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홍대광, 스물다섯과 서른 사이 따뜻한 그 남자 이야기
[SS인터뷰] 홍대광, 스물다섯과 서른 사이 따뜻한 그 남자 이야기
  • 승인 2014.02.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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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E&M

[SSTV l 장민혜 기자] 힘들고 지친 순간이 왔을 때 ‘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나도 너와 같았어’라고 도닥여주는 다정한 목소리만큼 큰 위로가 되는 게 없다. ‘홍대 사는 그 남자’ 홍대광은 귀여웠던 지난 앨범보다 한층 깊어지고 쓸쓸한 이들에게 큰 위로로 다가오는 두 번째 미니앨범 ‘The silver lining(더 실버 라이닝)’으로 대중 곁에 돌아왔다.

홍대광은 올해 서른 살이 됐다. 앞자리 숫자리가 바뀐 느낌을 묻자 작은 한숨을 내쉰 그는 “서른 살이 주는 무게감은 있을지 몰라도 서른이 되어서 바뀐 건 없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나갔다. 주변 친구들은 결혼, 저축에 대해서 예민해지고 변해가지만, 자신은 서른 살 이전과 똑같이 살고 있어서 괜찮다며 “서른 살이 넘어도 서른 살이 넘은 지 잘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새해의 첫 달에 미니앨범 ‘The silver lining(더 실버 라이닝)’으로 돌아온 홍대광은 ‘한 해의 시작과 겨울의 정점에서 외로운 이들을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답이 없었어’를 포함해 ‘Intro(인트로)’, ‘겨울바다’, ‘스물다섯…’ 등이 수록된 앨범을 한 곡씩 천천히 듣다 보면 한파가 가장 몰아치는 이 겨울에 묘하게도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억지로 짜낸 위로가 아닌, 홍대광만이 낼 수 있는 홍대광의 목소리로 속삭이는 위로들, ‘나도 그랬어’라며 다정다감하게 해주는 그 위로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홍대광은 ‘The silver lining’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단어가 떠오른다고 밝혔다. 첫 번째로는 ‘소통과 공감’이다. 그는 버스킹 할 때부터 음악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소통하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음악을 하고자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위로와 공감이 되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홍대광은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두 번째로 홍대광은 ‘성숙함’을 꼽았다.

“‘슈퍼스타K’ 때는 거리에서 음악했던 ‘거리의 아마추어’였지만 대중 앞에 서야 했죠. 1집 때는 프로에 가까워졌고 이번 앨범은 프로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대중이 원하는 것을 고려하게 됐고, 하고자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절충하게 됐어요. 그에 따른 결과물로 모든 것을 만족할 순 없지만 많은 부분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고 인정해주고 싶어요. 스스로 잘 하게 되는 앨범이고, 비주얼도 성숙해진 것 같아요.”

성숙해진 모습을 담아서였을까. 이번 앨범에 수록된 자작곡 ‘스물다섯…’은 서른 살이 된 홍대광이 5년 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땐 이랬지’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이십 대의 언저리를 방황하는 이들에게 자신도 그땐 그랬다고 담담하면서도 다정하게 노래하는 홍대광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이건 노래를 듣는 이뿐만 아니라, 노래하는 이에게도 꽤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스물다섯…’은 저에게 있어서 많은 의미가 있어요. 스물다섯이라고 했지만 지금도 고민을 완전히 덜어내지 못했어요. 어느 일부분은 지금의 마음이기도 하죠. 앨범 나오기 전 9개월의 공백 동안 느낀 방황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죠. ‘커버린 사람들 속에서 어지럽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게 잘 반영된 말인 것 같아요. 늘 같은 곳에서 경쟁하고 있기도 하고, 그런 고민 속에서 어지러웠던 인생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었어요. 이런 고민은 스물 언제부터인가부터 했었어요. 그 나이쯤 고민하는 친구들과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물다섯…’을 만들게 됐어요. 경쟁 사회이다 보니 서른 살이 되어서도 경쟁을 덜어내지 않고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5년 전 자신의 방황하던 시기와 앨범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때의 마음을 담아 만든 ‘스물다섯…’처럼 5년 후의 홍대광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궁금해졌다. 그는 “이제 결혼을 해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스물아홉 살까지만 해도 결혼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연애가 정말 하고 싶다”는 그에게 어떤 상대를 만나고 싶은지 살며시 물었다.

“어떤 걸 해서 기쁜 여자 말고 아무것도 안 해도 행복할 수 있는 여자가 1순위예요. 오랜 시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로 행복할 수 있는 여자가 좋아요. 통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죠. 같이 운동하고 반려동물도 키우고요. 그리고 이기려고만 하는 분도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와주시기만 해도 감사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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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안에서 자유롭고 싶다”

지난해 11월 언젠가 홍대광은 자신의 트위터에 “멜로디에 감정을 싣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사랑하고 싶다”라고 남긴 적 있다. 지금은 어떠냐고 묻자 그는 “그 글을 남겼을 때가 녹음했을 때였는데 진짜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보통 녹음 일정이 들어가면 한 곡씩 딱 하고 쉬는 게 아니라 앨범 전체를 녹음해요. 일정이 일주일이 넘어가면 컨디션이 너덜너덜해지죠. 보통 가수들은 컨디션 때문에 일부러 녹음을 많이 안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욕심이 있어서 되는 데까지 계속 했죠. 정해진 시간에 녹음을 끝내본 적이 없어요. 하루에 한 곡씩 하려고 했는데 길어지니 힘들더라고요. 타이틀곡 녹음하는 데 4일이 걸렸어요. 3일째 되던 날 목에서 피가 나와서 녹음하다가 괴롭기도 했죠. 4일째 하다 보니 무슨 감정인지도 모르겠고, 정신도 나가서 트위터에 그런 글도 썼죠.”

컨디션을 극으로 몰고 간 앨범 녹음은 홍대광에게 깨우침을 줬다. 감정의 분명한 선을 끌고 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울했다가 심각해졌다가 밝아지기도 하는 감정선을 흔들리지 않도록 분명한 중심을 밑바탕으로 해야 제대로 된 감정이입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고된 녹음 작업이었지만 홍대광에게는 한 단계 발돋움할 기회가 됐다.

곡을 음미하다 보면 목소리를 지탱해주는 요소 중 하나는 가사다. 자작곡 ‘스물다섯…’에서는 일상의 언어를 사용해 쉽지만 아름다운 단어의 나열로 담담하게 삶을 노래하는 목소리를 더욱 빛나게 한다. 싱어송라이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곡을 쓰는 것보다 가사를 쓰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한다. 홍대광에게는 어땠을까. 영어 가사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글로 쓴 가사를 좋아한다고 말한 홍대광은 작사 작업에 대한 생각을 조곤조곤 털어놓았다.

“곡은 잘 나와요. 곡은 쓰면 쓸수록 완성됐다는 느낌이 오는데 가사는 그런 느낌이 오지 않더라고요. 발음과 멜로디가 주는 뉘앙스가 중요하거든요. 보통은 멜로디를 먼저 쓰는 싱어송라이터들이 가사를 어려워하는데 저도 그래요. 가사가 들어오면 멜로디가 무너지는 걸 감수해야 하는데 저는 그걸 싫어해서 진짜 어려운 퍼즐을 맞추는 느낌으로 풀어가거든요. 가사 하나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뼈를 깎는 고통이 있어요. 함축적으로 어렵게 쓰는 가사보다 쉬워 보이는 가사가 더 어렵더라고요. 또 저는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고 매달려야 나오기 때문에 가사를 쓰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거나 휴대폰 메모장을 켜고 그래요. 순간순간 드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홍대광의 은근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목소리 등 이 모든 요소들을 합해보면 라디오 DJ나 고정 게스트로서의 홍대광을 꿈꾸게 된다. 라디오 DJ를 하게 되면 어떨 것 같냐며 슬쩍 묻자 그는 “당연히 좋다”고 답했다.

“라디오 가면 PD님들께서 그런 말씀 해주실 때가 있어요. 목소리가 DJ하면 좋은 톤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아직까진 쑥스러워요. 하게 된다면 심야 시간대여야할 것 같아요. 낮에 듣기에는 일의 능률이 떨어지지 않나요?(웃음) 조곤조곤 말해도 용서 받을 수 있는 시간대에 해보고 싶어요.”

홍대광은 도전해보고 싶은 것으로 라디오 DJ 외에도 뮤지컬을 꼽았다. 어떤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냐고 묻자 생각해둔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는다.

“해 보고 싶은 뮤지컬이 있어요. 지난해 단원 모집을 했던 뮤지컬이 있는데 ‘원스’예요. 오디션을 보고 싶었죠. 뮤지컬의 비중에 음악과 연기가 반반이라면 음악의 비중이 많은 걸 하고 싶어요. 故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로 이뤄진 뮤지컬 ‘디셈버’ 같은 것이요. ‘광화문 연가’ 같은 옛날 감성을 가지고 하는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목표 중 하나는 콘서트를 뮤지컬처럼 표현해보는 거죠.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혼자 끌고 간다거나, 아니면 저는 노래만 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요.”

홍대광의 이번 앨범은 공개된 후 차트에서 선전 중이다.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좋고 벅차고 감격스럽다”고 답했다. 기대와 불안함이 있었고, 이번 앨범에서 본인은 만족했지만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에 걱정했다는 것. 다행히 좋은 성적으로 차트에 진입했고 잘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대광은 ‘대중이 주는 상 같다’고 표현했다.

“9개월 동안 마음고생도 많았고 준비한다고 고생했다고 주는 보상, 선물 같아요. 계속하면 좋은 음악들 들려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앨범이 주는 의미가 커요. 그 중에서 대중이랑 호흡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은 앨범이라 좋고 감사해요.”

이전까지 따뜻하지만 귀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왔던 홍대광은 180도 달라진 차가우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한껏 묻어나는 모습으로 앨범 재킷 공개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앨범 작업을 하게 되며 특히 부모의 마음이 돼 지켜봤다는 홍대광은 색다른 변신을 시도한 자신의 모습부터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콘셉트까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번에 했던 콘셉트는 해보고 싶어서 한 콘셉트는 아니에요. 항상 따뜻함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데 도시적이고 외로움, 쓸쓸함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죠. 그렇게 해도 어울리더라고요. 앨범 재킷 찍을 때 안경 벗고 표현한 눈빛 등에서 잘 묻어나왔어요. 지금까지는 귀엽고 착한 콘셉트 위주였는데 앞으로는 따뜻하고 밝은 것이어도 멋있는 이미지였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진짜 해보고 싶은 콘셉트요? 보헤미안 콘셉트요. 자연을 노래하고 인생을 노래하는 느낌요. 조니 뎁이 이상향이죠. 조니 뎁이 하면 보헤미안이지만 제가 하면 도인 같네요.(웃음)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안에서 자유롭고 싶어요.”

음악 안에서 자유롭고 싶다고 말한 홍대광은 인터뷰 중간에 ‘서른다섯 살 전에는 여행을 가야지’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5년 뒤의 먼 미래보다 서른 살인 2014년, 홍대광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단독콘서트가 목표 중 하나예요. 또 방송 활동을 통해 요란하지 않고 저다운 모습에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고리를 통해 가까이 가고 싶어요. ‘홍대광’ 하면 생각나는 음악이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피처링, 페스티벌, 단독 공연 등이 목표이긴 해요. 공연은 지난해만큼, 혹은 지난해 이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연애도 꼭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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