게 돼 스스로 대견하다. 박열이라는 인물을 가까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후미코라는 박열과 함께 한 일본 여성도 알리고 싶었다”고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준익 감독은 “20년 전에 ‘아나키스트’를 찍을 때는 식민지 시대를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는 아픔이 있었다. ‘아나키스트’는 상해가 배경이다. 사실 제국주의의 주체는 동경이다. 그곳에서 몸을 던졌던 분들이 몇 분 있다. 이봉창 의사가 1901년생이다. 박열은 1902년생이다. 박열과 유관순 누나와 동갑이다. 그들의 구체적인 삶에 간과한 게 많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준익 감독은 “특히 관동대지진 때 일본에 40만 명이 죽었는데 폭동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조선이 독을 탔다는 가짜뉴스를 날린다. 3일 만에 조선인 6600명을 학살했다. 박열이 재판하는 동한 일본 내각이 3번 바뀐다. 사형선고를 받아가는 22살 청년의 기개와 세상을 뚫어보는 시선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한 젊은이의 삶을 우리가 잊고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박열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익 감독은 “식민지 시대에 대한 관점이 대부분 보면 ‘암살’이나 ‘밀정’처럼 용감한 독립군을 그린다. 식민지 주체의 대상은 대부분 조선총독부도 잘 안 나오고 경무국장 정도 나온다. ‘박열’은 조선총독은 물론 일본 총리 3명, 제국주의 심장부에 폭탄을 던지는 거다. 한국영화에서 일본 식민지를 그릴 때 보다 핵심으로 들어가는 데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전 시대극과의 차별성을 언급했다.

이준익 감독은 “그리고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이 있다. 산소가 한국에 있다. 이 여성의 근대성을 높게 사고 싶다. 근대 여성성의 대표적인 인물로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 같은 서양 여성을 강조하고 배운다. 동양 여자 중에서 그런 존재도 무수히 많았을 거다. 그 시선에 인색했다. 당시 20살에서 23살까지 썼던 자서전과 기록들이 있다. 엄청난 페미니스트다”라고 강조했다.

   
 

이제훈은 파격적인 포스터에 관해 “영화 촬영을 다하고 포스터 촬영을 할 때는 이미 익숙한 모습이라 포스터로 사람들이 놀라고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 첫 테스트 촬영을 했을 때는 내가 이런 모습을 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박열에게 들어가는 작업이 나에게는 즐겁지만 받아들이는 분들이 박열로서 잘 봐줄까 싶었다. 테스트 촬영 때 나를 못 알아봐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이준익 감독은 “청평에 감옥 세트를 만들어놓고 테스트 촬영하는데 처음에 누군지 못 알아봤다. 주연배우 얼굴을 못 알아 봤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훈은 “대부분 누군지 못 알아보니까 당황스러웠다. 나라는 사람이 지워지고 박열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제훈은 “포스터에서 당당함과 조롱하는 듯한 비웃음을 정면으로 표현하면서 통쾌함을 드리고 싶었다. 조선희 작가님이 찍어주셨는데 굉장히 에너지가 넘쳤다. 나도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박열이라는 인물을 한 이미지로 보여주는데 있어 가장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훈, “‘박열’이라는 시나리오를 받고 떨렸다. 언젠가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고 감독님의 세계 안에서 연기를 펼쳐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쉬운 연기는 아니었지만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이준익 감독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이준익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준익 감독은 “관동대지진으로 동경이 무너지고 40만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좀 더 정교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은 분명 가해자다. 그런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가해자로서 명확한 인정이 필요하다. 관동대지진, 대학살도 가해자임에도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 느꼈으면 하는 바가 있었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를 상업영화처럼 다 보여주려면 제작비 100억 원으로도 안됐을 거다. 영화 전체의 배경이 동경인데 한국 올 로케이션이다. 실존인물이라서 만드는 사람의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회관, 국가관, 인간관에 충실해야지 영화적 오락성을 잘못 붙였다가는 박열 열사나 후미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삶의 가치관에 충실한 영화가 됐다. 제작비를 절대 많이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금액으로 찍었다”고 밝혔다.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인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는 “감독님께 지하철에서 캐스팅됐다. 3년 전에 연극을 하고 있었다. 평소 연극 대본을 지하철 타고 가면서 항상 봤다. 소리가 컸던 것 같다. 맞은편에 동주 제작사 신연식 감독님이 계셨다. 당시 감독님께서 같은 역에 내리면 명함을 주겠다고 생각하셨는데 같은 역에 내려서 명함을 받았다. 마침 ‘동주’를 쓰고 계신데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했더니 오디션 보러 오라고 하셨다”며 처음 이준익 감독과 만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최희서는 강하늘에 이어 이제훈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관해 “운이 좋은 여배우 같다. 사실 정말 지금 활동하고 있는 20~30대 배우 중 가장 훌륭한 상대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희서는 “‘동주’에서 7신 만 나온다. 그래서 하늘씨와 함께 호흡을 하기 보다는 저의 미숙함을 어떻게든 연습으로 다스리느라 바빴다. 이번에는 41신을 나왔다. 그 전까지는 6~7신 나오는 조연밖에 안 해봤다”라며 “박열이 제훈 오빠라는 말을 듣고 내가 캐스팅 되는 것보다 더 소리를 질렀다. 팬심도 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이제훈 씨였다”고 밝혔다.

이어 최희서는 “불덩이가 있는 것 같다. 동료 배우로서 느껴졌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본인의 신에 집중하는 것도 있지만 상대방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셔서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 이어 근현대사 인물을 다룬 것에 관해 “실존인물을 영화로 담을 때는 정말 조심스럽다. 후손들이 살아계신다. 물론 찍기 전에 소상히 알렸다. 하지만 과거 역사인물을 그릴 때 보통 미화를 한다. 어떤 인물이든 결함이 있다. 이 결함을 어떻게 영화로 표현할지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감독은 “근접한 근현대사 인물을 다를 때는 특히 자세가 중요하다. 식민지 후기는 문화 통치 이후 대부분의 독립운동가가 소멸되어 간다. 몇 남지 않은 대표적 인물이 윤동주 시인이라 확신한다. 독립운동가가 많았던 시절과는 또 다르다. 박열은 3.1운동 이후 중기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봤다. 만약 영화를 더한다면 전기 인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힘들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연달아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정한 것에 관해 “시대를 통해서 인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통해 시대를 보는 것이 현대인의 시대정신에 걸 맞는다고 생각해 인물 이름으로 영화 제목을 지어왔다”고 밝혔다.

한편 ’박열‘은 오는 6월 28일 개봉한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