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교수, 이대 첫 ‘전 구성원 직선제’ 총장 당선…“교육 정의 손상시킨 점에 공식 사과 해야”
김혜숙 교수, 이대 첫 ‘전 구성원 직선제’ 총장 당선…“교육 정의 손상시킨 점에 공식 사과 해야”
  • 승인 2017.05.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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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숙 교수, 이대 총장 당선 / 사진= 뉴시스(이화여대 제공)

이화여대 김혜숙(61) 철학과 교수가 제16대 총장에 당선됐다.

25일 이대 제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교내 입학관 홀 및 ECC(Ewha Campus Complex) 다목적홀에서 치러진 결선 투표 결과 김혜숙 교수가 총 득표율 57.3%로 42.7%를 얻은 김은미(59) 국제학과 교수를 제쳤다.

김혜숙 교수는 교수 유효투표수 776표 중 404표(환산표값 404), 직원 238표 중 166표(94.122), 학생 9835표 중 9384표(45.13704), 동문 346표 중 198표(57.3)를 얻었다.

김은미 교수는 교수 362표(362), 직원 72표(40.824), 학생 451표(2.16931), 동문 148표(3.7)를 기록했다.

이대 신임 총장은 26일 낮 12시 이화학당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김혜숙 교수는 전날 열린 투표에서 득표율 33.9%로 1위에 올랐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2위 김은미(17.5%) 교수와 '양자 대결'을 가졌다.

이번 선거에는 이들 외에 강혜련·김경민(경영학), 이공주(약학), 김성진(화학·나노과학), 최원자(생명과학), 이향숙(수학) 교수 등 총 8명이 입후보했다. 이 중 김경민 교수는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 21일 사퇴했다.

김혜숙 교수는 이대 131년 역사상 첫 '전(全) 구성원 직선제'를 통해 뽑힌 총장이다.

이대는 1990년 윤후정(85) 10대 총장을 선출할 당시 교수 직선제 선거를 한 적은 있으나 교수·직원·학생에 동문까지 참여하는 직선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대는 지난해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최경희(55) 15대 총장이 학생들의 본관 점거 시위를 부른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사태와 '정유라 특혜' 파문의 책임을 지고 그해 10월 사퇴했다.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한 건 이대 역사상 처음이다.

이어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 학장, 남궁 곤(56) 전 입학처장(정치외교학과 교수), 류철균(51) 전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이인성(54) 전 의류산업학과 교수 등 학교 관계자들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무더기 구속되면서 '여대 최고 명문'이라는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환골탈태'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이대 교수진 공식 대의기구 교수평의회는 지난해 12월 교수·직원·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이화학당 이사회에 권고했고, 이사회는 이를 동문까지 포함해 받아들였다.

이후 올해 2월부터 시작해 약 2개월 간 14차례나 이어진 총장 선출 규정 관련 4자(교수·직원·학생·동문)협의체 회의 끝에 단위별 투표반영 비율이 '교수 100(77.5%):직원 15.5(12.2%):학생 11(8.5%):동창 2.6(2.2%)'로 확정됐다.

이번에 당선된 김혜숙 교수는 세계여성철학자대회 조직위원장과 철학연구회 연구이사,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문종(경영학), 정혜원(의학) 교수와 함께 이른바 학내 '야당'으로 통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아 이끌어 왔다. 이대 내홍 과정에서 줄곧 학생들 편에 섰다.

이대에서 대표적인 '반(反) 재단파' 교수로 꼽히는 그는 지난해 12월15일 정유라 특혜 사건 관련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학생들이 점거한 본관에 경찰이 투입된 영상이 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당시 김혜숙 교수 앞줄 자리에 앉아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던 최경희 전 총장과 비교되며 대중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혜숙 교수는 지난달 2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출마 결심을 밝히면서 "학생들이 길을 열어놓은 상황에서 이대가 변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지난 22일 '이대 학보'와의 인터뷰에서 "연구기반 강화, 거버넌스 구조 선진화, 행정 효율·합리화를 추진 할 것"이라며 "또한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책임시수 조정, 교수 보직 감축, 연구년제 개선 등을 실시해야 한다. 국가재정사업을 담당하는 국책사업 총괄본부 설치, 각종 연구 다양성에 최적화된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유라 특혜' 파문으로 손상된 대외 이미지 회복 방안에 대해서는 "우선 이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점, 입학 과정에서 공정성과 교육 정의를 손상시킨 점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며 "이화가 이득이 아닌 인간을 위한 가치와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대학이라는 것, 그것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숙 교수 학력 및 주요 경력, 학회·학술 활동

<학력>

1969-1972 경기여자고등학교

1972-1976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1977-1979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기독교학과(철학 전공) 석사

1980-1987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

<경력>

1987-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현 철학연구소 소장)

2014-2017, 이화여자대학교 교수협의회 공동회장

2007-2009,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대학 학장

2002-2006, 이화여자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2002-2004, 이화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원장

<학술 및 학회 활동>

2014-현재, 국제여성철학회 (IAPh) 이사

2013-현재, 세계철학연맹(FISP) 운영의원(Committee Director)

 2012-2014,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2012-2013, 한국철학회 회장

2009-2011, 한국상호문화철학회 회장

2007-2009, 한국분석철학회 회장

2007-2009, 한국여성철학회 회장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