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대립군’ 여진구 “언젠간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 듣고 싶어”…‘진구 오빠’의 성장
[SS인터뷰] ‘대립군’ 여진구 “언젠간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 듣고 싶어”…‘진구 오빠’의 성장
  • 승인 2017.05.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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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면 드라마, 영화면 영화 한 작품으로 활동하다가 이렇게 드라마와 영화가 한 번에 나와서 얼떨떨하고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새롭네요.”

여진구가 출연하는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개봉과 tvN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 촬영이 겹쳤다. 홍보와 촬영 강행군으로 지칠 만도 한데 여진구는 ‘진구 오빠’다운 의젓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여진구는 특유의 저음과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아역 시절부터 ‘진구 오빠’라는 별명이 붙었다. 나이, 심지어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좋아하는 별명이라며 즐거워했다.

어린 시절 시작한 배우 생활이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고 여진구도 21살 청년이 됐다. 대학교에서 동기들과 연기를 배우고 가끔은 술도 마시는 진짜 오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성인이 된 후 촬영하게 된 ‘대립군’에서 여진구는 연기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감정 분출이 아닌 내면의 결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어떤 경우에는 즉흥적인 감정에 몸을 맡겼다.

‘대립군’에서 선조를 대신해 분조를 이끌게 된 어린 광해를 연기한 여진구는 한층 더 세밀해진 연기로 더욱 단단한 배우로서의 성장을 보였다.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관객입장에서 봐야하는데 자꾸 제 연기만 보게 됐어요. 아쉬운 부분도 많아요. 초반에 힘들어하는 장면들을 보면 평소에 저는 그런 방식으로 힘들어 하지 않아요. 힘들면 힘든 티를 많이 내는 성격인데 광해는 최대한 참으려고 하죠. 그런 모습 보면서 좀 더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토우의 뺨을 때리는 장면도 좀 더 과감하게 못한 게 아쉬워요.”

   
 

그동안 광해를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어린 광해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영화는 ‘대립군’이 처음이다. 수많은 선배 배우들이 거쳐 간 광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여진구는 기존 작품을 참고하기 보다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광해를 만들어 냈다.

“참고하려고 문헌을 찾아봤는데 내용이 다 비슷했어요. 왕세자일 때고 전쟁이 있었으니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준비하면서 참고할 작품도 잘 없었어요. 이번에는 선배님, 감독님과 자주 만나서 연습하고 리허설도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간 것 같아요. 전작들은 참고할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참고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새롭게 작업했죠. 초반에는 왕세자이지만 왕세자답지 않고 관객으로부터 ‘왕이 왜 저래’라는 말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이후부터는 믿음이 쌓이고 광해 자신도 몰랐던 모습들을 다른 사람들이 발견해주니 후반 감정은 관객분들이 충분히 공감하실 거라 생각해요.”

지금까지 폭발하는 감정표현에 집중했던 여진구는 ‘대립군’에서는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연기’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광해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지점들에서 감정을 분출하는 느낌이 아니라 내면에서 변화하는 감정의 결에 집중했다.

“대립군에게 언제부터 마음을 열어야 하고 대립군은 광해에게 언제 마음을 열지 포인트를 잡는 게 쉽지 않았어요. 감정선이 고르지 않고 튀어 보이진 않을까 걱정했어요.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즉흥적으로 나온 감정을 살려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강약의 포인트를 정리해서 시도해 봤는데 광해와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전에 연습했던 것들을 잊고 연기했어요. 선배님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죠.”

‘대립군’에서 광해는 대립군의 수장인 토우를 만나며 점차 성군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극중에서 토우가 광해를 변화시키는 멘토와도 같다면 현장에서 여진구는 토우 역을 맡은 이정재의 연기를 목표로 삼았다.

“이번에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토우의 눈빛을 닮고 싶었어요. 선배님을 처음 뵐 때 럭셔리한 이미지가 너무 멋있었어요. 그랬는데 현장에는 진짜 무섭게 생긴 사람이 계셨어요(웃음). 그래서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어요. 선배님의 도전을 볼 때 저도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토우의 강인한 모습과 그 속에 흔들리는 여린 눈빛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평평한 인물이 아닌 여러 감정이 섞인 입체적인 눈빛을 뺏고 싶었어요. 그걸 목표로 잡고 세밀하게 연기를 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도움을 많이 받았죠.”

   
 

여진구는 ‘대립군’을 통해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연기에 탈피해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했고 광해를 연기하며 그에게 위로도 받았다.

“이번 작품에는 다름 여러 도전을 해서 실제로 현장에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전작에 비해서 현장에서 드는 생각과 감정을 적극적으로 말씀드린 것도 있고 준비했던 걸 잊고 연기하니 막막하지만 감정적으로 풍부한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새로운 감정을 많이 느껴봤어요. 지금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에 있어 성장한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인간적으로 광해에 질투심이 느껴졌어요. 영화에서 담고 있는 광해는 왕세자의 총명함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큰 여운을 주는 그릇을 지닌 인물 같아요.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었고 스스로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여진구는 지난해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했다. 이번 학기는 작품 활동으로 휴학한 상태지만 작년에는 동기들과 함께 연극 연기를 배웠다. 아무 것도 모르던 아역시절부터 선배배우들 틈에서 연기를 배워온 탓에 보통 또래들의 연기가 궁금했던 그는 대학 생활을 통해 새로운 열정을 배웠다.

“학교에서 다루는 연기는 제가 그동안 배운 연기와는 달라요. 무대 위에서 하는 연극 연기라 생소하죠. 대학 진학에 있어 고민이 많았는데 제 또래는 어떻게 연기하고 어떤 태도와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동기들에게 많이 배워요. 교수님께 혼나기도 하고요. 저는 지금까지 선배들께 배웠는데 동기들은 열정의 색이 달라요. 지금 저는 너무 생각이 많아서 차분해지려고 하는데 친구들은 과감하게 표현해요. 연극 연기도 잘하고 싶어요. 지금은 엄청 못하더라고요(웃음). 나중에는 선배님들처럼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는 배우가 되고 싶죠. 그게 정말 좋은 배우 같아요.”

아역 배우들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때로는 무리한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고민이 있느냐는 물음에 여진구는 “아역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극복해야하는 과제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받아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진구는 본인도 좋아하는 ‘진구 오빠’라는 별명 외에 배우로서 탐나는 수식어로 ‘믿고 보는 배우’를 꼽았다. 그는 노력해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겠다며 눈동자를 빛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