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품위있는 그녀’ 김희선 “워너비 같은 존재 우아진, 저도 한 수 배웠죠”
[인터뷰] ‘품위있는 그녀’ 김희선 “워너비 같은 존재 우아진, 저도 한 수 배웠죠”
  • 승인 2017.08.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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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가 JTBC 역대 최고 시청률(12.065%)를 기록하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재벌 회장의 간병인의 신분 상승을 향한 욕망과 상류층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낸 ‘품위녀’ 속에서 끝까지 ‘품위’를 지킨 사람은 우아진(김희선)이었다.

김희선은 욕망과 불륜 등으로 가득 찬 주변 환경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던 우아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여성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과 선망을 얻었다. 품위있는 모습으로 드라마를 끝낸 뒤 다시금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돌아온 배우 김희선과의 일문일답.

Q ‘품위녀’를 통해 ‘김희선의 재발견’이라는 연기력 호평을 이끌어냈다.

A 20년째 ‘재발견’되고 있으니까 얼마나 복인지 모르겠다. 한 번 오기도 쉽지 않은 기회고, 이건 또 내가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사실 방영이 늦어지고 이럴 때 속을 많이 끓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잘되려고 이런 시련이 있었나’ 싶다. 막 운동하고 먹는 과일 한조각이 좋지 않나. 마음 아프고 난 뒤 이런 결과가 나오니까 더 애틋하고 큰 발받침 하나 만들어 준 작품인 것 같다. 다음에 내가 어떤 걸 연기할 수 있게 다음 도약을 쉽게 만들어준 발받침같은 작품이다.

Q 정상훈을 직접 안재석 역에 추천했다던데.

A 정상훈을 직접 추천했었다. 대본 속 안재석이 그냥 딱 그분이었다. ‘SNL’에서 ‘칭따오’로 처음 알게 됐었는데 안재석에 그 분이 딱이더라. 저는 ‘SNL’에서도 그 분만 보였었다. 연기도 너무 잘하시니까. 지금도 안재석을 어떻게 그렇게 안재석답게 연기했을까 싶다. 그 덕분에 안재석이 밉지가 않지 않았나. 딸의 교사랑 바람까지 났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욕하다가도 ‘밥은 먹고 다니나?’하는 짠하는 생각도 들게 하고. 연기를 너무 잘했다. 다행이다.(웃음)

Q 백미경 작가가 처음부터 우아진 역에 본인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더라.

A 너무 감사한 일이다. 실제로 제가 처해있는 상황이 둘째 며느리, 강남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점 뿐만 아니라 아이 나이까지 우아진의 설정과 비슷하다. 물론 준재벌은 전혀 아니지만 며느리의 입장, 아이 엄마의 마음, 아내로서 남편에 대한 마음 들을 모두 겪고 있다보니 ‘이런건 이렇게 연기 해야지’ 하는 필요성을 못느끼고 그냥 평소 하듯이 했던 것 같다. 그 외의 감정들은 우아진이 돼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면서 대입도 해보면서 연기했었다.

   
 

Q ‘우아진’의 매력을 되돌아보면.

내가 실제 우아진이었다면 내 남편이 아이의 교사와 바람이 났는데 그렇게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 같다. ‘나가, 이혼해’ 이렇게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윤성희한테 찾아가서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하고, 복자를 이용해서 패기도 보이고. 우아진은 모든 사람들이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자기 감정보다 모든 사람이 잘되고 모든 사람이 서로 잘되는 길을 선택하는 그런 여자였다. 감정을 숨기고 아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게 바로 우아진의 매력이 아닐까. 오히려 우아진이 욱하면 이상하지 않겠나.

Q 우아진 같은 여자를 실제로 본 적이 있나?

A 못봤다. 아마 다른 분들 역시 그래서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저렇게 해도 멋있네’ 싶은 마음이 드니까 좋아해주시지 않나. 그렇게 되고 싶으니까. 워너비 같은 존재인거다.

Q 우아진을 통해 김희선이 배운 점은?

A 촬영 중에 대본이 나오면 우아진이 남편한테도, 아이에게도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그저께 오빠랑 싸울 때 그렇게 하지 말고 우아진처럼 이렇게 해볼걸’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대본을 보다가 혼자 멍하니 있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에게 제가 한 수 배웠다. ‘이렇게 하는게 더 멋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남편과 싸우는게 줄어들긴 했다. 한타임 쉬면서 이야기하면 진정이 되더라.(웃음)

   
 

Q ‘품위녀’가 초반 시청률 아쉬움을 털고 매 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A 2회까지는 시청률이 괜히 억울했다.(웃음) 그 숫자가 뭐라고. 사전제작이라 그랬지만 만약 촬영 중이었으면 힘 빠지는 결과였을 뻔 했다. 다른 얘기지만 tvN ‘비밀의 숲’ 광팬이었는데 ‘비숲’ 보고 시청률 10% 훨씬 넘게 나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시청률을 보곤 깜짝 놀랐었다. 배우들이 촬영하면서 너무나 잘 만들어지고 있는데 사기가 떨어지고 그러면 배우들이 정말 힘들겠다 싶기도 하고. 애국가가 4%인데 우리는(‘품위녀’) 2%니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저는 공중파 세대니까 기본 시청률 10% 이상부터 시작 아니었나. ‘이런 반응이면 40%는 넘어야 한다’ 싶었는데 지금은 시청률 9%에 다들 ‘시청률 너무 잘나온다’고 난리니까.(웃음) 종편 세대에 적응이 안된다.(웃음) 처음엔 이런 시청률은 본 적도 없어서 깜짝 놀랐고, ‘품위녀’가 이렇게 잘될줄도 몰랐다. 시청률 이런것도 잘 모르고 시청률을 신경쓰면서 작품을 한 적도 드문데 처음 받아본 성적표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섬총사’도 처음엔 깜짝 놀랐다. 그런데 다들 대박이라는거다. 그래서 ‘대체 어느 시대 사람들인가. 내가 이상한건가’ 했었다.(웃음)

Q ‘품위녀’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건 알고 있었나?

A 작품 들어가기 전에 작가님이랑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실제 바탕이 됐던 이야기를 하면서 대본을 보긴 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다. 실제 이야기를 보면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실제로 작품에서 등장하는 몇몇 장면들은 실제 이야기에서도 있었던 일들이라더라.

   
 

Q 배우 김희선은 여전히 솔직한 것 같다

A 저는 20년 전 부터 ‘솔직 당당’ 수식어로 불렸었지 않나. 그게 가장 큰 무기였던 것 같다. 제가 정말 이미지를 생각해서 ‘어떻게 여배우가 술마셔요’ 했는데 어느날 포장마차에서 술마시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면 얼마나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겠나. 정말 솔직함이 무기다. 그런 성격도 못되고 언젠가는 다 들통이 나더라. 솔직하니까 무슨 일이 터져도 ‘얘는 그래도 돼’ 하시고. 이미지 관리 하다가 실망시키면 훅 가니까. 그 덕분에 늘 편했다. 과거에 여배우가 술 마신다고 말했던 건 제가 거의 처음이었을거다. 그 때는 술 마신다고 하면 광고도 끊기고 그랬다. 그런데 그거 하나 쫒자고 한방에 훅 가고 싶진 않았다.

Q 데뷔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이 아름답다. 김희선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나?

A 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게 사는건데. 컴플렉스만 보고 사는 편이다. 요즘에는 두턱이 되더라. 중력 때문인데 어떡하겠냐.(웃음) 또 저는 쌍꺼풀도 짝짝이다. 그런데 제가 막 손대고 그러면 이렇게 안 좋아해주셨을 거다. 자연스럽게 늙으니까 좋은거지.(웃음)

   
 

Q 미모 유지를 위해서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는다던데?

A 누워있는 게 싫다. 2시간도 못누워있는다. 그래서 팩도 안하고, 피부과도 안다닌다. 오죽하면 속사 직원들이 무슨 일이 났다고 급하게 불러서 가보면 마사지 좀 받고 가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뷰티인터뷰가 제일 싫다.(웃음) 할 말이 없다.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저는 스트레스를 받긴 받지만 금방금방 풀려고 노력한다. 안그러면 스스로 너무 힘들다. 서운한게 있어도 지금 이야기하고 풀고, ‘쌓아뒀다가 나중에 해야지’ 이게 못된다.(웃음) 풀고 마는 성격이고. 그게 비법이라면 비법일까 싶다.

Q ‘품위녀’ 이후 작품 제안은?

A 지금까지는 우아진을 조금 더 누리려고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웃음) 서울에 있으면 저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이번에 ‘섬총사’ 촬영차 섬에 들어간다. 서울에서 살다보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데 섬에 가면 사실 카메라 끄고 혼자서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시나리오 들고 가서 읽어 볼 생각이다. 그 전까지는 누리고 칭찬받고 싶다.

[뉴스인사이드 홍혜민 기자/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