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터널’ 이유영, “뻔한 건 싫다”는 예측불가 기대주
[SS인터뷰] ‘터널’ 이유영, “뻔한 건 싫다”는 예측불가 기대주
  • 승인 2017.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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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속 사회성 없고 뻣뻣한 신재이 교수가 너무 익숙했던 탓일까. 여리여리하고 맑은 외모로 해사하게 웃는 이유영을 첫 대면했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더 낯설었다. 때문에 첫 질문으로 으레 건네는 종영 소감 대신 “원래 성격은 어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원래 성격이요? 밝고 놀림도 많이 받는 스타일이에요. 치밀하고 허당기도 많고, 똑부러지지도 못하거든요. (신)재이 같은 카리스마도 전혀 없어요.(웃음)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이 놀리면 놀리는대로 다 당하는 편이에요.”

예상했던 서늘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밝고 여성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였던 이유영은 신재이 역을 표현하기 위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하는 범죄심리학 교수들을 관찰했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막상 평소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방송을 자주 보냐는 질문엔 “겁이 많다”는 대답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제가 평소에 무서운 걸 못봐요. 제가 출연했던 영화 ‘그놈이다’도 무서워서 혼자 못보고, 무서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들을 못봐요. ‘그것이 알고싶다’도 무서워서 못보고, 연기를 위해서 꼭 봐야 하니까 내용은 거의 안보고 교수님 나오시는 부분만 보고 엄마가 집에 같이 있을 때만 봤어요.(웃음)”

   
 

무서움도 참고 신재이 교수 캐릭터를 연구했던 덕분인지, ‘터널’은 최고 7.1%라는 시청률로 OCN 오리지널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까지 세우며 호평 속에 종영하는 수확을 거뒀다. 시청률적인 성공도 성공이지만, 이유영에게 ‘터널’은 더욱 많은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봄’으로 데뷔한 이후 ‘간신’ ‘그놈이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등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서의 행보를 이어오던 그녀의 첫 드라마 도전작이었기 때문.

“겁을 먹었었어요. 주변에서 드라마 촬영장은 너무 정신도 없고, 많은 분량을 찍어야 하니까 여유도 없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연기를 하는 부분에서 영화와 드라마가 다른 것 없었고, 다만 체력 관리가 관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저는 믿을 것 하나는 체력 뿐이어서.(웃음) 차 안에서 틈틈이 잠도 자 가면서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인 이유영이었지만, ‘터널’ 후반으로 갈 수록 신재이 역할 역시 연쇄살인범 목진우와 부딪히는 장면이 늘며 육체적인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는데, 혼자 연기 욕심을 낸다고 목졸리는 연기를 실감하게 하고 싶어서 강하게 연기를 하다가 몸이 마비 증세가 온 적이 있었어요. 온 몸이 저리고 입이 자꾸 오그라그든거에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그만하자’고 하셨는데도 5분 쉬고 한 번 더 촬영했었어요. 끝나고 병원에 가 봤더니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믿을 건 체력 하나였죠.(웃음)”

이유영이 ‘터널’에서 맡은 신재이 캐릭터는 극 초반, 사회성이 떨어지고 남의 일에는 무감각한 냉혈한 같은 느낌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유영의 연기가 ‘신재이’에 몰입하게 만들 만큼 실감났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유영은 초반 ‘신재이’를 향한 악플을 보고 상처를 받았었다고 입을 열었다.

“댓글을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었어요. 주변에서 ‘캐릭터가 그런거니까 네 캐릭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속상해 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셨는데, 얼른 후반부를 찍고 싶었어요. 딸의 모습, 연호로 변해가는 과정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초반에는 감독님께서 저에게 ‘재이가 살인범으로 오해받을 수 있을만큼 무서웠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연기를 하다보니 재이 캐릭터가 너무 무섭다고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시는 분들까지 있더라고요. 속상했죠. 그래도 뒤로 갈 수록 많이 이해해 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다행이에요.”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내면에 있던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가던 신재이의 모습이 여운으로 남아서인지, 연쇄살인범 목진우를 잡으면서 바뀐 과거와 그로 인해 바뀌었을 미래의 신재이를 보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저도 그게 아쉬웠어요. 미래의 재이를 보고 싶었는데.(웃음)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16부작으로 끝나면 안되니까요. (시즌2 가능성이 있다는건가?) 바뀐 미래로 시즌2가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 드라마에 없는 내용들을 추리해서 쓰신 글들을 많이 읽어봤는데, 그런 내용들을 첨가해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재이의 직업은 아마 바뀌지 않았을까요? 시즌2가 나온다면 재이의 직업은 다른 직업이었으면 좋겠어요. 바뀐 미래에는 모든 것들이 변했는데 사람들만 그대로인거죠.”

   
 

‘터널’에 대한 이야기 내내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던 이유영은 본인에게 터널이 특별한 작품이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잃은 건 없고 얻은 것만 많은 작품인 것 같아요. 너무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찍을 때 힘들었던 것들도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다 잊어버리겠더라고요.(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드라마만의 재미와 매력을 확실히 느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영화와 드라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연기 해보고 싶어요. (‘터널’에서 본인의 연기 점수를 준다면?) 진자 후하게 줘서 50점이요. 초반 부분들이 아쉬워요. 재이가 무감각한 여자지만 그걸 좀 더 입체적으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들어서요. 그런데 다시 하라고 하면 또 못할 것 같아요.(웃음)”

이야기를 나눌 수록 인터뷰 전 머릿 속에 가득했던 ‘이유영=신재이’라는 이미지는 하얗게 사라져갔다. 조곤조곤한 말투에서 부터 여성스럽고 밝은 성격이 묻어나는 이유영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껏 자신의 나이에 맞는 밝은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 그녀의 실제 성격처럼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평소 제가 행동하는 게 조금 여성스러우면서도 털털해요. 많이 웃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런데 웃지 않고 있으면 차가워보이는 것 같긴해요. 밝은 역을 연기하고 싶다고 자주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런 역할도 제안받은 적 있지만 상황이 흐르는대로 오다보니 ‘터널’에 출연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제 차차 밝은 역할도 해 나가지 않을까요?(웃음) 달달한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물에 출연하고 싶기도 해요. 정통 멜로도 너무 해보고 싶은데 요즘 그런 작품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올해 안에 그런 작품들에 출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이유영의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해졌다. 처음 상업영화를 하던 이유영은 곧바로 예술-독립 영화에 출연했고, 한동안 영화 작업에 매진하다가 ‘터널’을 통해 드라마에 출연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다.

“저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그냥 끌리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이것저것 따지고 재고 그러질 못해서요.(웃음) 다만 뻔한 건 피해가고 싶어요. (그래도 기준이 있다면?) 굳이 꼽자면 스토리랑 역할이 가장 큰 요인일 것 같아요. 재미있고 흥미를 끄는 대본에 흥미를 끄는 역할이면 더할나위 없겠죠. (가장 끌렸던 작품은?) ‘봄’이요. 첫 작품이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멋모르고 끌렸던 것 같아요. 워낙 예쁜 작품이었고, ‘내가 이 영화에서 예쁘게 잘 그려지면 나이가 들고난 뒤 이 영상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좋은 추억이겠다’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출연하게 됐던 첫 영화 ‘봄’은 이유영에게 데뷔 직후 2015년 올해의 영화상, 대종상, 부일영화제 등 국내 유수영화제들의 신인여우상은 물론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안겨주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급부상시켰다. 이처럼 데뷔 직후부터 쏠린 기대감은 이유영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오히려 처음에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상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내가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아도 되나’ 싶고 이제 갓 시작해서 연기도 잘 모르는 상태인데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깨지더라고요. 제가 아직 부족하지만 더 잘하라고 응원해주신 거라고 생각하자 싶었어요. 그 덕분에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무서웠던 것이 조금은 깨진 것 같아요.”

이어 이유영은 그간 출연작들에서 대부분 주연을 맡았던 것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관심은 더 받고 싶어요. (주연에 대한) 그런 부담감을 안고 있으면 이도 저도 안될 것 같아요. 제가 먼저 부담감을 버리고 책임감이라고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주조연을 가리고 싶지 않고, 제가 잘하는 역할을 찾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제 데뷔 4년차 배우 이유영은 ‘배우로서의 꿈’을 묻는 질문에 “방향을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솔직한 답변에 이유영의 이야기에 더욱 귀가 기울여졌다.

“방향을 아직 모르겠어요. 오히려 나중에 어떤 배우가 됐을지가 저 역시 기대돼요.(웃음) 나중 일을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그냥 오늘 잘 하고, 또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잘 하고 순간순간 즐겁게 살다보면 그 방향은 자연스럽게 찾아지지 않을까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풍경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