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한국영화특선] ‘1번가의 기적’ 천하의 나쁜 인간 필제와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명란, ‘1번가’ 사람들 결말은? 윤제균, 임창정, 하지원
[EBS-한국영화특선] ‘1번가의 기적’ 천하의 나쁜 인간 필제와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명란, ‘1번가’ 사람들 결말은? 윤제균, 임창정, 하지원
  • 승인 2017.06.1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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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한국영화특선] ‘1번가의 기적’ 천하의 나쁜 인간 필제와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명란, ‘1번가’ 사람들 결말은? 윤제균, 임창정, 하지원

방송일: 2017년 6월 11일 (일) 밤 10시 55분

감 독 : 윤제균

출 연 : 임창정, 하지원

2007년 작

컬러, 113분

15세

줄거리:

재개발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고급 세단을 끌며 폼 나게 1번가에 나타난 날건달, 필제. ‘천하의 나쁜 인간’이 되어 피도 눈물도 없이 마을 사람들을 밀어내려 단단히 맘을 먹었건만 도착한 첫날부터 맞닥뜨린 여자 복서 ‘명란’을 비롯하여 예측불허의 마을 사람들로 인해 필제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한다.

버스보다 발이 빠르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명란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동생을 돌보면 서도 아빠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기 위해 동양 챔피언의 꿈을 다지며 꿋꿋하게 살아간다. 이런 명란과 사사건건 엮이게 된 필제는 재개발은커녕 명란의 뒤치다꺼리하기에 바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필제가 하는 짓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일동, 이순 남매는 순수함으로 필제를 제압하고, 그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일까지 시켜먹는 마을사람들로 인해 필제는 동네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 급기야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날건달이 아닌 슈퍼맨으로 통하기에 이르는데…

‘마을 접수’라는 애초의 목적 달성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는 필제, ‘동양챔피언’의 꿈을 향해 계속 달리는 명란, 그리고 각자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1번가’ 사람들. 서로간의 묘한 유대감을 쌓아가면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필제는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해설: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은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지 않는다. 단지 빙그레 쓴웃음을 짓는 장면이 자주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깊은 웃음의 의미를 생각나게 한다. 이 영화는 참으로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1번가의 기적’은 때늦은 조폭 코미디고, 어떻게 보면 철거민을 다룬 폭력 영화이며, 또 어떻게 보면 권투를 통해 삶을 관조하는 스포츠영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장르 틀로 이 영화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1번가의 기적’은 여러 요소를 결합해 우리 삶에 대해, 사람의 웃음과 울음과 고통과 슬픔과 기쁨에 대해 차분히 성찰하게 만든다. 그래서 쉽게 낙관할 수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 삶이라고 조용히 전한다. 코미디의 대명사 ‘채플린’의 영화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웃음을 다룬 코미디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웃음과 영화 스타일의 관계를 밝혀냈기 때문이 아니라, 코미디 안에 그 시대적 공기로서 의미 있는 웃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런 웃음이 ‘1번가의 기적’에 녹아 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윤제균 감독이 기존의 숱한 영화들을 패러디한다는 것이다. 오프닝은 그 유명한 ‘분노의 주먹’(1980) 오프닝을 연상시키고(사실 주인공 명란(하지원) 아버지의 삶은 ‘분노의 주먹’의 한국판 버전이다), 중간 부분에서는 명란이 노골적으로 ‘목포는 항구다’(2004)의 ‘엑기스’ 대사를 읊조리기도 하며, 가난한 두 아이를 부유한 아이들이 토마토로 때릴 때에는 이제는 전설이 된 이동통신사 광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단순히 패러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패러디를 통해 깊은 통찰을 준다. 특히 두 아이가 암에 걸린 할아버지께 드리려고 먹지 않은 토마토로 부자 아이들에게 맞을 때, 거기에는 감히 형언하기 어려운, 가슴 먹먹한 슬픔이 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그 슬픔을 유쾌하게 풀어버리는 윤제균의 능력은 또 어떤가. ‘1번가의 기적’은 달동네 철거를 다룬 어두운 영화지만 어둡지 않다. 아이들의 소박함, 자판기 남자와 가난한 여인의 따뜻한 사랑, 아버지를 위하는 명란의 깊은 마음, 수퍼맨이 되어 하늘을 날아가는 아이의 꿈이 그러하다. 철거 깡패의 힘에 부쳐 결국 죽거나 쫓겨나는 내용이지만, 그 슬픔과 아픔 안에 삶의 진한 페이소스가 깊이 녹아들어 있다. 그것이 비록 하찮고 보잘것없는 판타지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깊이 사랑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임창정의 코미디 연기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감독:

1969년 부산 출생으로 1996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97년 세계 인터넷 광고공모전 최고상을 수상, 광고대행사 LG애드 등에서 일하다가, 태창흥업 주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신혼여행’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2001년 ‘두사부일체’로 감독에 데뷔했다. 이후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낭만자객’, ‘해운대’등 흥행작들을 만들었다. 또한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하모니’ 등 많은 작품의 각본을 썼으며, 영화사 JK필름 (구,두사부필름)의 대표다. 2009년 영화 ‘해운대’를 통해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5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감독이 되었고, 2014년 ‘국제시장’으로 다시 한 번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